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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왕따사건의 모든 아이들이 어른들과 사회로 인한 피해자입니다.

  • 난오드리헵번
  • |
  • 2012-01-05
18

쑥쑥과 함께 자란 큰 아이가 2월에 대학을 졸업하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저를 기억하시는 분은 이제 거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에 여기에 오는 것이 이제는 조금 낯설기까지합니다. 이 글은 2011년 12월 26일, 대구에서 연달아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이 일어나고 제 블로그에 쓴 글입니다. 교사들의 학생생활지도 연수를 겸하고 있는지라 방학하자마자 전국의 연수원으로 이리저리 바삐 다니느라 마음과는 달리 얼른 오지못했습니다. 쑥쑥의 부모님들과 이 문제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모님들의 의견은 현장의 저희들에게 큰 도움이 되니 저희들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며칠 째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고생을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원인을 알겠습니다. 몸이 피곤해서인 줄로만 알았는데 몸보다 마음이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출근해 인터넷을 통해 또 한 명의 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식을 접하고 난 뒤 양쪽 다리에만 나타나던 증상이 온몸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목이 심하게 부어 말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남의 자식 이야기인데도 이러할 진데 아이들 부모님의 심정이야 어떠하겠습니까?

저는 2004년 1월, 아들처럼 보살피던 우리 탁이를 사고를 잃었습니다. 뺑소니 사고로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춘이 꺾이는 것을 지켜보아야했고, 화장하여 재가 되어버린 아이를 산에 뿌리고 49제를 지낸 경험을 가지고 있지요. 살아 있으면 27살의 막바지를 살고 있을 아이. 하지만 결코 단 한 번이라도 다시 볼 수 없는 아이.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그분들의 심정을 조금은, 당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잃어보았냐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은 그 분들의 심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지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를 아는 저인지라.....

그 아이를 가슴에 묻었던 그 때처럼 저의 온 몸은 이렇게 아파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수업을 하면서도 생활기록부 입력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울컥 울컥해지는 것을 참아야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합니다. 글쓰기는 제게 위로가 되고 삶의 힘을 주는 것이니까요. 도저히 쓰지 않고는 제가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저는

대구에 살고 있고,

대구의 중학교 교사이고,

그 중학교 학생의 어머니와 같은 재단에 근무하는 교사입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그리고 또.... 저는 2003년부터 보호관찰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자원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고, 글의 서두에 쓴 탁이는 제가 만난 첫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를 떠나보내고 만났던 아이와는 7년째 멘토와 멘티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어제도 구미에서 3교대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아이는 밤 근무를 하고 아침에 퇴근하면서 메리크리스마스라는 문자를 보내왔었습니다.

제가 왜 이렇게 사설이 길까요?

제가 이렇게 온 몸이 두드러기로 뒤덮이면서까지 마음이 힘든 이유는....

시작도 제대로 안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요?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 아이도, 그 아이를 그토록 힘들게 한 또 다른 아이들, 가해자라 이름 붙여진 아이들도 모두 피해자라는 생각에 이렇게 마음이 힘든가 봅니다.

피해자 부모님이 들으시면 많이 서운하시고 노여워하실지 모르지만, 많은 분들이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죄질이 나쁘니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하지만 저는 이 일의 진짜 가해자는 저를 포함한 어른들과 어른들이 만들고 있는 이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아이들을 용서하자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저는 올해 중학교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 25년차 교사입니다. 제가 교사를 하면서 가장 고마웠던 것이 제가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그 아이들 중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도 무척 많습니다. 그런데 그 부모님을 만나거나 통화를 하게 되면 그 아이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것을 실감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내 아이가 어디에 가더라도 그 아이들 뒤에 제 얼굴이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부모로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고 스스로 나름 중심을 잡으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지요.

이런 경우는 참으로 종종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다가 빼앗기면 저희 반은 일주일 후에 돌려주는 규칙을 정해두고 있습니다. 1, 2학기 상담 주간에 전화로라도 아이에 관해 의논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시간을 내달라고 애원하디시피 해도 문자 한 통 없다가 아이가 폰을 빼앗긴 날 바로 전화 와서는 이럽니다.

"애가 폰이 없으면 제가 불편해서 안 되니 돌려주시면 안 되나요? 요즘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데 휴대폰 없이 다니다가 우리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이 책임질 수 있으세요?"

