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 졸업 30년이라고 전화가 왔어요.
선배 언니로 모교에서 교사인 분이 동창회 일을 하는데
우리 졸업 기수가 학교 나가 30년이니 은사들 모시고 행사를 하라네요.
그 연락을 올해 초에 받고 망설이고 망설이다 지난 주 몇 명을 만났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식을 뒤로 미련 없이 학교를 벗어나
아주 단짝을 보는 것을 제외하고는 동기들 사이에서 사라져 버렸더랬습니다.
고3 때 회장이었는데 가정형편이 기울어 그 티를 안 내느라 힘겹게 가식을 부리기도 진력나고
결정적으로 평소 성적에 갈 만한 대학을 못 갔다는 생각에 열등감이 있었어요.
제 세대에 졸업정원제가 생겨 대학 정원을 팍 늘려서 대학 가기가 수월했습니다.
지금 가기 어렵다고 분류되는 대학들을 거의 백 여명이나 갔으니까요.
평소 성적이 낮은 아이가 이름 좋은 대학에 간 뒤 그 레벨에 맞게 거들먹 거립디다.
그게 눈꼴이 시더라고요. 지금 보니 유치한 생각입니다.
30년 만에 만나 이런 저런 소식을 들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수완 좋던 아이는 사업을 하고요, 유명 가수와 연극배우도 있더군요.
전도 유망하던 아이가 연탄가스로 죽은 얘기, 짝사랑 선생님들 얘기.
재밌는 건 공부 잘 하던 아이들은 전부 대학 교수 내지 고교 교사입니다.
얌전하고 공부만 잘 하던 아이들이 모두 교직에 있이니 뛰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
선생님께 곱지 않은 시선 받는 다고 평소 생각하는 제 마음이 더 굳어지대요. ㅋㅋ
저를 TV에서 봤다는 동기들이 있답니다.
서로 모여 얘기하며 걔는 그럴 타입이라고 여겼다네요.
나서는 일을 많이 했거든요. 강당에서 마이크 잡고 행사를 진두지휘 하거나
방송 마이크 켜고 "아 전달사항 있심다.." 하면서 떠들었댔어요.
제 버릇 X 못 준다고. 맞네요. 저는 설치는 거 전문이니까요.
생긴대로 살아야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