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막 입학을 하려고 할때에 선배들이 자주 하던말이 있습니다.
"야~, 너도 나중에 애들 커봐. 집에 들어가도 애들이 왔냐고 쳐다보지도 않아. 어쩌다 텔레비젼 보면서 아빠 왔냐고 건성으로 말해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해야 해."
사실 그때는 이 이야기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머리가 나쁜 저의 생각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한것은 쉽게 와닿지가 않아서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러한 것들이 점점 피부에 와닿고, 어떻게해야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을가를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시도한 것은 아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아는 것이었죠. 사실 직장생활을 하고 술자리가 많은 한국의 아빠들에게 내 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이 뭔지는 매우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머님들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회사업무도 척척 해내면서 그 쉬운 아이 반 기억하기를 못한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하시면,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더군요.(다른 아버님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질 IQ의 소유자인 저로서는 이 간단한 것을 외우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이 간단한 것을 내가 왜 못외울까... 아무리 머리가 나쁘기로소니 간단한 암기인데~~ 라는 고민을 해봤죠. 고민끝에 잘 외우려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우는데에 한계가 있다!! 라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제가 궁금한 것이 뭘까 생각해보고, 목록을 작성해봤습니다.
1.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2. 내 아이는 몇반인가?
3. 내 아이는 무슨 과목을 가장 좋아하는가?
4. 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은 뭘가? ( 사실 이 부분에서 요즘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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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다가 점점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바뀌더군요.
5. 내 아이는 무엇을 할때 가장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가?
6. 내 아이는 어떤 고민을 갖고 살고 있는가?
7.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가?
...
그러다가 마지막에 든 너무나도 중요하고 원초적인 생각!!
내 아이는 아빠를 좋아하는가!!
질문 리스트를 만들다가 든 이 생각에 저는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1번도 모르는데 마지막 질문을 알 턱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었죠.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공감대를 수학을 통해서 접근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했고, 지금까지 이 실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최선은 다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알아줄지 ( 알아주기를 바라는 제 맘이 너무 솔직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철이 없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님같은 분께는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요.), 얼마나 저랑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이랑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물론 이후로는 지들끼리의 스케쥴에 맞춰 친구를 만납니다. 더 이상 부모를 따라서 놀러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참 많이 컷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제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임을 알면서도, 저 자신도 그러했음에도, 나이 먹을만큼 먹어가지고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제가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닐가라는 반성도 해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주변에서 저를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꽤 됩니다. 이따금씩 아이로부터 오는 문자, 상이라도 하나 받을라치면 어김없이 걸려와서 자랑질을 해대는 흥분한 아이의 목소리, 어버이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엉망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지만 내 눈에는 가장 아름다운 카네이션으로 보이는 내 가슴에 달린 훈장, 이런 것들만으로도 저는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동료들, 아니 아빠들의 세계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마치 영웅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늘 아이와 부딪히는 어머님들 눈에는 이해가 안가고 어린애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아빠들의 세계에서는 이 정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도 한때는 아이들로부터 외면받는 아빠였습니다. 날마다 술먹고 늦게 들어오는 아빠, 얼굴보기 힘든 아빠, 주말이면 취미생활이 최우선인 아빠.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아이의 학업에 관심을 갖고 나란히 책상에 앉아서 각자의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회사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아이와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의 글이 다른 아빠들에게 어쩌면 큰 스트레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라도 어머님( 쑥쑥의 대부분은 맘들이시더군요.)을 통해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눈 딱 감고 1년만 주말을 투자해 보십시요. 그 어떤 취미 생활보다 재미있고 그 어느때보다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보너스가 있는데, 반찬이 달라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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