급기야는 이러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 애 교육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선생님은 공부나 열심히 가르치고 폰은 돌려주세요. 우리가 그런 교육은 필요 없다고 하잖아요. 아이가 휴대폰 없이는 하루도 못산다고 하는데 교육은 무슨 얼어 죽을 교육이야. 그러니 당장 돌려주세요."

아마도 그렇게 전화하는 어머니나 아버지 옆에는 아이가 앉아서 다 듣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와 통화하다가 아이와 대화하는 이야기가 들리곤 하거든요.

"너거 선생 원래 이래 빡빡하나?"

이런 등등의 이야기들이요.

작은 예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부모님을 통해 어떤 가치들을 배우게 될 것인가는 안타까울 정도로 눈에 보이지요.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면 저는 그 아이를 도저히 나무라거나 야단칠 수가 없어집니다. 그 아이가 학교에서 보여준 많은 문제 행동들의 원인은 아이에게가 아닌 어른들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아이는 보고 듣고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을까요? 물론 특별한 경우도 있다는 것도 알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것의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한 채 젖어들 듯이 배워버리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표면적인 문제들만을 다루기에는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기에 교정하는데도 참으로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더 힘든 것은 부모님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교사의 협력의 손길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다가 결국 큰 문제가 터지고 나면

"우리 아이가 이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건 다 친구들 잘 못 사귄 탓이다. 우리 아이는 그저 멋모르고 따라했을 뿐이다."

라는 말씀을 하시거나

"아이가 이렇게 될 때까지 학교와 선생들은 뭘 했느냐? 진즉에 아이 상태를 부모에게 제대로 알렸어야 하지 않느냐? 우리 아이가 어쩌다 이런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애초에 이런 아이가 반에 없었으면 우리 아이가 물들지도 않았을 거 아니냐? 왜 저런 아이들을 잘라 내지 않고 놔둬서 순진한 우리 아이를 이렇게 물들게 만들었느냐? 교육하라고 학교 보내놨더니 학교가 도리어 아이를 망쳐 놨다."

라며 저희를 나무랄 때도 적지 않습니다.

교사인 저를 변명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을 탓하고 원망하고자 함도 아닙니다. 저는 단지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지금 나타내는 문제들의 원인이 그 아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게임을 어떻게 알까요? 텔레비전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그 시작은 결국은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지요. 아이와 제대로 놀아주지 않으면서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 놓은 채 키우면서

"우리 아이는 텔레비전을 너무 보려고 해서 걱정이에요."

라거나, 아이가 심심하다고 할 때마다 게임기나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면서

"아이가 게임이라면 사죽을 못 써요. 저러다가 게임 중독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또는

"우리 아이는 만 세 살도 안됐는데 스마트폰을 저보다 더 잘 만진답니다. 하루 종일 폰만 들고 놀려고 해요."

라고 하는 부모님들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아이는 1차적으로 부모가 만들어 준 공간적 문화적 환경에서 삶을 시작하고 가치를 배우게 되지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는 법을 배우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역할 그 이상으로 아이의 삶의 바탕이 되어줄 가치의 환경인 것이지요.

그러기에 저는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제가 그동안 만났던 많은 저의 멘티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아이들도 저를 처음 만났을 때는 모두 범죄청소년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목숨을 잃게 한 아이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 아이들의 그런 행동 뒤에는 어김없이 어른들의 책임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알기에 저는 이번 일을 저지른 아이들도 단순히 벌을 주어 죄 값을 치르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이들도 어른들로 인해 피해자라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과 그들을 제대로 도와줄 수 있어야 진짜 제2의 제3의 피해자가 더 이상은 생기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 초등학교 진학에 관한 강연을 갔을 적 일입니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140명이 넘는 아이들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을 하였고 강연이 끝나고 난 뒤 제게로 다가온 남학생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저를 향해 자신이 들고 있던 공책을 땅에 내동댕이치고, 연필을 집어 던지면서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우리 아버지도... 허휴유~~ 어휴우~~~ 우리 아버지도....."

