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고 정신없던 한주를 보냈습니다.
지난 한주는 그리스발 금융위기로 인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던 한주라서, 힘들게 보냈네요,
다음주에도 계속 바쁠 것 같고, 주말 뉴욕도 좋지 못했기에 근심도 많은 주말 저녁입니다.
경영에는 경영스타일, 다시말해서 경영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똑같은 내용의 경영학을 배운 사람이라도 사회에서 경영을 하는 방식은 전혀 다릅니다. 서로 다르다고 해서 어느것이 더 우월하고 그렇지 못한지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스타일과 구본무 회장의 스타일, 스티브 잡스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지만 세분 모두 큰 회사를 잘 경영하시는 분들입니다.
교육에도 마찬가지로 교육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교육관은 어느집이나 다 다르게 마련이지만, 마찬가지로 어느 스타일이 우월하고 그렇지 못한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같은 교육을 받아도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에도 이처럼 공부관이 있습니다.
저는 제 공부관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선 공부라는 어휘에 대한 제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공부의 정의를 배우는 것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이 또한 틀린말이 아닙니다. 다만, 저는 배우는 것은 공부의 부분집합 같은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라는 어휘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공부 스타일이 달라집니다. 다행히도 저는 제 공부관을 아이들로부터 동의를 얻어내는데에 성공하였고, 그래서 제 생각과 비슷하게 아이들도 공부하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에 앞서서 국어 능력에 대해서 잠시 말을 하고자 합니다. 수능이나 논술같은 그런 깊은 의미에서의 국어가 아니고(이런 깊은 의미에서의 국어는 제가 알지도 못합니다.), 말 그대로 우리말을 읽고 이해하는 가장 기초적인 의미로서의 국어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어 능력(정확히는 이해능력이자만)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 능력이 공부에서 너무나도 중요하고, 기초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교과서는 전부 국어로 써있습니다. 물론 외국어는 말그대로 외국어니 다른 나라의 말로 씌여있죠.(수학은 국어도 있지만, 기호 언어도 있으니 참 애메합니다만) 국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사회도, 과학도 전부 국어로 써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의 국어실력은 어른들이 알고 있는 수준보다 한참 더 심각합니다. 제 아이들도 물론 그러합니다. 말을 해줄때 어른들이 흔히 쓰는 표준어임에도 아이들이 모르더군요. 영어로 이야기해주면 아~ 합니다. 이럴때마다 뭔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습니다.
먼저 교과서의 글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글의 가장 작은 단위는 단어입니다(어근이나 접미어같은 언어적 측면은 배제합니다.) 그리고 단어들이 모여서 문장을 이룹니다. 문장은 단락을 이루고, 단락들이 모여서 글을 이루게 됩니다.
글을 이해하려면 단어의 의미를 알아야합니다. 제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공부할 때에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정말 이런 단어도 모르나~ 싶을정도의 단어가 의외로 많습니다. 다른 분들도 국어 교과서를 자기 학년것을 펼쳐놓고 단어 의미를 꼼꼼히 따지면서 체크해 보십시요. 잘하는 아이도 있고, 못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기대 이하라는 생각은 대부분이 하시지 않을가 추측해봅니다.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모르면서 문장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국어는 우리의 말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아는 것이 사회 생활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해 못하는 문장들이 한 단락에 두,세 문장만 있어도 그 단락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글도 전체적인 이해도가 떨어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학생들 정말 국어사전 안찾습니다. 저는 이게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사전을 찾아서 사전적 의미를 알아보고, 그래도 이해가 안되면, 국어사전으로 부족한 경우에는 관련 서적들을 뒤져본다거나 인터넷을 활용한다던가하는 노력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모르겠으면 선생님께 질문을 해야겠지요.
국어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길었습니다만, 그만큼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은 공부에서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임을 명시하고자 하는 의도였습니다. 이제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겠습니다.
