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6월 두째주부터 고요 속으로 잠깁니다. 기말고사를 마쳤으니 학생들 어지간히 신날 겁니다. 저는 지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채점 하고 밀린 레포트 읽고 출석 꼼꼼히 따져보고 겨우 성적 냈습니다. 일주일 걸립디다. 요즘은 교수들이 컴퓨터에 성적을 입력합니다. 공시기간이 있어 학생들은 성적표 받기 전에 미리 자기 성적을 확인하지요. 의의도 제기하고 성적 올려달라고 사정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학생들이 과목마다 성적을 확인하기 전에 과목의 효용성과 담당교수의 강의능력을 평가합니다. 성적을 확인하려면 먼저 교수/강의평가에 답을 해야먄 성적이 화면에 뜹니다. 과목이 도움이 되었는지, 교수가 제대로 가르쳤는지 등등에 꼼꼼히 답하고 의견도 쓰게 되어있습니다. 뭐, 교수가 이 성적을 낮게 받았다고 해서 해고되지는 않는가봅니다. 단지 대학 본부에서 참고나 한다네요. 이 제도가 실시된 지는 꽤 됩니다. 저는 수 년간 이 평가성적이 최고로 높답니다. 원로 교수가 다른 교수에게 얘기해서 알았지, 제 자신은 확인을 않했어요. 관심도 없네요, 자신 있거든요. (제 잘난 맛에 사는 저를 용서하십쇼, 꾸벅~) 미국 얘기 쪼매 할게요. 제가 미국 학교에 3년 있으면서(박사후과정할 때 연구교사로 파견된 거에요) 유심히 본 교사평가에 관한 겁니다. 따지고보면 형식적일 수도 있지만 어쨋든 초임교사는 일년에 한 4번, 베테랑 교사도 적어도 2번은 평가를 받습디다. 주마다 방법이나 횟수는 달라요. 정기적으로 받는 평가(Teacher Evaluation)도 있고 불시에 교장이나 교감이 교실에 들어오는 부정기평가(Snapshot Evaluation), 또 같은 과목 교사들끼리 서로 평가하는 동료평가(Peer Evaluation)도 있습니다. 학년말에 무기명으로 이루어지는 학부모평가(Parent Evaluation)는 봉투에 담아 보내는데 교육청에서 개봉됩니다. 교사들은 이 평가결과를 자기 포트폴리오에 보관합니다(학부모평가 결과는 아니구요). 다른 학교에 취직할 때 이력서랑 함께 제출하지요. 미국에서는 교육청에서 교사 결원 공고가 날 때 자격자가 응시해서 뽑히면 교사가 되거든요. 교사시험 붙어 자격증 있다고 교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다른데 무조건 미국처럼 하자는 건 아닙니다. 단, 평가가 있어도 개의치 않는 미국교사들이 신기해서 한 소리입니다. 저는 우리나라 공립교육 옹호론자입니다. 지금 잘 한다는 게 아니라, 그래도 우리를 이만큼 만들어준 건 공립교육이니까요. 몇 십년 뒤돌아보면 공립교육은 시설이나 교육방법에서 무척 발전했어요. 앞으로 점점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공립교육은 우리의 희망입니다. 그런데 이 공교육이 나아질라면 선생님들이 자신감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왜 이리 에둘러 말하냐면 교사평가 실시방안에 대해 많은 교사양반들이 반대를 하는 모양이데요. 물론 평가는 진지하고 엄청난 연구 끝에 실행되어야합니다. 이 것이 악용될 수도 있으니까요. 가령, 소신을 가지고 교육에 임하는 교사가 웃사람, 혹은 사립이라면 재단에 밉보여 점수를 낮게 받을 수 있죠. 반대로 여기저기에 인기작전을 쓰는 실력 없는 교사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구요. 물론 현재의 교육문제가 절대 교사 탓이 아닙니다. 개떡같은 입시제도와 고용을 창출 못하는 사회지요. 소수 엘리트한테만 문을 여니 우리들이 자식을 몽땅 명문대 보낼라고 애가 타네요. 평가 얘기로 돌아가서.....복잡한 정책이나 현실, 뭐 이런 말 빼고 아주 단순하게 접근합시다. 멋드러진 교육용어도 안 쓸랍니다(그런 말 알도 못 해요). 교실에 있는 멍~한 애 부추겨주고, 상처받은 아이 보듬어주고, 삐뚤어지는 아이 잡아주는 선생님이면, 그리고 연구자료 몇 시간만 더 뒤져서 가르쳐주는 선생님이면 우리는 그 앞에 납죽 절합니다. 부산 모 여고 영어선생님은 실력이 뛰어나 학원에서 손짓하는데 소신을 가지고 학교에 남아계십니다. 한 초등학교 졸업식 때 복도에 가득 모인 학부형들이 담임선생님을 붙들고 우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아이들에게 무척 정성을 기울인 선생님이었어요. 신출내기 여선생 하나는 애들과 자주 문자를 주고받습니다. 애들이 부모에게 않는 말도 선생님께는 해요. 이 선생님들은 "교사평가? 할테면 해봐!" 할 걸요. 올해 대학 1학년 과목을 하나 가르쳤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고등학생이나 매일반인 애들인데 수업시간에 핸폰 쓰고 교과서도 안 들고 들어와요. 자는 녀석들도 있구요. 이런 애들 다루는 선생님들 힘 드실겁니다. 저요? 그런 꼴 못 봅니다. 악 써서 다잡고 같은 짓 반복하는 놈은 교실서 쫓아냅니다. 올해 걔들이 내 점수 짜게 줬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