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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독 혹은 독서 자체가 문제는 아닐 거에요

  • anthropo
  • |
  • 2011-08-17
5

책읽기, 어린 시절의 즐겁고 행복한 한 부분인데, 걱정거리가 되고 계시다니 안타까워서 한 자 보탭니다.

저도 독서광이었고, 지금도 글읽고 글쓰며 살아야 하는 길을 걷고 있고,  두 딸들도 다 책을 많이 즐겨 읽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이들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글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불안하다거나, 심심하다거나 조급해진다거나 그렇진 않아요. 세상은 full of chocolates ^^ 그거 말고도 사실 재미난 일로 가득하잖아요.^^

 

아무런 문제도 아니고, 그저 성장과정 중의 한 면일 수도 있어요. 책을 많이 읽다보면, 혼자 생각이 많아져서 또래보다 과묵해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부딪히고 멍해지기도 하고, 반대로 수다스러워지기도 하고 어느 순간은 오만해져서 다른 사람들이 우스워지기도 하고, 또 그런 순간들을 넘기면 책을 통해 다각도의 간접경험을 하면서 겸손해지고, 자기성찰을 하는 버릇도 생기구요... 그런데 이런 과정들은 되짚어보니 독서가 한쪽에 치우쳐있지 않아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요.

 

활자중독이란 말에 예민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되지만, 걱정하시는 면면들이 과연 책 때문인지, 특정한 독서 성향 때문인지, 독서의 편중 때문인지, 혹은 부모와의 관계 때문인지 먼저 잘 가늠해보셔요.  저희 초5 도 어른용이라고 서점이 분류해놓은 책들도 꽤 보는데요, (특히 한국사나 수과학 책 분야는 어린이 청소년 서가쪽으론 만족못해서) 어른용 소설이나 팬터지는 조심스러워서 이제 슬슬 내가 보던 한국문학을 줘볼까 하는 정도입니다. 여전히 그림책도 보구요 ㅎ 동시, 한시, 철학책, 아래 걷자님이 쓰신 것처럼 문제해결과 관련된 책들,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도서들도 접합니다. 저의 경우는 책이 부족해서 아버지의 낡은 책들 가운데, 꿈의 해석이나 죄와 벌 등등도 초등 때 뒤져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대서사라 할만큼 방대한 양의 글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엮는 팬터지 소설을 주로 써 온 사람이지요^^ 프랑스인 특유의 현학적 문체도 있구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팬터지의 특징 중 하나는 스토리의 강력한 흡인력 때문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걸린다기보다는 그 다음이 자꾸자꾸 궁금해져서 중독이라 할만한 몰입을 보인다는 거에요. 팬터지에 몰입하는 거 자체도 문제점이라고 하기에는 좀 조심스럽습니다. 아드님의 독서 성향은 잘 모르겠지만, 팬터지는 사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잘 걸러주어야 하고(저희 때는 무협, 애정 소설 등이었죠.),

독서의 폭을 넓히고, 또 속도의 강약을 조절할 필요도 있습니다. 읽는 책의 종류가 다양해지면 속도의 강약은 저절로 자리잡게 되죠. 신경써서 이해해야 할 부분은 늦어지거나 다시 곱씹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휘휘. 어떤 경우던 다독을 통해 인지능력 발달속도가 빨라진 아이들은 독서 속도가 평균보다 빠른 편입니다. 과연 제대로 이해를 했을까....? 독서량이 많아지면, 애들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읽은 게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옵니다. 말로, 글로, 혹은 그림으로. 나누면서 더 성장하기도 하지요. 쉽게 터뜨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자주 대화를 하시는 편이십니까? 아이가 어떤 관심을 가졌는지, 어떤 책을 읽는지, 그 책이 그 아이에게 어떤 느낌과 생각을 주는지, 세상 돌아가는 거에 대해 어찌 생각하는지, 요즘 친구들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

부모나 친구들이 대화상대가 못된다고 생각하거나, 현실에서(부모, 친구, 학교 등등) 억압받는다고 느끼고 무의식중에 책에 몰두하는 친구들도 있을 거에요. 그런지 아닌지도 살펴보세요.

상담도 크게 거리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과거와는 환경이 달라져서 제 3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들어줄 필요도 있지요.