공부는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꼭 지켜져야 할 세가지의 단계가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첫째로 공부를 할때에는 목표의식(공부해서 서울대 가겠다 이런 목표의식이 아닙니다.)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이 글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이 단원에서 내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먼저 생각을 해보고 읽는 것과 그냥 무턱대고 읽는 것은 처음부터 집중도에서부터 다릅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국어 사전을 꼭 찾아가면서 읽어야 합니다. 국어 사전을 찾는것이 시간낭비라고, 아니면 유추를 하면서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국어만큼은 꼭 사전을 찾아서 읽기를 아이들에게 권유합니다. 저 또한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찾아봅니다. 국어 사전을 찾아서 읽으면 시간을 오래걸립니다. 그렇지만 몇번을 반복해서 읽은 것 이상의 이해도를 단 한번의 읽기 과정으로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둘을 따져보면 오히려 국어 사전 찾아가면서 읽는 것이 시간이 더 절약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번째 공부의 단계는 모르는 것과 아는것을 구분하는 단계입니다. 사전을 찾아가면서 읽었음에도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들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문제집도 꼭 풀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문제집만큼 내가 뭘 알고 모르는지를 빠르게, 그리고 경제적으로 구분해주는 도구도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의 점수에 연연하지 말고 완벽히 모르겠으면 모르는 카테고리로 포함시켜야 합니다.
세번째 공부의 단계는 모르는 것들만 모아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인터넷을 뒤진다던가, 관련 서적을 찾아서 관련 내용을 읽어본다던가, 혼자서 깊게 생각해본다던가 하는 식으로 스스로 알아가는 노력의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래도 모르면 선생님께 질문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으로는 이런식으로 제 아이들이 공부를 한 후에, 학교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 그 부분의 교과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뿐만 아니라 몇주가 지난 후에도 교과서 내용을 술술 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세단계를 거치면서 공부를 하고 나면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검증의 과정은 이야기 만들어보기입니다. 교과서의 내용을 교과서를 보지 않고도 얼마나 알고 있나를 말로 해보는 겁니다. 수십 페에지에 달하는 교과서의 내용을 술술 말할 수 있다면 공부가 잘 된것이죠.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한 공부가 부족한 것입니다.
이 공부관을 갖기 전, 제 자식들의 공부방법은 무턱대고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푸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대다수 학생들의 공부법이 이와 유사하지 않을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제 공부관에서 보았을 때에 이런 과정은 첫단계의 가장 중요한 것을 안한 것이고, 두번째 단계에서 모르는 것을 걸러내는 것만 하는 공부가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제 공부관에서 보면 이런식의 공부는 진짜 공부(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의 준비과정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공부해서 성적이 얼마나 잘나올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시험보고 나서 머릿속에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는지는 더 의문입니다.
이런 공부법이 시간이 많이 소모되기에 못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등과정에서 이런식의 깊은 공부를 하면 고등학교에 가서 반복되는 부분들에 대한 공부는 조금만해도 다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창 기억력 좋은 나이이기에 신뢰도는 높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부분들, 심화된 부분들에 대한 공부를 보충하면 됩니다. 시험 잘보기 위해서 공부하고 나서 잊어버리는 아이들은 고등학교 가면 그부분들을 다시 또 외워야 합니다. 반면에 알고 있고, 이해했던 아이들은 이 아이들에 비해서 시간투자가 적습니다. 이런 시각에서 중,고등을 합해서 시간계산을 해보면 어느쪽이 더 유리하고 효과적인지를 가늠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공부관은 이러합니다. 