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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에 쌩뚱맞지만...

  • 리치 흐름
  • |
  • 2010-05-05
6

저희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막 입학을 하려고 할때에 선배들이 자주 하던말이 있습니다.

"야~, 너도 나중에 애들 커봐. 집에 들어가도 애들이 왔냐고 쳐다보지도 않아. 어쩌다 텔레비젼 보면서 아빠 왔냐고 건성으로 말해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해야 해."

 

사실 그때는 이 이야기가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머리가 나쁜 저의 생각으로는 경험해보지 못한것은 쉽게 와닿지가 않아서 그러려니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커가면서 이러한 것들이 점점 피부에 와닿고, 어떻게해야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을가를 생각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시도한 것은 아이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아는 것이었죠. 사실 직장생활을 하고 술자리가 많은 한국의 아빠들에게 내 아이가 몇학년 몇반인지, 가장 친한 친구 이름이 뭔지는 매우 기억하기가 어렵습니다. 어머님들 입장에서는 잘 이해가 안되실 수도 있겠지만, 복잡한 회사업무도 척척 해내면서 그 쉬운 아이 반 기억하기를 못한다는 것은 변명이라고 하시면,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렇더군요.(다른 아버님들은 어떠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질 IQ의 소유자인 저로서는 이 간단한 것을 외우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그렇다고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이 간단한 것을 내가 왜 못외울까... 아무리 머리가 나쁘기로소니 간단한 암기인데~~ 라는 고민을 해봤죠. 고민끝에 잘 외우려면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외우는데에 한계가 있다!!  라는 나름대로의 비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제가 궁금한 것이 뭘까 생각해보고, 목록을 작성해봤습니다.

 

1. 내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2. 내 아이는 몇반인가?

3. 내 아이는 무슨 과목을 가장 좋아하는가?

4. 내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은 뭘가? ( 사실 이 부분에서 요즘 인기 있는 가수가 누군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에 ㅠ.ㅠ)

.

.

.

.

 

이런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다가 점점 이야기가 추상적으로 바뀌더군요.

5. 내 아이는 무엇을 할때 가장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가?

6. 내 아이는 어떤 고민을 갖고 살고 있는가?

7. 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가?

...

 

그러다가 마지막에 든 너무나도 중요하고 원초적인 생각!!

 

내 아이는 아빠를 좋아하는가!!

 

질문 리스트를 만들다가 든 이 생각에 저는 충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1번도 모르는데 마지막 질문을 알 턱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었죠.

 

정말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연구했습니다. 그러다가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공감대를 수학을 통해서 접근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실천했고, 지금까지 이 실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 나름대로 최선은 다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알아줄지 ( 알아주기를 바라는 제 맘이 너무 솔직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철이 없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님같은 분께는 참 부끄러운 이야기지요.), 얼마나 저랑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이날에 아이들이랑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 물론 이후로는 지들끼리의 스케쥴에 맞춰 친구를 만납니다. 더 이상 부모를 따라서 놀러가지는 않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참 많이 컷구나~~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또 한편으로는 서럽기도 합니다. 자식들이 제 품을 떠난다는 사실이 당연한 자연의 이치임을 알면서도, 저 자신도 그러했음에도, 나이 먹을만큼 먹어가지고 이런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제가 너무 이기적이기 때문이 아닐가라는 반성도 해봅니다. 

 

그래도 지금은 주변에서 저를 부러워하는 동료들이 꽤 됩니다. 이따금씩 아이로부터 오는 문자, 상이라도 하나 받을라치면 어김없이 걸려와서 자랑질을 해대는 흥분한 아이의 목소리, 어버이날이면 세상에서 가장 엉망으로 만든 카네이션이지만 내 눈에는 가장 아름다운 카네이션으로 보이는 내 가슴에 달린 훈장, 이런 것들만으로도 저는 동료들로부터 부러움을 한몸에 받고 있습니다.

 

동료들, 아니 아빠들의 세계에서 이 정도만으로도 마치 영웅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늘 아이와 부딪히는 어머님들 눈에는 이해가 안가고 어린애 같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아빠들의 세계에서는 이 정도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도 한때는 아이들로부터 외면받는 아빠였습니다. 날마다 술먹고 늦게 들어오는 아빠, 얼굴보기 힘든 아빠, 주말이면 취미생활이 최우선인 아빠. 큰 도움은 되지 않지만, 아이의 학업에 관심을 갖고 나란히 책상에 앉아서 각자의 공부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회사 업무에도 큰 도움이 되고, 아이와도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 경험의 글이 다른 아빠들에게 어쩌면 큰 스트레스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혹시라도 어머님( 쑥쑥의 대부분은 맘들이시더군요.)을 통해서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정말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 눈 딱 감고 1년만 주말을 투자해 보십시요. 그 어떤 취미 생활보다 재미있고 그 어느때보다 삶이 윤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보너스가 있는데, 반찬이 달라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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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둘맘
  • |
  • 2010-05-0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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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남편 반찬이 요모양인 이유가 이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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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치 흐름
  • |
  • 2010-05-06 18:28
읽자마자 웃고 말았습니다.
그 반찬이 달라지는 것이 저도 참 희한했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꽤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와이프와도 왠만해서는 잘 안싸웠던 것 같습니다.
저희집 가정의 평화(?)가 찾아왔고, 저도 마침내 와이프로부터 사람으로 대접받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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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들바람
  • |
  • 2010-05-06 11:07
답댓글

생뚱맞기는요. 어린이날에 딱 맞는 이야기 십니다.

선물 몇개 용돈 얼마 보다도 어른들이 이런걸 고민해야 할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희 남편이 아이들과 하는것은 정말 딱 하나 자전거 타러 나가기 입니다.

그것도 아이가 크니까 함께 타러 나가줘요 아주 감지 덕지 하고 있습니다.

각종 스포츠(해외까지 섭렵)경쓰실라... 회사야근에... 본인 운동에... 아빠들 바쁘시지요.

월드컵을 앞두고 벌써부터 심난합니다. 월드컵 기간에는 완전 아빠 없음입니다...

둘째 꼬마는 대놓고 아빠는 안사랑해를 남발하고 있는데도 본인 세계에 빠져사는 남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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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치 흐름
  • |
  • 2010-05-06 18:31
오늘 하루종일 바빴습니다. 좀 힘든 날이었어서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보니 퇴근이군요.
우울한 동료들을 위로하러 작은 회식을 마련했습니다. 나가기 전에 잠깐 들렀는데 반가운 덧글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빠가 공부를 하던, 운동을 하던, 음악을 하던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월드컵 기간에는 아이와 함께 보내기가 힘들더군요. 아무래도 맥주집에서 호프 한잔에 축구를 보는 것이 맛이고, 남자들 입장에서는 4년에 한번 오는 삶의 낙이랄까요. 아이가 좀 더 크면 아빠께서 공부도 봐주시지 않을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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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맑은날
  • |
  • 2010-05-05 22:00
답댓글

훌륭하십니다..아빠가 나서는 집은 스케일이 다른거 같아요..우리집 남편도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네요..제가 이런말 하면 남편은 그래도 주위에 자기만큼하는 사람 없다고 합니다..그래도 쑥에 계신 다른 아빠들처럼..영어 수학 예술등 다양하게..깊이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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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치 흐름
  • |
  • 2010-05-06 18:34
훌륭이라는 말을 쓰시니 어디론가 숨고 싶습니다.
남편분께서도 최선을 다하고 계실겁니다. 그래서 자기만큼 잘하는 사람 없다고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겠지요. 남자들은 보통 직장의 분위기나 퇴근시간등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정말로 현재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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