 

생각보다 다독이나 속독이 걱정되시는 분들도 많은가 봅니다. 전에도 비슷한 상황에 대해 답글 쓴 기억이 나네요. 딱 맞는 경우는 아니겠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하여 전에 제가 썼던 글 링크해볼께요. ^^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C_001&number=41712&page=2&sel=name&search=anthropo

 

 


: jin님의 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 저희 아이는 5학년 남자아이구요.
> 아이의 독서에 대해서 몇 말씀 여쭐까 싶어서 이렇게 처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 제가 사는 곳은 지방이지만 그래도 이런 저런 학원들도 많고 아는 분들도 계신데, 이것이 사실 저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것 같아요. 그래서 초등게시판에다 올려볼까? 하다가 중학생을 두신 분들이 조금 더 경험이 풍부하시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용기내어 봅니다.
> 저희 아이는 독서를 참으로 많이 하는 편입니다. 글쎄 제가 다른 아이들은 얼만큼 읽는지 실질적으로는 잘 모르겠으나 아이의 독서는 유아때부터 속도가 붙더니 이제는 어려운 그리고 두꺼운 상당한 양의 책들도 읽자마자 끝내니까요. 읽고 또 읽다보니까 자기 나름대로 속독법이 생겼고 어른들이 읽는(주로) 책들도 사다주기가 무섭게 뚝딱뚝딱입니다. 참고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입니다.
>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모두들 그게 무슨 문제인가? 지 아들 글 많이 읽는다고 자랑이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사실 저의 걱정은 아이가 그렇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차이가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가장 눈에 띄게 변화한 것이 성격의 급함입니다. 모든 것을 할때에 서두르고 바쁘고 하다보니까 넘어지기도 자주 하고 실수도 자주 하고......책을 많이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침착하고 차분해지고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그런것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그런것들로 인해서 혼나기도 많이 하고 싸움도 하게 되고 방학이다보니까 더욱 힘드네요.
> 생각할 시간이 없이 너무 책을 읽어대기만 해서 그럴까요? 저는 아이가 식탁에 앉을 때에도 턱하니 책갖다놓고 세워놓고 책을 읽으면 휙 던져버립니다. 밥먹을때엔 제발 밥만 먹고 식구들과 이야기도 좀 하자고 말입니다. 그러면 또 울죠... 다른 생활하는데 있어서 아이가 절대 유별나거나 특이하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멀쩡하고 오히려 리더쉽도 있습니다.
> 하지만 엄마 눈에는 마치도 언젠가 터질 다이너마이트처럼 불안한 건 왜일까요? 남편이 지난번에 활자중독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데, 상담을 받아야 하는건지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도 이런 것인지요? 아이가 책을 많이 읽어서 좋겠다고 주위의 분들이 그럴때마다 저는 그저 웃습니다. 많이 읽는 것과 잘 읽는 것의 차이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고민이 되거든요. 그리고 이럴 때에는 어떠한 방법으로 아이를 잘 이끌어야 할까요?
> 여러 어머님들의 조언을 구하고 싶고 혹시 찾아갈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더운 여름날 건강 유의하시고 좋은 의견 기다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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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리하라
  • |
  • 2011-08-25 14:31
답댓글

 저의 큰아이 키울 때 고민이 이거 였었는데, 그땐 이렇게 어디다 물어 보지도 못했었던거 같네요.

  전 일을 하는데 아이 봐주시는 분이 저 아인 뭐라도 글자가 있으면 들여다 보는게 취미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큰아이가 무지하게 책을 읽어 댔는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근데  그 반면  글 쓰기가 너무 안되는거예요.   너무 힘들어 했습니다.   근데, 차면 넘치게 되어있다고 하더군요,   글도 뭐가 차야 나오는 거지 별로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지금은 중2 인데, 예전 보다는 나옵니다. ㅠㅠ  수행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ㅠㅠ)   근데,    그 동안  쌓인 것의 티는 나더군요.  겨우.

 안쓰로포 님 말씀처럼    교우 관계의 문제도 생깁니다.   아이와 수준이 맞는 아이를 찾지 못하므로 교류 하는 애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게 중 1정도 까지 지속 되더군요.  친구에 관심이 별로 없고,  (대화가 잘 되질 않고 )

 본인 혼자의 생활이 충분히 만족 스러우므로......

 

 근데 중학교 올라 가면서 자연 , 독서와 좀 멀어지더니.( 현실 적  교육 환경 땜에)   사춘기가 살짝 지나 가면서 2쯤 되니  교우 관계도 생기고,     중독성은 왠걸 책도 좀 읽어야 하는데 란 걱정으로   되버렸습니다.  이젠...

 

 아이들은 변하고, 자라니 ,  너무 걱정 안하셔도 될 듯해요.

 단 대화는 많이 필요 할 듯 해요.

 

 책을 너무 좋아 하는 아이는 책 이외엔 별로 관심이 없더군요.  다른 사람에게도...   선생님들 과 주로 이야기 하고....   대화가 되질 않겠다라고, 선생님들이 이야기 해주시더라구요. 아이가 성숙하다고....

 

 근데  시간 지나니    좀 나아지더군요.   다른 아이들도 성숙해지고,  울아인  제자리 걸음도 좀 하고(~)

 앞으로 더 나아 지리라 기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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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리하라
  • |
  • 2011-08-25 14:35
우리 아이가 젤로 책에 미쳐 있었던 시기가 초 5가 절정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초 5에서 6.....그땐 책 사대느라 헉헉.... 판타지도 (문학성있는, 무협지 류 제외)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땐 판타지 땜에 아이와 싸우는 게 일이 었는데, 괜한 짓이었다 싶습니다.
즐 독서 즐기세요.

