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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II - 투혼

  • 다름이
  • |
  • 2012-06-03
4

투혼

 

학교에서 가끔씩 마주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때론 울 딸의 시선을 끌려고 인위적으로 애쓰곤 하던 키크고 잘생긴 금발의 백인 남학생이 있답니다.  프람 며칠전 도서관에서 열공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멀리서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도저히 더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조기 유학생 울 딸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랍니다.

"우리 엄마가 한국 청년만 된다고 했는데, 백인이든 흑인이든 다 안된다고 했는데 프람 파트너 하겠다고 하면 어떻하지...??" 순진한 울 딸 잔뜩 긴장하고 있었대죠?

 

그런데 이 남학생 대뜸,

"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가기전 1년간 Korea에 가야하는데 좀 도와주라."

 

허걱! 당혹-, 안도-, 실망-.

 

"왜?"

"일년간 아무것도 안하고 골프만 연습하려고."

"미국에 좋은 골프 스쿨들 많잖아. 왜 Korea야?"

"최경주, 양용은 선수처럼 훌륭한 골퍼를 배출한 곳에서 골프를 배우고 싶어,

그리고 미국에서는 옆길로 빠지기 쉽거든."

"한국에서도 옆길로 빠지기 쉬워. 술집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Korea에는 대학가기 전 1년간 다른 것 안하고 공부만 하는 애들은 많은데 너처럼 골프만 하겠다는 애들은 거의 없을 걸...?"

"암튼 니가 좀 도와 줘."

"Korea에 가면 어디서 지내려고?"

"너처럼 홈스테이 하지뭐."

"홈스테이 아무나 하는줄 아니?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Korea에서 홈스테이 할 때 어떻게 해야 돼?"

"주는 것 무조건 잘 받아먹어. 그리고 홈스테이 아무나 못해 정말 힘들어."

"넌 잘하잖아. 너 부러워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남의 집에 얹혀산다고 애들이 날 불쌍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야, 너가 부모님 떨어져 홈스테이해서 저렇게 씩씩하다고, 홈스테이 하면서 너처럼 씩씩하게 살고싶다는 애들 많아."

"고~~~래....??!!"

"나, Korea에 홈스테이 좀 구해줘. 알았지?"

"노력은 해볼게."

 

끝도 없이 이어진 둘의 대화를 전해듣던 울 딸의 홈스테이 맘,

"그 친구 아주 부잣집 도련님인게로군." 하더군요.

 

저는 골프를 잘 모릅니다. 부르조아 스포츠라는 것밖에....

그리고 양용은 선수는 얼굴도 모릅니다.  최경주 선수는 TV나 신문에 난 얼굴 몇 번 봤고. 남편에게 물으니 두 선수 모두 '투혼'을 불사르며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올랐다는군요.  이 도련님은 최경주, 양용은 선수의 '비장한 카리스마'나 '냉철한 투지'에 열광하고 있나봅니다.  부잣집 도련님들은 죽었다 깨어나야 성취가능한......

 

귀국 직전에 학교에서 내 아이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도련님을 잠깐 봤는데 외모는 다르지만 웃는 모습이 왠지 빌 게이츠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빌게이츠를 천재라고 하지만 저는 그의 웃는 모습에서 어딘지 '천치'같다는 느낌을 받곤합니다.  저의 오만 때문이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어떤 장애도 없이 몰두할 수 있고 가족과 집안의 도움으로 거부가 되고....  절취부심의 투혼을 불살라야할 이유도 없고 환경도 안되고 ... 자기 삶을 평정했다는 바위같은 안정감, 폭발적인 힘도 없고...

 

이어지는 울 딸과 그 도련님의 text 내용:

"그 선수들 어디가 좋은데?"

"설명하기 어려워."

"Korea는 여름이 습하고 엄청더워, 겨울은 혹한이야. 그래서 연습할 수 있는 기간도 1년 중 7~8개월 정도 밖에 안될 걸?"

"최경주, 양용은 선수가 그런 기후를 다 이겨내서 멋진 골퍼가 됐다면

나도 그런 기후를 견뎌내야해."

"진심이니?"

"응, 나 심각해. 한국 골프코스 내가 어제 찾은 거 있는데 XXX 부분 번역좀 부탁해."

 

보다 못해 제가 개입했습니다.

"너 공부해야는데 시간 너무 많이 뺏기잖아. 그 도련님은 너한테 도움을 받는데 너는 얻는게 뭐니?"

"한국골퍼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자존감!!"

 

충분히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도련님이 대학입학도 미루고 Korea에 와서 골프기술을 연마하며 '성스런 투혼'까지 얻겠다는 것은 어쩌면 허영이고 사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는 꿈을 좇아 Korea에 오겠답니다.  내 아이가 꿈을 좇아 태평양을 건넜던 것처럼......

 

집근처에 좋은 골프코스가 있고 이 벽안의 청년을 내년 6월 중순부터 홈스테이 시킬 의사가 있으신 분 쪽지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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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혁이맘
  • |
  • 2012-06-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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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구체화되어도 제가 이 정신이 알흠다운 청년을 델꼬있을수가 없어서요.ㅠ.,ㅠ

우리집이 산속에 있어서요....ㅠ.,ㅠ 골프장과 아주 거리가 먼......

다름이 님 잼있는 얘기에 제가 빠져서 꿈만 꾼거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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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혁이맘
  • |
  • 2012-06-04 16:25
답댓글

진짜 상황되면 제가 델꼬 있으면 좋겠네요.ㅠ.,ㅠ

그럼 아침 저녁으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특권까지....ㅋㅋㅋㅋㅋ

제가 꿈보다 해몽을......^^

암튼 꿈많은 청년 꼭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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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름이
  • |
  • 2012-06-05 06:35
나혁맘님,

이 청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더군요.
우리말 배우는데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시간에 골프를 좀 더 하겠대요. 그러니 아침저녁 영어로 대화하는 것은 문제 없을 듯해요.
그래서 제가 울 딸에게 그랬어요. 골프귀신 씌였다고....
상황이 구체화되면 쪽지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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