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름 김은아님 글입니다.
참고하세요~
이 책을 처음 열어보았을 때 작가의 재치에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1, 200백년 전, 아니 그 보다도 더 오래된 alphabet 학습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든 전래 nursery rhyme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alphabet rhyme은 단순히 알파벳을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재미있고,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알파벳을 의인화하여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에서 알파벳은 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으로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A가 B한테, C는 D한테 "I'll meet you at the top of the coconut tree." (코코넛 나무위에서 보자, 싸우기로 하자)라고 도전장을 던지면서 시작됩니다. 이 말을 들은 D가 분을 참지 못해 다른 친구 E,F, G에게도 시비를 걸어 H까지 그 싸움에 동참을 하게 됩니다. 그 누구도 코코넛 나무 위가 얼마나 넓은지 신경 쓰지 않은 채 싸움은 확대되어 I, J, K도 잡기 놀이(tag-along)를 하며 나무 위로 올라가고 L, M, N, O, P도 이 행렬에 빠질 수 없었죠. 결국 나머지 알파벳 Q, R, S, T, U, V, W, X, Y, Z 모두 나무위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코코넛 나무에 정상에 올라서 한바탕 난리를 치기도 전에 나무는 아이들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휘어지고 맙니다. 아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진 것을 본 엄마, 아빠, 이모, 삼촌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아이들이 다치지 않았는지 바지 먼지를 털어주기에 바쁩니다. 그러나 고집이 센 A, ,B, C는 다시 나무에 올려달라고 하고, 이 말을 들은 무릎이 까진 D, 발 끝이 까진 E, 반창고를 바른 E, 허겁지겁 숨이 차게 G도 다시 나무에 오릅니다. 그러니 다른 알파벳도 질 수 없어서 서로 서로 엉겨붙다보니 다시 우르르 나무에서 떨어져서 P,Q,R,S는 눈에 멍이 들고,T는 이가 흔들흔들, 나머지도 모두 나무에서 떨어집니다. 해가 지자 아이들이 모두 떠난 나무에는 둥그렇고 노란 달이 대신 걸려 있죠. 하지만 잠자리에 들었던 A는 벌떡 일어나 맹세를 합니다. 'Dare double dare, you can't catch me. I'll beat you to the top of the coconut tree.' (덤벼 봐, 덤벼 봐, 날 못 잡을 걸. 코코넛 나무 위까지 널 날려 버릴테다.)
이 작품은 으례 nursery rhyme에 등장하는 refrain(후렴구)처럼 chicka chicka boom boom이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skit skat skoodle doot라는 자음과 모음을 강조하여 리듬을 살린 refrain도 한 번 등장하는데, 이들 모두 의미보다는 단지 리듬과 감각에 호소하는 듯 보입니다.
이 작품의 절정은 바로 맨 마지막 A가 외치는 'Dare double dare, you can't catch me. '라는 유치한(?) 구절이죠. 'dare double dare'은 영미권 남자 아이들이라면 한 번쯤 동네 아이들과 다툼이 생겼을 때 외쳐보았을 그런 구문으로 'dare'는 '싸움을 걸다, 용기를 내어 도전하다'의 의미를 가지는 단어인데 'double dare'라면 그런 용기를 더 내어 보라는 조롱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영미권 남자 아이들은 싸움을 시작하기 전 주먹을 꼭 쥔 채 'Here goes'(간다), 'One can only die once'(사람이 한 번 죽지 두번 죽냐?), 'I like dandelions on my grave'(나는 내 무덤위에 핀 민들레가 좋아한다 ;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라고 외친다니 우리 정서와도 무척 비슷하죠. 반면, ' you can't catch me'는 아이들이 공놀이나 잡기 놀이등을 할 때 '못 잡겠지?'하고 술래의 약을 올릴 때 쓰는 문장인데, 아이가 자다 일어나 분을 참지 못하고 이를 갈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을 떠올리니 유치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납니다.
Chicka Chicka Boom Boom은 알파벳이 모두 나무위로 올라가는 장면까지만을 묶어 Chicka Chicka ABC라는 보드북으로도 나와 있는데,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은 Lois Elhert는 Growing Vegetable Soup이라는 작품에서처럼 대담한 구도의 원색을 사용한 작품으로 이름이 높은 일러스트레이터입니다.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문장에서 알파벳은 모두 대문자로 적혀 있는데 반해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아이들을 나타내는 알파벳은 모두 소문자로, 어른들을 나타내는 알파벳은 대문자로 나타나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티각태각하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이 글을 아이와 함께 읽어 보세요. 훨씬 재미있고 쉽게 다가오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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