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간 조용히 게시판을 다녀가던 50대맘입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중딩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가끔씩
들러보는 쑥에는 늘, 항상 아파하는 엄마들이 계시네요. 그 동안 글을 올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잘 (?) 참아왔
는데 증등을 벗어난 지금 새삼스럽게 글 올립니다^^ 글을 잘 올리지 않는 분들 중에 강호의 진정한 고수들
이 의외로 많다는 느낌이 들어 조심스러웠는데 이런저런 생각 다 떨치고 그냥 아파하는 엄마들 손 한번 잡아
주고싶어 결국 쑥마당에 들어왔어요. 50대가 되면 이런저런 계산이 흐려지네요. 좋은거죠?
아들 둘 맘이에요. 예비고사세대구요. 애들을 늦게 낳다보니 장단점이 있더군요. 젊은 엄마들보다 확실히 기
운이 딸리지만 그래서 덜 휘둘리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래도 힘들었어요. 많이 아팠구요. 그래서 절
대 글 올리지 않으리라 다짐했음에도 불구하고 지키지 못한 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모른척
하기가 너무 힘들어서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그간 엄마들의 글을 읽으며, 공부만 아니면 아무 문제없고 행복할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공부의 노예가 되
어 하루하루를 고통스럽게 지내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잘 키워보고싶다는 열망으로
엄마표에 관심갖다가 오히려 애들을 잡고 상처주는 부작용도 안타까웠죠. 그럼에도 서로 위로하고 용기주는
쑥의 착한 엄마들 너무 예뻐서 이 아날로그맘이 지금 땀 흘리며 독수리타법으로 낑낑거립니다그려~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우리가 아이들을 잘 키워보겠다고 엄마표 운운하지만 득보다 실이 많다 생각됩니다. 공부는 절대 엄마가 앞
에서 끌어갈 수 없어요. 아주 소수의 아이들이 다행히 엄마랑 성향도 맞고 욕심도 있어 성공하는(?)경우가
있지만 그 또한 그 과정에서 상처를 주고받지 않았다 할 수 없더라구요. 제 생각에-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워
놓고보니- 부모는 코치가 아닌 멘토가 되어줘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어렵죠.
우리 아이도 엄친아였어요. 과거형이죠? 사춘기전까지는..
저도 우리 아이땜에 이렇게 힘들 줄은 전혀 예상 못했어요.
너무도 당연히 엄친아 그대로 쭈욱, 걱정없이 커 줄줄 알았죠.
왜냐하면...
우리 부부 얘기를 해야겠네요. 우린 서울대 커플이에요. 우린 서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사이도 좋지요.
아이들만 기대만큼 따라와주면 아무 걱정없는 부부랍니다.
그런데 잘 따라와주던 아이들이 주관(?)이 생기면서부터 우리집의 걱정거리가 생겼답니다.
세상에 다 가진 사람은 없다더니... 늘 그런 생각이 떠나질 않더군요. 하느님께 물었죠
제가 가진 다른 걸 가져가시고 우리 애를 예전으로 돌려 놓으실 순 없겠냐고..
근데 생각해보니 대신 내어드릴 다른게 쉽게 결정되질 않더라구요.
승승장구하는 남편의 앞길과 ? 사이좋은 우리 부부관계와 ? 건강과 ? 등등... 이런 저런 내가 가진 것들과
요리조리 견주어보면서 아무리 헛된 deal을 해보려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느꼈죠. 아, 내가 이렇게 많은 걸 갖고 있구나, 하고...
공부에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너무나 예쁜 내 아이들과 정말 행복할 수 있겠더라구요.
욕심갖지 않는다는 거, 쉽지 않아요. 그래도 서울대 부부의 자식인데^^
그래도 아이를 돌려놓으려고 말 그대로 지지고 볶은 시간 뒤에 이젠 마음 많이 비웠구요
시간이 지나니 아이도 자연스럽게 깨닫더라구요.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처럼 쉽지 않은 공부지만 지금은 그렇게 생각해주는 것만으로도 너무 고맙고 예뻐요.
물론 아직 공부하는 거 보면 숭숭 구멍 뚫린 게 보여 잔소리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구구단 외우면서
꾸욱 참는답니다 ^^ 욕심이 앞서 아이를 닥달하고 상처준 게 너무 어리석었다고 생각돼서 쑥의 엄마들께
꼭 전해주고 싶었어요.
농사중에 제일 어려운 게 자식농사라죠 ? 성급한 마음에 아무리 최고급 비료를 붓고 애면글면 들여다봐도
다 때가 돼야 곡식도 열매를 맺는다는거, 사실 너무나 잘 알면서 우리 애들앞에만 서면 우린 너무 조급해져
요. 그래서 우리가 가진 이쁜 우리 애들을 느끼지 못하게 돼죠. 공부만 아니면 너무 이쁜 내새끼를 들볶아요
나쁜 엄마가 돼죠. 다 너희를 사랑해서라는 미명아래...
다 때가 온답니다. 조금 빠르고 조금 늦는 차이죠. 엄마가 조급해한다고 그 시기가 빨라진다고 생각하지 않
아요. 몸부림치는 그 시간이 서로 불행할 뿐이죠. 우리의 몫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늘 한결같이 함께해주고
따뜻한 쉼터가 돼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공부를 이끌어 주는 엄마표가 아닌...
오랜동안 후배 엄마들에게 해 주고 싶었던 얘길 한 번에 정리하기가 역시 어렵군요. 사춘기의 아이땜에
힘들어하는 엄마들에게 해 주고 싶은 얘기도 많았는데...
엄마들 ! 힘내세요. 아이 갖고 싶어 노심초사하는 부부도 너무 많아요.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
우리 애들 오늘은 제발 닥달(?)하지 마시고 많이많이 예뻐해주세요. 결국엔 해님이 외투를 벗기더라구요.
우리 애는 주관이 너무 강해 바람이 강할수록 진짜 더 오기로 버티더라니까요. 오늘 꼭 따뜻하게 한 번 안아
주세요. 금쪽같은 내 새끼...하면서요. 부모와 사이가 좋아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네요.
우린 어땠나 생각해보세요. 우리 엄마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면? 우리 시어머님이 내가 음식만
드는 거 하나부터 열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신다면? 친정 엄마라도 짜증나서 요리 안하고 싶지 않겠어요?
우리, 역지사지합시다.
그 동안 힘들 때 엄마들 글 읽으며 많은 도움 받았어요. 아니, 아빠들도 계신 듯...
리치흐름님과 깐순 아빠님은 엄마 아니시죠? ^^ 감사했습니다.
언제 또 쑥에 놀러올 지 모르지만 엄마들 힘내세요. 주변에 엄친아얘기 귀 막으시고 우리 애들 장점만
눈 크게 뜨고 봐 주세요. 우울모드 이제 그만! 모두모두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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