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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11-08-11
32

언젠가...이런 일이 있었어요.

 

같은 학교 학부모가 제게 전화를 해서, "팀 수업을 하려는데 같이 할래요?"하고 물었어요.

좀 뜬금 없었고 그룹 과외까지 할 건 아니라는 생각에, 사양을 했습니다.

그 엄마는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텐데 약간 의외라는 듯이, "정말 유명한 선생님이니까 나중에라도 수업 받고 싶으면 연락해요."하더니 마치 속삭이는 듯 "...전화번호 알려줄게요."라고 했어요.

그 때는 뭐 그런가보다...했는데, 나중에 뒤돌아보니, 제가 감히 제안을 거절한 거였고, 그 엄마가 제게 호감을 갖고 특별히 친절을 베푼 거였더군요.

 

'전화번호를 쥐고 있는 사람이 권력'....이라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음...다음과 같은 풍경들 덕분이죠.

 

#1.

엄마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데 유독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면 한 사람이 그 아이가 과학을 잘 한다는 걸 떠올리고, "00이는 과학 어디서 해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그 엄마는 말꼬리를 흐리며, "그냥..., '아는 샘'에게 과외해요." 라고 합니다.

분위기상, 여기서 더 이상 말 붙이지 않는 게 매너있는 거로 여겨지는 데, 좀 더 나아가는 분도 있습니다.

"어머, 그렇구나~ 우리 애도 과학해야 하는데, 혹시 전화번호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그게...수첩에 적어놓았는데, 집에 있어요."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웬 수첩??)

여기서 분위기 파악한 엄마들은 전화번호 묻는 것을 포기를 합니다. 안 가르쳐주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인 거지요.

거기서 눈치없이 "꼭 알려주세요!!! 제가 이따 전화드릴게요."라고 한발짝 더 한다면 그 엄마에게 완전히 찍히는 겁니다.

 

#2.

자기 아이의 영어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엄마가 어떤 엄마에게 전화를 합니다.

"얼마 전에 영어 에세이 과외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미국 교포라는 분...그 샘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어요?"

그러면, "어머, 이미 끝났는데. 그 선생님 미국 갔어요." 라고 합니다.

 

#3.

인강을 찾던 엄마가 자기 아이가 인강을 듣고 있다던 한 엄마에게 전화를 합니다.

"수학 인강은 어느 샘꺼 들어야 해요?"라고 했더니, "뭐...'자기에게 맞는 샘' 꺼 들어야죠.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르니까..."합니다.

"그렇죠...그럼 00이는 어느 샘꺼 들어요?"라고 물으면, 여기서 노선이 갈라집니다.

친한 엄마거나 그동안 고마운 게 좀 있으면 보답하는 마음으로 약간의 생색을 내며 알려줍니다.

별로 안 친하거나 그 엄마가 얄밉다고 생각하면 "글쎄...내가 그런 건 잘 몰라서."라고 합니다.

실제로 잘 몰라서 못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쨌거나 상대를 서운하게 하는 행동입니다.

 

#4.

수학 교재를 알아보던 엄마가 수학을 잘 하는 아이 엄마를 만나자 얼른 물어봅니다.

"00이는 수학 교재 뭐 써요?" 라며 얼굴을 바싹 내밀면,

"뭐 남들 다 하는 거죠."라고 그 엄마는 한발짝 물러납니다.

"남들 다 하는 그게 뭔지를 몰라서...어떤 문제집 하는데요?" 라고 물으면,

마지못해,"정석이랑 개념원리... 그런 거에요."라고 합니다.

"그것만 해요??"라고 의심쩍은 듯 묻는 엄마에게 "...모의고사 문제집도 좀 풀어요."하고 속내를 내 놓습니다.

그러자 "어머, 벌써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어요?"라고 상대가 깜짝 놀래고, 이 엄마는 아차 싶다는 듯,

"사촌형이 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제대로 풀기나 하는 건지..."하면서 얼버무립니다.

대강 분위기를 파악한 엄마는 '무슨 모의고사 문제집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렇구나~"하고 맙니다. 

물론, "모의고사 문제집 이름 좀 알려줘요."라며 펜을 꺼내는 엄마도 있습니다.

 

암튼 이런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목격하면서, 학원명, 과외샘, 인강샘, 문제집명...이런 정보를 많이 확보한 사람들이 있고, 그걸 알려주느냐 마느냐, 누구에게만 알려주느냐로 유세(!)를 잔뜩 떠는 현상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이런 광경을 보면, '거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지요.

오랜 친구 사이라도 미용실 전화번호는 간신히 알려주고 학원명은 절대 안 알려준다니...@@ 

 

물론, 정보를 갖고 있는 엄마의 항변도 있습니다. 

-어떻게 노력해서 얻은 건데 공짜로 주냐?

-정보를 얻는 댓가로 밥이라도 사라!

하는 엄마들도 있고,

-자식 인생이 걸린건데... 밥 사줘도 안 가르쳐준다!

-붙잡고 이것 저것 캐묻는 엄마들 때문에 엄마들 모임엔 절대 안 나간다.    

하는 엄마들도 있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아...정보력에 계급이 있구나 싶었어요.

 

그러면서 하는 결심...

 

아, 치사해. 내가 찾아내야지!

나는 다 공짜로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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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카야맘
  • |
  • 2011-08-18 12:56
답댓글

어머!!

 

정말 이런일 있나요?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다른 분들처럼 와닿지는 않지만...

 

글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를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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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순이
  • |
  • 2011-08-17 21:19
답댓글
정말 그런가요? 인터넷 유머 싸이트 본 느낌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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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햇살
  • |
  • 2011-08-17 17:33
답댓글

ㅎㅎㅎㅎ

정말 맞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지라 공감백배네요.

저것뿐만 아니라 괜찮은 체험활동,박물관 견학도 몰래 혼자 다니는 맘도 많은 걸요?

그런 정보조차도 나 혼자만 알고 옆사람에겐 주기 싫어하죠.

참 비참한 현실이죠.  저부터도 안그래야 되는데 전 아는게 없어서리 ㅋㅋ

그저 눈,귀 감고 제 아이에게 맞는 거 찾아 집에서 열심히 해볼려구 하는데 학원안다니고 과외안하면 엄마들 만나서 얘기해도 뻘쭘하다는거 .... 참 불편한 현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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