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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 강미선
  • |
  • 2011-11-01
5

요즘 국내 대학 진학생들은 수능 준비에 한참이고, 해외 대학은 원서 시즌이 시작되었어요.

자녀가 국내 대학이나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제 주변의 엄마들은 성당으로 교회로 절로 기도하러 다니시네요.

마음의 간절함이 신께 드리는 기도로...

 

큰 딸이 올해 재수를 하는 엄마랑 얼마 전에 통화를 했어요.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어요. 작년에는 사실 자존심 때문에 절대 그 대학 이하로는 안 간다....하는 마음이 컸었어요. 아이가 다닌 고등학교서 우리 아이 내신도 썩 좋은 편이고, 그래서 다들 기대를 했어요. 엄마 아빠가 나온 대학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자존심도 있고...그렇다보니 현실적으로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재수를 하게 된 거죠...

올해는 어떤 대학이든 가야한다는 절실함이 생기네요.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는 생각도 들고요. 아이가 다니기 편한 대학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억지로 높은 대학 가기 보다는, 가서 잘 할 수 있는 데가 더 낫지 않을까요? 대학을 낮추고 보니, 마음이 편해요. 정말 작년까지만 해도 생각도 않던 대학인데, 이제는 그 대학만 가도 소원이 없겠다 싶네요. 울 애가 그 대학 합격하면 한턱 쏠께요!^^"

 

고3 아들이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엄마는 이런 말을 하네요.

"다른 스펙은 완벽한데...그래서 크게 걱정 안 했는데, 의외로 SAT가 생각보다 안 나온 거예요. 어쩔 수 없이 대학을 낮추었어요. 제가 몸이 좀 안 좋아서... 다음에 다시 연락할게요."

 

대학을 낮춘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는 목소리가 왠지 미안해하는 것 같이 들리네요.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지요? 미안해요...하는 것 같은.

 

두 아이 모두 능력있고 똘똘한 편이라, 덕담으로 "잘 될 거예요.", "기대하고 있을게요."라는 말을 종종 했었어요.

생각해 보니, 저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의 기대가 아이들의 어깨를 누루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집니다.

기대를 한 것도 있지만,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으니까 잘 하라는 격려의 마음이 컸는데...

 

그것이 아이와 부모의 어깨를 무겁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와 가족에게 넘 미안해집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할 것까진 없는데...그냥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면 되는 건데...

 

문득, 세계 대회에 참가한 한국 대표 운동 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메달 땄다고 울먹이면서,

"성원해 주신 여러분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합니다.."하고 인터뷰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왜 우리는 그 선수를 미안해하게 했을까...

"당신의 자랑거리가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한 걸까...

 

자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을 때, 숨고 싶고, 미안해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동안 수험생 가족에게 "잘 할 거지? 기대할게!"라고 했던 말들을 다시 다 주워담고 싶습니다.

  

괜찮습니다.

잘 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우리가 다 같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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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셋사랑
  • |
  • 2011-11-02 09:08
답댓글

한 때는 내가 가진 성향의 단점을 알고 못고쳐서 참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내 삶의 흔적이 나의 성향으로 해서 내가 만든 듯 해서 가끔씩 자책하고 아팠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성향을 너무 고치려고 드는건 옳지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인정하자.

충분히 열심히 살았고 이정도면 참 괜찮은 사람이다. 나는.

요즘은 그리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고쳐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일은 가능한 하지않도록 노력하자.

 

저는 대학생인 큰딸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점은 많은데

그아이로 해서 다른 사람을 보는 이해의 폭이 넓어진 듯 해요.^**^

금발머리로 톡톡튀는 모습으로 다니는 아이

장애우와 지리산산행으로 일출을 보고 감격에 겨워하는 아이

꼭 곧은 길로만 가는 삶을 바르고 성공으로 보았었는데

이젠 내 아이들의 각자의 삶을 존중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딴지총수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읽고 있습니다.

참 ~~~~~~~  멋지네요. 야인의 냄새가 폴폴나는

그러나 명쾌하고 군더더기없는 해결법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참 세상을 사는 방법은 여러가지구나!

 

흐릿한 가을날에 써 주신

'잘 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래요. 맞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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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자12
  • |
  • 2011-11-01 18:59
답댓글

예전에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정말 아무일도 아닌 일들에 바둥거린 시절이 있었어요.

아이들 학교 보내고 혼자 식탁에 앉아 신문을 보며 밥을 먹다

울컥한 적이 있었어요.

책 서평내용 중 "괜찮아"라는 글에 눈물이 핑 돌았지요.

그리고 제게 정말 필요한 말이 "사랑해"라는 말보다

그 시절엔 "괜찮다."는 말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 시절 누구하나 저를 보며 괜찮다는 말 해주는 이 없이 혼자 바둥거리고 있었죠.

신문의 그 글귀 "괜찮아"는 그날 아침 식사 중 제게 눈물나게 큰 위로를 주었어요.

그때 저도 덩그러니 허공에 떠서 무엇이 옳은지 답답해 할 때였죠....

맞아요. 괜찮아요.괜찮아요.....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지요. 정말 잘~살아왔지요.

우리 모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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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름이
  • |
  • 2011-11-01 13:39
답댓글

John Grisham의 소설 "A Time To Kill" 에 보면 딸 강간범들(백인)을 살해한 흑인 아버지가 자신의 변호사로 백인을 선임합니다.   그 이유로 "여러 흑인들이 흑인의 권리를 항변하는 것 보다 한 사람의 백인이 흑인들의 인권을 옹호하는 것이 판사와 배심원단에게 더 호소력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 흑인 아버지는 승소하고 무죄로 석방되죠. 

 

얼마전 우리나라의 사교육 열풍에 대한 흥미있는 연구결과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교육에 목메고 집착하는 것은 고학력 부모들이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회에서 학력에 따른 차별을 받아봤거나 혹은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력을 필요치 않는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사교육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벽돌공은 중졸이든 고졸이든 전문대졸이든 몸이 튼튼하고 벽돌만 정교하게 잘 쌓으면 되기 때문에 ....."

 

학벌철폐나, 학력차별 없애자는 운동도 고학력자들이 나서야만 한다면 

그 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요? 

이런 사회적 현상을 무시하고 개인적 행복추구가 가능한 것을까요?

 

내가 '한'공부해서 원하는 것들 얻었을 때는 별로 문제인 것 같지 않던 일들이 

엉망인 아들성적을 받아보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문제들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면서 드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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