차마 더 이상은 말을 잇지 못하는 열 세 살의 아이를 보면서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요. 그 아이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엄청난 폭력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은 결국은 어른들로 인해 얻게 된 상처이지요. 화가 나면 물건을 집어 던지고 옆에 있는 사람에게 주먹질을 해대는 것을 보면서 자란 아이는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떤 해결하는 방법을 선택할까요? 그 아이들에게는 어쩌면 선택의 자유조차 주어지지 못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학교 폭력에 관해 그렇게 걱정을 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성토하는 많은 어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올해 가장 많은 별점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 <써니>는 엄청난 학교 폭력을 화면에 담고 있습니다.

(영화 <써니>에 관한 저의 글이 있는 곳의 주소입니다. 주소 클릭하면 갑니다.^^ http://blog.daum.net/rhea84/13728310 )

말끝마다 난무하는 욕설과 주먹이 오가는 장면들이 넘치는 영화를 극찬하면서 거의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주면서 그것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 일 앞에서는 이렇게 까지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지요? 그건 단지 영화일 뿐이라서요? 현실이 아닌 스크린 속이라서요? 아이들은 <써니>와 <완득이>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고 영화 속의 욕설을 따라 하고 싶고, 영화에서와 같은 불량 서클이 있다면 당장 가입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그 영화 별점이 9점이 넘어요. 어른들도 다 좋은 영화랬어요. 짱 재밌어요. 저고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수없이 많은 조폭영화가 만들어지고 미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드라마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랑하는 연인조차에게도 뺨을 때리는 일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남자도 여자 뺨을 철썩, 여자도 남자 뺨을 철썩, 아버지도 자식 뺨을 철썩, 친구도 친구 뺨을 철썩. 뺨 한두 대 때리는 일이야... 주먹을 날려 상대의 코에서 피가 나거나 입술이 터지는 일도 다반사이지 않나요?

이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알아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서 배울 것은 배우고 배우지 말아야할 것은 알아서 배우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아직 미숙합니다. 그러기에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으면서 잘못 배웠다고 그 아이들만 탓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요? 제가 그동안 25년이라는 세월동안 만난 많은 아이들은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아이들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사진을 한 번 봐 주십시오.

 

 

사진속의 교복은 저희 반 학생의 것이고 화장실 변기에 쑤셔 박혀 있는 것을 꺼내 제가 정성스럽게 몇 번을 빨아 말리면서 찍은 것입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자녀의 교복을 누군가가 화장실 변기에 넣어 놓았다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떠시겠습니까? 세상없어도 그 교복은 입히지 않으시겠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가 그랬는지 꼭 잡아서 처벌을 받게 하겠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를 일입니다.

교복 사건이 있었던 날의 충격은 지금도 저의 가슴을 벌렁이게 합니다. 많은 아이들이 교복이 빠져 있는 변기 앞에서 충격과 두려움에 엉엉 울기도 했습니다.

저희 반에는 아직 한글 맞춤법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 지도 잘 모르고, 생활 예절도 제대로 익히지 못해 많은 친구들이 그 아이와 몸이 스쳐도 깜짝 놀라고 더럽다는 말을 하며 야단을 떨곤 했습니다. 입학식 날, 한 눈에 보아도 그동안의 학교생활을 짐작하게 하는 아이였고 그랬기에 정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아이들에게도 부탁을 많이 했지요. 그 아이도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생각에 학급의 궂은일을 누구보다 먼저 앞장서서 하며 노력을 했고요.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아이는 매일 매일 학교에 오는 것이 즐겁고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는 놀토에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전화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친구들과 어울려 잘 지내고 있는 그 아이의 교복이 화장실 변기에 들어가 있다는 반 아이들의 말을 듣는 순간 제게는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라 울고 있는 화장실로 가서 고무장갑도 끼지 않고 변기 속에 손을 넣어 교복을 꺼냈습니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복을 빨고 빨고 또 빨고, 열 번도 넘게 비누칠을 하고 헹구기를 반복한 뒤에 옷걸이에 걸어 과학실 교구함 손잡이에 걸어 말렸습니다. 그리고 종례시간에 가서 그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은 네가 이 옷을 입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선생님이 네게 바라는 모습이거든. 어쩌면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길지 몰라. 하지만 오늘처럼 변기 앞에서 울고 있지 말고 네 손으로 교복을 꺼내고 빨아서 입을 수 있는 너였으면 좋겠어. 네 교복을 변기에 넣은 그 아이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되거든. '이 정도쯤으로는 어림없어. 난 씩씩하거든.' 하고 말이야. 그리고 너와 쌤은 오늘 집에 가는 길에 로또를 사보자. 옛말에 똥통에 빠진 아이는 무병장수하고 운수 대통 한다고 했어. 너는 중학교 졸업하는 날까지 매일 똥통에 빠진 옷을 입으니 이 옷을 입는 날마다 운수대통할거고, 선생님은 이 교복 꺼내느라 손을 변기에 넣었으니 앞으로 이 손으로 무엇을 하든 대박 나겠지, 안 그래?"