교과서만 공부해도 잘 할 수 있다는 분들도 계시고, 절대 부족하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이 차이가 결국 같은 의견일거라고 추측합니다. 국어 공부를 하다가 일부가 실린 작품의 전체를 읽어본다던가, 사회 공부를 하다가 인터넷을 찾아서 관련 기사나 내용들, 백과 사전들을 찾아본다던가, 수학 공부를 하면서 이해가 안되는 공식을 이해하기 위해서 해당 수학책을 찾아서 그 부분을 읽어본다던가 하는 것들이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하는 부분에 포함시킬건지, 아니면 교과서가 아니니까 교과서 외적인 부분으로 포함시켜야 하는지 그 시각차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공부를 교과서를 제대로 공부했다는 부분에 넣는다고 가정했을 때, 교과서만 제대로 공부해도 얼마든지 서울대 갈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설사 서울대를 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 다음에 사회에 나와서 이런 스타일의 공부가 몸에 밴 사람이라면 어느 회사에서도 인정받는 사람이 될 확률을 높여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이건 행정부부터 시작해서 부시행정부중에 퇴임하신 미국 FRB의장이셨던 앨런 그린스펀이라는 분이 계십니다. 이 분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미국의 경제를 훌륭히 지휘해서 역대 가장 성공한 FRB의장으로 경제인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분입니다. 미국은 FRB의장이 FOMC라는 금리 결정 회의를 한 후에 그 결과문을 성명으로 발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린스펀은 이 결과문을 쓸때에 매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단어를 선택한 것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경제에서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혹은 인하는 매우, 굉장히, 아주 아주 중요한 이슈입니다. 모든 사람들의 귀와 눈이 이 발표에 쏠리게 되고, 발표시간을 전후로 해서 거래량과 가격의 변동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린스펀은 금리 결정을 발표하고 그렇게 한 이유를 설명할때에 단어 선택에 매우 고심하고 자신이 직접 단어를 골랐던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의 발표가 끝나고 나면 시장은 그의 말을 분석하는데 열중하게 마련이었는데, 그 해석이 분분했던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한 이유는 어느 한쪽으로 해석되어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혹은 왜곡되어 비정상적인 흐름이 일어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사례는 단어의 선택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가 싶습니다.
이만큼, 어휘 선택은 중요한 것이고, 그러한 어휘 선택은 단어의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국어건 영어건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하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해도는 필수 조건입니다.
아이들은 영어사전은 잘 찾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은 잘 안찾습니다. 우리나라 말이니까 그럴수도 있으려니 하지만, 국어사전은 가급적 찾는것이 좋더군요. 저의 공부관에 비추어 보았을때에는 국어사전은 필수입니다.
중2인 제 자식은 시험공부 기간을 1주일로 설정합니다. 대신 주말에 사회나 과학, 국어같은 과목들을 위의 방식대로 예습합니다. 평소에 예습을 국어 사전까지 찾아가면서, 국어의 경우 역사책까지 찾아가면서 공부를 합니다만, 이렇게 공부를 하는데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국어는 사회나 과학에 비해서(제 자식은 문과지망생이기에 과학을 그렇게 깊게 공부하지는 않아서겠죠)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주중에는 연계도서를 읽습니다만 그래도 영어나 수학만큼 많은 시간을 잡아먹지는 않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해놓고 시험 기간에 암기해야할 것들만 집중적으로 외우고 시험을 보는데, 특이한 현상은 암기할 양 자체가 매우 적어져서 ( 단락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이고, 기존의 공부들이 장기 기억속에 저장된 상태이므로 실제로 암기할 양이 적습니다.) 집중적으로 공부하면서 문제집을 풀어보고 다음날 시험을 봅니다. 물론 성적도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때때로 한과목씩 어렵게 출제가 되면 과학같은 경우는 깊게 공부를 안해서 그런지 점수도 함께 하락합니다만, 국어나 사회의 경우에는 깊게 공부했기 때문에 반평균이 10~20점 정도가 떨어져도 기존의 점수를 그대로 유지합니다.
제 공부관에 비춰서 이것저것 쓰다보니 괜히 글만 길어진 것 같습니다.
공부관에 있어서 왕도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공부관을 갖도록 고민하고 내 환경에 최적화된 길을 찾기위한 고민은 매우 중요한 것이 아닐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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