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사전적 의미-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서 당연히 인정된 기본적 권리
학생인권이라는 말이 얼마나 이상한지 모르시겠습니까?
학생은 사람의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닐까요?
학생이 사람이라면 그냥 사람으로서의 권리, 인권이면 되는 것을 ‘학생인권’이라니? 학생인권이라는 말이 얼마나 모순인가에 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요?
학생 인권이 학교와 교사 때문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이건 제 말이 아니고 며칠 전 만난 고등학교 2학년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독서치료를 통해 만났던 아이인데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학생 인권에 관한 내용 보셨어요? 어제 오늘 뉴스에 이 이야기로 난리에요.”
로 이야기를 시작한 아이는 꽤나 흥분해 있었습니다.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이 한 마디가 그날 이후 저의 귀와 입에 맴돌았고 끝내 저로 하여금 이 글을 쓰게 합니다.
“12시간씩 공부시키면서 인권은 무슨... 개뿔”
처음에는 학교에 관해 이야기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학생 인권 조례중 이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었지요.
제8조(학습에 관한 권리) ① 학생은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및 환경에 합당한 학습을 할 권리를 가진다.
제9조(정규교육과정 이외의 교육활동의 자유) ① 학생은 자율학습, 방과 후 학교 등 정규교육과정 외의 교육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가진다.
제10조(휴식권) ① 학생은 건강하고 개성 있는 자아의 형성ㆍ발달을 위하여 과중한 학습 부담에서 벗어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
② 학교의 장은 학생의 휴식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하여 충분한 휴식시간과 휴식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그 아이의 대답에 잠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러면 뭐해요. 집에서 가만두지 않는데....학교에서 방과 후 안하고 자율학습 안하면 엄마가 가만 두겠어요. 학원이나 과외 시킬 거 뻔하잖아요. 지금 야자 다하고도 바로 집에 가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정규 수업만 하고 집에 가면요? 그걸 가만 둘 부모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요? 학생의 인권이 아니라 그냥 우리에게는 인권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집에서도 지금 말하는 그런 것들이 지켜지도록 하는 법이 필요하다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 질문은 저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 학생이지만 집에서 우리는 무엇일 것 같아요?”
아이는 제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더군요.
“엄마는 내가 잠시도 쉬는 꼴을 못 봐요. 아이들끼리 그러죠. 학교 가서 쉬자고. 학원에서도 과외에서도 그리고 집에서도 우리를 감시하는 눈길이 따가운데... 그래도 제일 느슨한데가 학교잖아요. 학교는 그래도 나만 따라다니는 눈길은 없잖아요. 애들끼리 그래요. 휴대폰 두발 뭐 이딴 게 학생 인권이냐고?”
그리고 이어진 또 한 번의 같은 말.
“12시간씩 공부시키면서 인권은 무슨... 개뿔”
그런데 제가 똑 같이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12시간씩 공부시키면서 인권은 무슨... 개뿔”
바른 말 고운 말에 목숨을 거는 저에게 선생님은 욕 절대 안하느냐고, 언제 욕하느냐고 묻던 많은 저희 학교 학생들에게 대답합니다.
“선생님도 욕합니다. 지금 같을 때....”
정말 다 같이 조금 덜 가르치면 안 되는 걸까요?
그 아이를 만나러 가기 전에 제가 27일 새벽에 한 일입니다.

xml:namespace prefix = v />xml:namespace prefix = o />26일 대전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뉴스를 보고 밤 12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했지만 바로 잘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 기사들을 읽어보고 학생 인권 조례에 관한 기사를 쓴 기자들의 메일을 찾고 일일이 메일을 보냈는데 총 54통의 메일을 보냈더군요. 같은 내용을 한꺼번에 보낸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사를 읽고 그 기사에 따라 메일을 쓰느라 밤을 꼴딱 샜답니다.
제가 기사를 읽으며 저도 모르게 한 말이
“학생 인권은 무슨... 개뿔”
이었거든요.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꿈꾸게 한다>의 머리글 중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난 우리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아이들 스스로 학원이 필요 없다.”고 하더라는 설명까지 덧붙여 그렇게 말했더니, “선생님은 아이를 방치하시는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단지 아이들에게 부모와 함께했던 추억을 만들어주고 열 살, 열다섯 살 그 나이에만 할 수 있는 일들로 채워가는 삶을 살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
20대 후반의 후배교사는 영화 <써니>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고 한다.
“저의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을 되돌아보니 제게는 추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아침에 눈떠서 학교 가고 밤 9시 넘어서까지 야자하고 그리고 그 길로 과외하고……. 12시 넘어 집에 돌아와 숙제하고 잠 잔 기억밖에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영화 속의 사람들처럼 추억이 없다는 생각을 하니 어찌나 눈물이 흐르던지요.”
(중략)
나는 아이가 20~30대가 되어 열 살, 열다섯 살 때의 자신의 삶을 추억해볼 때 학교 가고 학원가고 과외 하느라 종종거리던 기억밖에 없다면 나는 그 아이가 이른바 사회적인 성공을 했다 해도 진정으로 행복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아이는 지금 행복해야 한다. 지금 행복해야,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앞으로의 인생도 행복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될 것이고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줄 거라 생각한다.
지금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데, 매일 공부만 하느라 힘들기만 한데, 몇 년 뒤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참아야만 한다는 것을 아이는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까?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하면서 10시까지 학원에 다닌다는 아이들의 부모님께 학교 공부만으로 안 되겠느냐고 말씀을 드렸더니 대부분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학원 끊었다가 성적 내려가면 선생님이 우리 아이 인생 책임지실 거예요?”
중학교 1학년이 아침 8시에 집을 나와서 밤 11시는 되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사회. 집에 돌아가서도 바로 잠들지 못하고 숙제를 위해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사회. 아니면 학교나 가정에서 그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 사회. 물론 아이 스스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고 정말 그렇게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요. 꿈을 가진 아이들일테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다릅니다, 시켜서 하는 것과 스스로 하는 것. 스스로 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펴실 분도 계시겠지만 가장 안되는 것이 억지로 하는 공부라는 것은 이 땅에서 학생이라는 시기를 거쳐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하시지 않을까요?
“12시간씩 공부시키면서 학생 인권은 무슨, 개뿔”
이라던 아이를 만난 27일, 바로 그날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8시간 근무하는 사람보다 11시간 이상 근무자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그럼 우리 아이들은요?
우리 아이들은 12시간이 넘는 시간을 공부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요. 공부만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드느냐고? 마치 자신들은 공부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처럼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일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익숙해지기라도 하잖아요. 아이들은 매 시간 새로운 것들을 배우느라 정말 너무 힘겹다는 생각 안 드시는지요? 일과 공부는 달라서 무관한 것일까요?
정말 인권은 무슨, 개뿔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진정 우리들이 지켜주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학생이 아닌 ‘어린 사람’으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인권 항목은 무엇일까요?
이생진 시인의 <이 세상>이라는 시로 다시 한 번 여러분들께 묻습니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꼭 천재라야 하고
이 세상 죽어 가는데
꼭 사리(舍利)라야 하나
천재가 아니더라도
남을 종교처럼 사랑하고
사리가 아니더라도
날 모래처럼 평범하게 놔주는
그것이 내 천재 아니던가
우리 아이들 다 같이 조금 덜 가르치면 안 되는 걸까요?
살아보니 진짜 그렇게 많은 지식들이 필요한가요?
그리고 행복이 석차 순 맞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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