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혼
학교에서 가끔씩 마주치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고, 때론 울 딸의 시선을 끌려고 인위적으로 애쓰곤 하던 키크고 잘생긴 금발의 백인 남학생이 있답니다. 프람 며칠전 도서관에서 열공하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는데, 멀리서 자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가 '도저히 더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조기 유학생 울 딸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더랍니다.
"우리 엄마가 한국 청년만 된다고 했는데, 백인이든 흑인이든 다 안된다고 했는데 프람 파트너 하겠다고 하면 어떻하지...??" 순진한 울 딸 잔뜩 긴장하고 있었대죠?
그런데 이 남학생 대뜸,
"나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가기전 1년간 Korea에 가야하는데 좀 도와주라."
허걱! 당혹-, 안도-, 실망-.
"왜?"
"일년간 아무것도 안하고 골프만 연습하려고."
"미국에 좋은 골프 스쿨들 많잖아. 왜 Korea야?"
"최경주, 양용은 선수처럼 훌륭한 골퍼를 배출한 곳에서 골프를 배우고 싶어,
그리고 미국에서는 옆길로 빠지기 쉽거든."
"한국에서도 옆길로 빠지기 쉬워. 술집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Korea에는 대학가기 전 1년간 다른 것 안하고 공부만 하는 애들은 많은데 너처럼 골프만 하겠다는 애들은 거의 없을 걸...?"
"암튼 니가 좀 도와 줘."
"Korea에 가면 어디서 지내려고?"
"너처럼 홈스테이 하지뭐."
"홈스테이 아무나 하는줄 아니? 불편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야."
"Korea에서 홈스테이 할 때 어떻게 해야 돼?"
"주는 것 무조건 잘 받아먹어. 그리고 홈스테이 아무나 못해 정말 힘들어."
"넌 잘하잖아. 너 부러워하는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남의 집에 얹혀산다고 애들이 날 불쌍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야, 너가 부모님 떨어져 홈스테이해서 저렇게 씩씩하다고, 홈스테이 하면서 너처럼 씩씩하게 살고싶다는 애들 많아."
"고~~~래....??!!"
"나, Korea에 홈스테이 좀 구해줘. 알았지?"
"노력은 해볼게."
끝도 없이 이어진 둘의 대화를 전해듣던 울 딸의 홈스테이 맘,
"그 친구 아주 부잣집 도련님인게로군." 하더군요.
저는 골프를 잘 모릅니다. 부르조아 스포츠라는 것밖에....
그리고 양용은 선수는 얼굴도 모릅니다. 최경주 선수는 TV나 신문에 난 얼굴 몇 번 봤고. 남편에게 물으니 두 선수 모두 '투혼'을 불사르며 역경을 딛고 정상에 올랐다는군요. 이 도련님은 최경주, 양용은 선수의 '비장한 카리스마'나 '냉철한 투지'에 열광하고 있나봅니다. 부잣집 도련님들은 죽었다 깨어나야 성취가능한......
귀국 직전에 학교에서 내 아이에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그 도련님을 잠깐 봤는데 외모는 다르지만 웃는 모습이 왠지 빌 게이츠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빌게이츠를 천재라고 하지만 저는 그의 웃는 모습에서 어딘지 '천치'같다는 느낌을 받곤합니다. 저의 오만 때문이겠지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어떤 장애도 없이 몰두할 수 있고 가족과 집안의 도움으로 거부가 되고.... 절취부심의 투혼을 불살라야할 이유도 없고 환경도 안되고 ... 자기 삶을 평정했다는 바위같은 안정감, 폭발적인 힘도 없고...
이어지는 울 딸과 그 도련님의 text 내용:
"그 선수들 어디가 좋은데?"
"설명하기 어려워."
"Korea는 여름이 습하고 엄청더워, 겨울은 혹한이야. 그래서 연습할 수 있는 기간도 1년 중 7~8개월 정도 밖에 안될 걸?"
"최경주, 양용은 선수가 그런 기후를 다 이겨내서 멋진 골퍼가 됐다면
나도 그런 기후를 견뎌내야해."
"진심이니?"
"응, 나 심각해. 한국 골프코스 내가 어제 찾은 거 있는데 XXX 부분 번역좀 부탁해."
보다 못해 제가 개입했습니다.
"너 공부해야는데 시간 너무 많이 뺏기잖아. 그 도련님은 너한테 도움을 받는데 너는 얻는게 뭐니?"
"한국골퍼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는 자존감!!"
충분히 가진 것처럼 보이는 이 도련님이 대학입학도 미루고 Korea에 와서 골프기술을 연마하며 '성스런 투혼'까지 얻겠다는 것은 어쩌면 허영이고 사치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는 꿈을 좇아 Korea에 오겠답니다. 내 아이가 꿈을 좇아 태평양을 건넜던 것처럼......
집근처에 좋은 골프코스가 있고 이 벽안의 청년을 내년 6월 중순부터 홈스테이 시킬 의사가 있으신 분 쪽지주세용....


쑥쑥몰
체험이벤트


















NEAT 2급 문항 체험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