그 아이의 부모님께도 전화를 드려 학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을 하고 속상한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를 하니 백배 사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힘드시겠지만 제가 아이에게 말 한 대로 그 교복을 입혀주셨으면 하는 부탁도 드렸습니다.

학급의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누가 했는지 압니다."

그 순간 반 아이들의 술렁임은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누구인지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선생님은 친구의 교복을 변기에 넣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고 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한편으로 그 아이도 이해해주고 싶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너무 큰 분노로 인해 그렇게라도 해야 자신이 숨을 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나보다 못한 아이가, 나보다 불행해야 하는 아이가 친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참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분명하게 알아두십시오. 다른 사람을 아프고 불행하게 해서는 자신도 결코 행복해지거나 그 친구의 사랑을 대신 받을 수 없다는 것을요. 많은 사람들이 내가 가지지 못하는 것은 파괴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이 사실입이다. 하지만 이성으로 참고 극복하지요. 하지만 본인도 조절이 되지 않아 일을 그르치게 되는 일도 있습니다. 누구나 실수나 잘못은 하니까요. 하지만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으면 합니다. 친구들 중에 인기가 있고 친구들이 서로 도와주려는 사람에게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 친구를 질투하여 그 친구의 행복을 깨버리려고 하지 말고 그 친구를 잘 관찰하고 좋은 점은 배워서 따라하면서 제대로 친구를 사귀는 방법, 친구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배워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그 친구에게 벌을 주려고 합니다. 선생님이 주는 벌은 제대로 사랑받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며칠 후 그 친구를 불러 물어 볼 것입니다. 선생님이 준 벌을 잘 받고 있는 지. 그래서 우리 예쁜 5반 공주님들에게 부탁합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어쩌면 우리 반 모두가 책임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친구를 외롭게 한 것, 그 친구를 분노하게 만든 것에 우리들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하지 못할 것입니다. 선생님에게는 그 친구도 너무도 소중한 우리 5반 공주입니다. 비록 잘못을 하기는 했지만 그 잘못이 자신의 상처로 인한 것이라면 벌을 주기보다는 따듯하게 안아주고 싶습니다. 사랑받지 못해 생긴 일이라면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도와주십시오. 그 친구가 지금처럼 외롭지 않도록,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우리 5반에서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도와주십시오."

아이들이 집에 돌아가기 전에 학부모님들께도 긴 문자를 보내드렸습니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상세히 전하면서 아이와 마주 앉아 누굴까, 하는 마녀사냥을 하는 대신,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따듯한 마음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십사 부탁을 드렸고, 비록 잘못을 하였지만 그 일을 저지른 아이도 소중한 우리의 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를 드렸습니다. 벌이 아닌 사랑으로 모두가 함께 감싸 안음으로서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남의 집 아이도 같이 데리고 가자며 부모님들의 협조를 부탁드렸지요.

아이들은 제 안의 상처가 너무 크면 그 상처만큼 다른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데 결국은 그 상처의 근본을 찾아가보면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라는 겁니다. 그러기에 그 아이를 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수용되고 따듯하게 보듬어지면서 서서히 아이 안에 자리하고 있는 상처와 분노를 녹여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비슷한 일들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제가 올해 가장 감동 받았던 일이 바로 이 사진 속에 있습니다.

