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
AP, SAT I과 II, 학교 연극반 드라마 공연까지 앞두고 혼자 절절 매고 있을 우리집 조기 유핵생 도울려고 홍삼 엑기스까지 챙겨먹고 오월 한달 일정으로 태평양을 건넜댔습니다.
매일 아침 10 킬로그램의 책가방을 매고 6시 45분 스쿨버스 타느라 70 미터 경주하던 아이가 7시 10분에 느긋하게 집을 나서는 호사를 누리자,
"엄마 나 졸업할 때 까지만 미국에 와있으면 안될까?" 하고 묻더군요.
"이번 학기까지만 끝내고 9월에 국내 고등학교에 편입해서 국내 대학가는건 어떠니?"
돌아오는 답:
"엄마가 와서 편하고 좋으니 잠시 마음이 흐트러졌어. 내가 선택해서 온건데 끝까지 해봐야지."
AP 시험을 끝내고 6월 초 SAT시험을 앞둔 5월 중순 어느날 아이가 미안한 듯이 묻더군요.
"엄마, Prom 참가비 내일까지인데.... 유학생이 Prom에 가는거 사치지?"
"얼만데?"
"120불, 리무진은 폴라 아빠가 빌리기로 했고 메근, 첼시, 등 나까지 여섯명이 1인당 60불씩 내면된데."
"그럼 180불이면 되네?"
"근데 드레스도 사야되고, 첼시가 미용실에 머리하고 메이크업 하러 같이 가재. 폴라는 손톱, 발톱 네일 케어까지 예약 완료했대."
#$%%$#$%%^^
"아니 17살 고등학생들이 드레스는 뭐고 메이크업, 네일 칼라는 또 뭐꼬....?
낼모레 대학갈 놈들이 공부는 안하고 프롬인지 뭔지 땐스파티는 무슨 땐스파티, 미친놈들,
#$%^&^ 이러니 미국애들 공부 한(못)한다는 얘기 맨날 듣지."
"니도 공부하라꼬 미국 보내놨더니 뭐하는짓이고....?!!!!"
갑자기 열받아 아이한테 마구 퍼붓고 집을 나와 하염없이 걷다보니 딸의 베프 집앞까지 오게 되었네요.
때마침 집 안으로 들어가던 차가 멈추더니 운전석에 앉은 딸 베프 엄마가 함박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며 소리칩디다. 모녀가 함께 Prom드레스 사갖고 오는 길이라며....
운전석 옆자리에 앉은 딸 베프의 행복한 표정을 보니 갑자기 우리집 조기유핵생이 왜 그렇게 불쌍해지는지...
즉시 프람 드레스 어디가서 사는게 좋은지 가격대는 얼마인지 물어보고 성큼성큼 집에 들어왔더니 우리집 조기유핵생 SAT책 펴놓고 쪼그리고 앉아 공부하고 있더군요. 구글 맵 찾아서 Davi's Bridal 가장 가까운 매장 약도 찾은 뒤 아이 데리고 그곳으로 향했죠.
파티 문화가 발달해서 인지 100불대의 저렴한 것에서부터 1,000불 2,000불대까지 다양한 드레스들이 위황하게 걸려있는 것을 보니 아이한테 마구 퍼부은 것이 왜 그리 억울한지. 아이가 맘에 드는 것 대여섯벌 추려서 하나씩 입어보는데 어쩜 그리 예쁜지요? 최고로 맘에 드는 것 두 개를 추린 뒤 아이가 하는 괴상한 짓에 쇼크 -- 페이스 북을 오픈해서 사진을 하나하나 뒤집디다.
프람에서의 가장 큰 수치: 다른 사람이 입은 것과 같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 것. 그래서 프람에 참석하는 아이들은 프람 드레스를 구입하는 즉시 드레스 입은 사진을 페이스 북에 올려 다른이가 같은 것 못사게 침을 발라놓는 답니다. 늦게 프람 드레스 구입에 나선 우리 유핵생은 친구랑 같은 거 안사려고 페이스북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를 해야했고......
125불 짜리지만 프람 드레스 입은 내 아이가 어쩜 그렇게 이쁜지 서양여자들이 하는 것처럼 아이를 안아주고 또 안아주었답니다. 돌아오는 길에도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더군요. 그려, 유학을 왔으면 현지의 놀이 문화도 경험해 보아야하는겨~~~~ 여기서 말만 배우고 공부만 하면 인생이 얼마나 적막 할껴~~~ 스스로에게 던지는 위안이었답니다.
프람 시작 두시간 전에 같은 리무진을 타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나 혹은 아빠들이 모두 폴라네 집에 모여 가벼운 다과를 하면서 함께 리무진을 기다렸습니다. 그 그룹중 셋은 파트너가 있고 우리 아이를 포함한 다른 두 아이는 파트너 없이 댄스파티에 가는데 가만히 보니 파트너 없는 아이들이 더 신경써서 꾸몃더군요. 턱시도 입은 남자 아이들은 늠름하고, 긴드레스를 입은 여자 아이들은 또 어쩜 그렇게 품위있고 우아하던지요? 지켜보는 부모들의 그 대견해하는 모습도 정말 마음 환해지는 일이었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댄스파티나 하는 아이들이 아닌, 어른이 되기 위해 꿈틀거리는 아이들을 어른의 세계로 점잖게 들여보내는 의식이더군요.'
프람 끝나고 폴라네 집에서 있을 파자마 파티에 가도 되는 지 묻는 아이의 질문에 퍼득 떠오른 건 며칠전 교장선생님이 보내신 당부의 편지:
"제군들,,
프람 끝나고 있는 뒷풀이에서 과도한 음주나 약물접촉은 인생을 망가뜨리게 됩니다. 자제하시기를..."
폴라 엄마에게 물었더니 그 부부가 밤새 지키고 있을 작정이니 염려말고 허락해달라고 하더군요.
다음날 정오 아이를 데려 오는 길. 즐겁고 감사한 표정으로 프람에 갈 수 있게 해주고 폴라 집에서 묵을 수 있게 허락해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하더군요. 프람에서는 정말 신나고 재밌었고, 폴라집에서 친구들과 나눈 진실 토크를 통해 미국친구들의 꿈과 아픔, 그리고 상실감까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ㅠㅠㅠㅠ
프람 드레스를 함께 고르고 미장원도 함께 가고 ..... 딸과 함께 프람을 준비하면서 엄마로서 맛본 즐거움과 기쁨에 오히려 내가 감사해야할 지경인데도 말이죠. 아이가 더 성숙해서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때는 웨딩드레스를 친구들이나 사촌언니와 보러 다니겠지? 이게 내게 주어지는 유일한/마지막 기회인지도 몰라... SAT고 뭐고 프람으로 정말로 행복한 사흘을 보내고 나니, 내년엔 성질 내지말고 더 예쁜 프람 드레스를 골라야겠다는 각오가 생기더군요.
그나저나 두 주 후에 있을 SAT시험은....?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잘 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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