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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의 첫만남

  • 걷자12
  • |
  • 2011-09-02
17

가을이네요.

아이들은 분주히 학교에 가고 저는 이제 방학인 것 같습니다.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남편과 아이들이 나가면  갑자기 휑한 집이 어색할 때도 있습니다.

허전한 마음에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집 밖으로 운동하러 나옵니다.

운동을 한 후 오늘은 서점에 갔습니다.

방학동안 아이들과 같이 서점에 와도 아이들 시선의 책을 보았지 내 책은 편안하게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어령 교수님 따님 이민아변호사가 '땅끝의 아이들'이란 책을 내셨습니다. 달인 김병만씨도 책을 내셨고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소아정신과 의사 서천석씨가' 하루10분,내아이를 생각한다.'라는 책을 내셨습니다. 이 책은 세 권 샀습니다. 주위 친한 엄마들에게 꼭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거든요.

 

여러분의 기억에 남는 책의 첫만남은 언제이셨나요?

그리고 어떻게 만나셨나요?그리고 얼마나 사랑하셨나요?

그리고 책은 무어라 생각하세요?

 

저는 책이 우리 아버지입니다.

어릴 적 저희 집엔 제가 읽을 책은 별로 없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집에 있던 두꺼운 삼국지를 방학내 읽자하고 막연히 읽다가 던져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학교 도서실에서 만나던 책들.....

저희 아버지는 서재가 있으셨는데 그 방은 항상 왠지 어렵고 어두컴컴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등학교 시절 호기심에 오빠방,언니방을 이리저리 염탐하곤 했는데 그 방들이 어느날부터 식상해지더군요.

그래서 눈을 돌린 곳이 늘 어렵고 엄할 것 같은 아버지의 서재였습니다. 서재라하니 거창한데요. 그저 작은방에 아버지 책상과 책장들,책들이 있었다는거지요. 집안의 모든 호기심을 채우다 아버지의 서재에 아무도 없을 때 도둑처럼 살짝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의 서재에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본 제목들. 히틀러.게쉬타포, 여러회사들의 경영 노하우,우연한 기회로 알려진 발명품이야기들, 인간관계의 방법......십지어 관상에 관한 책까지.ㅎㅎㅎㅎ

저는 새로운 마법세상에 들어온 것 같았습니다. 마치 모험 속에 보석들을 발견한 것 같은 .....

저는 아무도 집에 없을 때는 조용히 그 방에 들어가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너무도 재미있는 세상이 아버지 서재안에 있었던 기억입니다. 거기다 몰래몰래 갔으니 제게는 모험 같았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책은 유태인들 학살이였습니다. 사진도 있고요. 그 책을 보며 세상이 그렇게 동화 같진 않을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서재를  마스터한 이후로는 서점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책이 제 친구가 되고 스승도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 고민거리를 해결해 주는 책을 찾아보고 집에 와서 읽으며 고민해결도 해보고, 한동안은 시에 빠져 좋아하는 남자를 본 마냥 가슴 설레여보기도 하고. 특히 그 시절엔 너무 좋은 작가분들이 많았던 기억이 납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이문열님,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공지영님,  말더듬이의 겨울수첩의 이외수님,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님, 홀로서기의 서정윤님,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의 아름다운 시귀들.....그 시절이 제게는 책읽기의 폭풍시절이였던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책을 좋아하십니다. 어릴 적 언니가 책을 밟아 매를 맞은 적도 있습니다. 스승을 발로 밟았다고요.

지금도 늘 책을 읽으시고 제 남편에게도 가끔 책 선물을 해 주십니다.

저희 집에 오시면 아이들을 근처 대형서점에 데리고 가셔서 꼭 책을 마음대로 고르라고 하시며 책을 사주십니다.

 

아버지의 서재탐방(?) 이후로 저는 책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때가, 그 고등시절이 제게는 첫만남이였고,

도둑처럼 몰래 보석을 발견한 것처럼 만났으며 폭풍처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제게 책은 우리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를 탐구하려 들어간 방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했으니 말입니다.

 

가끔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고 합니다.

환경이 중요하다합니다...

보는대로 자란다고 합니다.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 기억으로 아버지께서 제게 책을 읽으라 하시진 않으셨습니다.

그저 늘 책을 소중히 생각하시고 읽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친정에 가면 아버지 서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제가 훌~쩍 커버려서인지 그 책들이 예전처럼 눈에 들어오지는 않더군요....

이젠 그 설레임이 대형서점에 가면 생깁니다.

 

지금 아이들의 독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곳에 오시는 분들 보면, 좋은 책들 권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독서와 인연을 두게 되셨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서점에 가면 엄마와 같이 책을 열 권 이상을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향하는 고등학생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선입견인지 엄마와 이야기하면 웃는 아이가 편안해 보이고 행복해보여

부러워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 풍경은 대형마트에서나 쉽게 보는 관경인데......