 

 

저희 반 지윤이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는 말에 저희 반 29명의 공주님들이 천 마리의 학을 접어 목걸이를 만들어 선물한 것입니다. 아이들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마음을 모아주었지요. 그래서 저는 믿습니다. 아이들이 희망이라는 것을요.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닐 것입니다. 그 아이들도 우리 어른들과 사회로 인한 피해자라는 인식하에 제대로 인간다움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그동안 만났던 보호관찰청소년들 중 많은 아이들은 어쩌면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만큼의 큰 잘못을 저지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도 태어나면서 그런 행동을 스스로 알고 저지른 것은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 지를 제대로 인식하게 하는 가치 교육과 관심과 사랑이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이상 이런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이 없어야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들의 마음이 '제대로' 모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식 가진 사람은 남의 자식 쉽게 탓하지 못한다는 옛말을 떠올리면서 상대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조용히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우리 아이들을 '따뜻한 사람'으로 키우는데 조금 더 노력과 시간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것이 자신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그 아이가 우리에게 주고 간 숙제가 아닐까요? 더 이상 자신과 같은 불행을 겪는 아이가 없도록 해달라는 그 아이의 부탁을 우리는 기억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방법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우리의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부모로서 저 자신과 저희 아이들을 되돌아보며 '행복한 엄마, 행복한 아이들의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또한 저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언제든 손을 내밀어 도움을 청할수 있는 교사가 되도록 더더욱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로서 그 아이의 부탁을 지켜주려 노력해애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이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갓 스무살에, 열 아홉의 어린 나이에 '운명'이라는 단어를 들먹이며 제게 왔던 아이, 그리고 제게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제 곁을 떠난 저희 탁이가 제게 온 이유를 기억하기 위해입니다. 그 어떤 아이도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그 아이의 부탁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랫만에 마음 껏 저희 탁이를 기억하고 추억하고 목놓아 울어 보고 싶은 밤입니다.

제가 가장 자주 하는 말입니다. 기억해 주십시오.

'아이를 지금 사랑해주십시오.'

* 십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들을 소개하는 글로 바로 갑니다. 주소 클릭 http://blog.daum.net/rhea84/13728234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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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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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umdoong
  • |
  • 2012-01-1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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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반갑습니다  그 "주이세"님 맞으시죠? 궁금하고 보고싶었어요 정말로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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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물1호
  • |
  • 2012-01-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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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먹먹합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니 부끄럽고

선생님 같은 분이 계시니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지..

마음으로 함께, 더불어, 응원하며

책임있는 어른의 모습을 저 자신부터 먼저 갖추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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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맘1
  • |
  • 2012-01-11 10:30
답댓글

아.... 감사합니다.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합니다.

부디 모든 선생님들이 선생님과 같고

모든 부모들이 선생님의 말씀대로 책임을 느끼고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저도 모르게 아이에게 아픈 말은 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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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친 금요일..모두들 웃어 보아요~
    • 깔롱맘
    • |
    • 2012-01-13
    1
  • 중등 선행 들어가며 심화 교재 추천 부탁드려요~~
    • 진이
    • |
    • 2012-01-12
    8
  • 아줌마가 미안해...
    • 끄적끄적
    • |
    • 2012-01-12
    6
  • 이미지썸네일 58x58 [중등자주반]1월둘째주~
    • 책사랑
    • |
    • 2012-01-10
    145
  • 남편 행복하게 죽이는 법
    • 호호하하
    • |
    • 2012-01-10
    14
  • 재미없으셔? 그럼 이거
    • 홍박샘
    • |
    • 2012-01-12
    5
  • 내일, 11일 11시 KBS1 행복한 교실을 봐주십시오
    • 난오드리헵번
    • |
    • 2012-01-10
    5
  • 이미지썸네일 58x58 새해맞이 1월 쑥쑥 게시글 로또 이벤트 실시합니다!!!
    • 운영자
    • |
    • 2012-01-10
    0
  • 이미지썸네일 58x58 문법반 아이들을 위한 문제 풀이 싸이트
    • 비얀드림
    • |
    • 2012-01-09
    29
  • 중학수학 과정과 수학자 시리즈 책 연결해서 아시는 분 제게 좀 알려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립니다~~
    • 진이
    • |
    • 2012-01-09
    6
  • [스스로 문법반 - 3]예비 중등반
    • 토대
    • |
    • 2012-01-09
    70
  • [스스로 문법반- 3]예비 6학년
    • 토대
    • |
    • 2012-01-09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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