중학교 가면 안 읽어 고민이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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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teracy
  • |
  • 2011-08-24 08:05
답댓글
anthropo님 좋은글들이 계속 숨어있었는데 이제 게시글로 올라와서 많은 분들이 읽게 되어 참 좋아요.. 요즘 anthropo님 글 읽으려면 숨은그림찾기 하둣이 샅샅이 뒤져야 해서.. 그것 참 재밌는 게임이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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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amjinny
  • |
  • 2011-08-17 22:02
답댓글

와우,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쑥쑥에 꽤 여러 해전부터 눈팅만 즐겨하지만 그리고 쑥쑥몰에서 구입도 잘 하지만...... 이렇게 고민되는 부분을 속시원히 대답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너무 감동해서 눈물나려고 합니다. 가을도 아닌데 요즘은 왜 이리도 감성적이 되는지 나이가 드는것이 바로 이런 기분일까? 싶기도 합니다.

아이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개미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입니다.^^ 독서가 지나치게 편중되는 문제는, 글쎄요. 한 번씩 테마가 돌아오긴 하던데......판타지를 좋아하다가 역사 소설을 읽다가 한국 소설을 읽나? 싶으면 또 어느새 코스모스를 보고 있습니다.

독서는 대체적으로 가리지 않고 골고루 읽는것 같은데 아무래도 남자 아이다보니까 판타지쪽이 많긴 하네요..부모와의 문제라면 뭐 대화의 단절 그런것 말씀이시지요? 저희는 대체로 말이 많은 가족에 속하다보니까(대가족이랍니다.) 오히려 시끄럽다고 자기 방에 들어가면 들어갔지 본인의 의사소통이 단절되는 경험은 거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걱정되는 부분은 아웃풋을 바라는 것이 아니고 독서량이 늘수록 급해지는 성격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게 가장 큰 걱정이고 독서의 속도 조절을 어떻게 지도할 수 있을까? 그런 문제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냥 놔두면 괜찮을까요? 우리 아이말대로 물에 흐르듯이(이 문제에 대해서 아빠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표현을 쓰더군요.) 지켜보면 될까요? 나중에 생각하면 고민꺼리도 아니였노라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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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nthropo
  • |
  • 2011-08-17 23:50
여러 생각을 하다가... 세상 사람이 다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엄마 맘엔 책을 많이 읽으면 이해력이 좋아지고 지식이 느는 것 뿐 아니라, 철도 들고 주위를 배려할 줄도 알고, 차분하며 감성도 풍부해지는 것이 정도인 것으로 기대되지만, 사람이 어찌 모두 같은 길을 걷겠어요. 성격이 급해져도 그것 나름 그 친구의 모습으로 삶 속에 멋있게 소화해갈 수도 있을 거에요.

다만, 자녀 교육의 마스터 플랜을 짜는 부모 입장에서 그 방향을 살짝 바꾸고자 한다면, 그 과정에서 뭔가가 문제이고 고쳐야한다고 생각되신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생각해봤었어요 ^^ 식탁에서 책을 못보게 하면 운다길래...아이에게 가족과의 시간은 무얼까, 혹시 그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억압적일까(ㅎ 죄송해요 ^^ 글 속에 없는 내용은 혼자 막 상상하죠. 제 직업적 특성상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 이런저런 가능성을 생각해봐요 ^^)...
대가족이라는 환경, 참 부럽네요, 엄마는 힘드시겠지만 ^^ 부모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한 것은 아이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되어주시는지를 묻는 거였어요 ^^ 특히, 책을 많이 읽는, 지적으로 성숙한 아이에겐 세상에 나를 제대로 이해할 사람은 책속의 화자들 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지식을 빨리 얻기 위해 글을 읽어치우는 거 자체에 희열을 느끼는 아이들도 있고, 책 속에서만 공감자를 발견해서 그 곳에서 위안을 얻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지요. 그럴 때 지적 의사소통 상대자가 되어주시는지, 그래서 아이가 책 속에서 느꼈던 교감을 소통할 수 있는지, 그래서 그 소통의 물꼬가 다른 생각이나 감정-학교생활이나 기타 사소한 것들까지 -의 소통으로 연결된다면, 걱정하시는 그런 조급함이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제가 이렇게 아무리 떠들어봤자, 삼지니님이 훨씬 아드님을 더 잘 아실텐데요...
아이의 부족한 점 하나가 마음에 콕 박혀서 여기선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장점이 더 많은 멋진 아드님일 거고, 독서가 편중된 것도 아닌 걸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큰 자양분이 될 거에요 ^^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더 관찰해보셔요 ^^ 초 5 이고, 이미 책읽기에서 그런 종류의 즐거움을 아는 아이라면, 이제 시작이에요. 지적 욕구와 세상사이의 다리를 잘 연결해보는 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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