아이들도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저 제가 중학교 시절까지 책이니 읽는 그저 무의미한 책들이 아니라

글 하나하나 깊이 감동하고 떨려하는 그런 책읽기라면 좋겠습니다.

저도 제 아이들이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작가들의 글 속의 영혼들이 아이의 가슴에 하나하나 자리잡히면 좋겠습니다.

그 글들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건강한 영혼의 엄마가 ,흔들리지 않는 제가 된 것 같이 아이에게도

그런 책과의 만남이 오기를 소망합니다....

얼마 전 ebs에 '리딩으로 리드하라'의 작가 이지성 씨가 나와서 한 말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입시위주의 독서습관을 버리고 독서에 사고와 깨달음을 부모가 강조해 주라 하더군요.

그리고 기억에 남는 말이 우리나라 천재들(세종대왕,다산등)이 받았던 교육은

첫째 인간이 되어라. 둘째 네 할일을 네가 하거라. 세째 책을 읽어라

라며 세종대왕이 노비에게 출산휴가를 준 것에 대해 이야기하더군요.

책만 읽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더군요.

아이들도 그렇게 좋은 책들과 만나면 걱정 없겠죠......

요즘 나라가 정말 시끄럽습니다. 우리세대는, 우리보다 앞선세대는 어떻게 교육을 받았기에

이렇게 흙탕물이 된 건지....

지금처럼  책 많이 읽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미래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네요.

올 가을도 아이들 책도 많이 읽히시고 엄마들도 책 많이 읽으시는 풍성한 가을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서천석님의 '하루10분, 내아이를 생각한다'라는 책을 권해 드립니다.

이 책은 그동안 트위터에 올리신 글들을 책으로 내신건데요.

작가는 책을 서 너장 읽고 내아이를 조용히 생각하고 나와 아이를 생각해 보고

하나씩 결심해 나가기를 권합니다.

학기 초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갈 즈음 제가 트위터를 하기 시작했는데

이분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더 존중해 줄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보던 글들이 책으로 나온다하니 어떤 느낌일지 기대도 됩니다.

창밖 하늘이 이제 높아지네요.....

정말 가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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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이
  • |
  • 2011-09-14 10:42
답댓글

저는 어릴적 집안에 교과서 빼곤 단 한권의 책도 없었습니다. 친구들 집에도 없어서 당연히 집에 책은 교과서만 있는 줄 알았죠. 초등6학년때 학교에서 단체로 책을 주문한 적이 있었어요. 여러권 중 하나를 고르면 선생님이 주문해주시는 거였죠. 저는 어린맘에 좀 있어 보이는(?) [박정희 육영수 전기]를 골랐는데요, 며칠후에 받아본 책은 B5지 보다 작은 싸이즈의 글자는 깨알만한 흑백사진이 간간이 있는 ...보기에도 참 재미없어보이는 책이었죠. 집에 책이라곤 없고 방학 아니라 방과후 집에오면 할일없고 심심하여 그 책을 얼마나 열심히 봤는지...ㅎㅎㅎ...박정희, 육영수는 시대의 영웅이라 생각했았죠.ㅎㅎㅎ. 이래서 어떤 책을 읽는지가 참 중요해요. 돌이켜보면 누가 이런 찌질한 영웅담을 책으로 냈는지 참...

고등학교때는 책의 욕구는 있고 읽을건 없어 국어교과서를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행간에 내가 쓴 메모까지 지겹게 봤죠. 버스오갈때 국어교과서 보는 아이...ㅎㅎㅎ

대학을 가서 저의 폭풍독서는 시작됐습니다. 서점이란 데를 가보았고 정말 책다운 책을 보고 말았죠.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가슴뛰게 행복한건 그때 시작이었나봐요. 돈을 벌면 수입의 10%는 책을 샀습니다. 에고...길어지네요. 암튼 저는 텍스트 위주의 책을 좋아하는데 우리 아이들은 만화좋아하는 아빠닮아 글줄 책은 안좋아한다는게 가슴아프죠. ㅎㅎㅎ. 전 그림과 글이 뒤범벅인 만화가 정신없던데 그게 재밌나요? ㅎㅎㅎ 남편이랑 애들은 만화보고 전 제책보고 그러고 살아요.ㅎㅎㅎ 지금은 도서관 가까이 사는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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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자12
  • |
  • 2011-09-14 12:21
ㅎㅎㅎ영웅담이야기 재미있네요. 그시절엔 더욱 그랬죠. 국가가 국민의 이념까지 통제하던 시절이였으니 말이죠. 저는 공산당은 다 늑대인 줄 알았어요.ㅎㅎㅎ.저희는 영화좋아하는 남편입니다. 가끔 책을 읽긴 하는데 스트레스 때문인지 책도 편안한 책 위주로 읽더군요. 만화도 좋아하고 게임도 좋아하는데 제가 도끼눈을 하고 바라보면 슬며시 정리해 주더군요. 사실 요즘 그게 고민이예요. 집에오면 쉬고 싶은 남편과 집에 오면 공부해야하는 아이들....남편은 저와 쉬고 싶어하고 아이들은 제가 쉬면 같이 쉬려고 하니.....그것 때문에 갈등입니다. 이제 곧 아이들은 사춘기가 다가오고 남편은 갱년기일텐데 두렵습니다. 주저리 저희집이야기를 했네요. 도서관 가까이 사시니 부럽네요. 요즘은 지역별로 특색있는 도서관들이 있던데 아이와 각지역의 도서관 탐방도 꿈꿔 본 적이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경험으로 책을 보면 가슴 뛰신다니 반갑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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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맘
  • |
  • 2011-09-06 14:29
답댓글

저도 책을 읽으려 노력하기는 한데 우리 아이는 아빠 책과 제 책을 빼보곤 합니다

근데 책을 읽고 있으면 마냥 책만 읽고 지낼려 합니다.

그래서 책을 들고 있으면 걱정을 해요

책을 읽으며 나이 들어갈려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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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자12
  • |
  • 2011-09-06 16:25
아이가 부모님께 관심이 많은가봐요.^^그럼 부모님께서 아이책을 읽으시고 책꽂이에 꽂아 놓으심은 어떨까요? 정말 재미있다고 약간 오버도 하시며....어제 저도 아이에게 이지성님이 하신 이야기를 이야기 했어요. 먼저 인간이 되고 네 할일 네가 하고 그리고 책 봐라. 먼저 인간이 되는게 중요하다고요. 어떤 분은 아이한테 그러셨데요. 공부 많이 했는데 인간 안된 사람들 가끔 뉴스에 나온다고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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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혁이맘
  • |
  • 2011-09-06 11:26
답댓글

제 기억에 유년시절 우리집에는 온갖 전집으로 둘러쌓여 있었어요.

그래서 글자도 모르면서 책을 꺼내 읽곤 했는데

언니들이랑 부모님이 깔깔대고 웃어서 왜인가하면

제가 거꾸로 들고 읽고 있었지요.

뭐 읽었다기 보다는 펴놓고 혼자 떠들었던 게지요.

그런 기억이 많이 나요.

특히 위인전이 많았던것 같네요.

옛날 위인전을 읽으면 어릴 적부터 범상치 않아서

그게 늘 저를 불안하게 했었어요.

난 지금 범상하잖아 하면서리.....

그래서 자꾸 기가 죽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혁이에겐 그런 위인전은 안 읽히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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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자12
  • |
  • 2011-09-06 16:15
지난 번 글에 제가 위인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맞아요. 아마도 아이들이 읽는 위인전 전집 시리즈는 거의 위인들이 영웅이나 신화 속 주인공 정도로 미화시킵니다. 배울점만 가득하죠. 그거 읽는 아이들 숨막힙니다. 그리고 가끔씩 초등 1,2 학년용 위인전은 그저 지식습득의 책입니다. 아이들 머리로만 읽지 가슴으로 읽지는 않습니다. 물론 간혹 조숙한 아이가 있긴 한데 대부분 아이들 사고는 이순신-거북선으로 끝나고 가슴으로 읽는 초등 고학년 시절에는 이순신 책만봐도 안다 생각하고 읽으려 하지 않습니다. 정작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기인 초등 고학년에 위인전을 읽어야 위인을 생각하고 바로 나를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의 정체성도 발달하거든요. 맞아요. 그런 위인전은 아이를 위한 책은 아니지요. 출판사를 위한 책입니다. 위인전은 초등고학년에 권하시고요. 위인의 아픔이 드러난 사생활의 흔적까지 드러난 인간적인 위인전이 좀 있습니다. 요즘 신문을 보면 애플의 스티브잡스의 기사가 소소하게 나오는데 그의 성공과 친부와의 이별, 그리고 그의 성장배경과 과정, 그리고 얼마 전 그의 친부가 스티브 잡스에게 후회하며 커피 한 잔 같이 마시고 싶다는 말과 스티브잡스의 무반응... 기사들이 오르더군요.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이젠 대중들은 영웅보다는 공감하는 ,아픔이 있는, 영웅을 ,나와 같은 인간적인 위인을 바라보는거죠. 나혁이맘님, 정말~옳은 생각하시네요. 반갑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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