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버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랐다.돌 무렵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 소리 한번 해보지 못하고 자랐다.6남매의 막내로 형과 누나의 귀염을 받고 자랐지만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성장해야했다.어려서부터 엄친아로 어머니에게 언제나 기쁨을 드리는 막내였다.아버지 없이도 이렇게 잘 키우신 우리 어머니를 생각하면 두아들 잘 키워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어머님은 두해전에 돌아가셨지만 내게 아이들을 참 잘 키운다고 칭찬을 많이 해 주셨다.그리고 손자들도 아빠의 어린시절과 똑 같다고 늘 말씀하셨다.나도 내 손자들를 보며 우리 아이들 어린시절을 떠올릴 수 있을까?
결혼하고 큰아이 낳으며 아버지 없이 외롭게 자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가끔 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남편은 아기체조를 시켰다.20년전에는 육아서가 많이 나왔는데,시중의 육아서는 모두 구입해 읽던 아빠였다.잦은 해외출장과 실험실 생활로 집을 비워야 하는 날엔 집에 전화를 걸어 아기체조시켰냐고 묻곤 했다.호두를 많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호두를 갈아 이유식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짱구머리 만든다고 엎어서 재우고 밤새 보초를 서고 귀저귀 갈 때면 달려와서 머리를 손에 받쳐주었다.
내게는 너무 피곤한 지극정성이었다.
20년전 프레벨이라는 회사의 전집을 사가지고 와서 놀랐다.그당시 프레벨 교구를 비롯한 자연관찰(이 책은 초등고학년이 되도록 아이들이 즐겨봤다)전집을 사가지고 왔는데,연구소에 방문판매원이 왔었는지...그 가격이 그때 돈 백만원...나는 거의 기절지경이었다.그러나 그 프레벨 교구와 책전집 세트가 우리 애들 유아 시절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다.그후로 영어책을 비롯 우리말 책,문제집까지 아이들 책은 아빠가 모두 주문해 준다.매직트리,로알드 달의 책도 남편을 통해 알았다.교육사이트라고는 모르는 사람이 이 책을 어떻게 알았을까?지금도 의문이다.난 지금도 인터넷 카드 결제를 할 줄 모른다.물론 대학에 들어간 큰 아이의 전공교재를 비롯 읽어야 할 교양있는 서적도 모두 아빠가 주문해 준다.이번 학기에는 논문과 자료들을 급히 제본해야 해서 라면 박스 몇개분의 자료를 하루밤을 새우며 복사와 제본을 직접 해 주기도 했다.아이는 아빠가 정성스럽게 보내준 자료와 책들을 이불삼아 잠을 잔다고 한다,대학들어가고 한번도 이불을 덮고 잔 적이 없다고 한다,책보고,자료를 읽다 잠들어 그것이 이불이 된다고 한다.
남편은 아이들 초등시절 운동을 많이 시켰다.수영은 3,4년 날마다 해야했다.비염이 심했던 아이를 수영장에
날마다 보내다니...난 절대 반대반대했지만 결국 6개월 정도 지나며 비염은 말끔해졌다.주일날은 등산을 시켰다.애들 어린 시절 대덕연구단지에 살았는데,카이스트 앞의 갑천에 자전거를 끌고 아침에 나가 저녁 먹을 무렵 돌아오기도 했다.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점심이 되면 밥을 먹고 여기저기 한없이 돌아다녔다는 것이다.맙소사! 지금도 운동을 시키고 싶어하는 마음은 간절해서 학교내 포스코 수영장에서 수영하면 용돈을 인상해 주겠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이제 머리가 커서 부모말은 듣지도 않는다.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 아이들 체력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애들은 중학교 가면서 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는데,밤 1,2시까지도 잘 버틴다.물론 하루종일 공부하고 ,대학생인 큰애는 시험때 1주일씩 밤샘을 해도 물론 잠깐씩 눈을 붙이지만...오늘의 공부는 어려서 길러준 체력과 지구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악기에 대한 열정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 한시간은 악기 연습을 해야했다.큰애는 피아노 작은 애는 바이올린..우리가 쓰는 유일한 사교육비였지만 콩쿨을 나갈때 치밀한 준비는 늘 아빠 몫이었다.음악을 좋아했던 남편은 인간 '메트로놈'이었다.악기레슨비는 정말 아끼지 않고 맘껏 썻다.쿵쿨을 준비하려면 이웃에 피해를 줄 것 같아,동네 교습소까지 빌려 연습을 하고 격려를 하며 우리는 열정을 불태워 악기를 배웠다.아마도 어린 시절 배우고 싶던 악기에 대한 로망을 두아들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듯 했다.유명한 연주자의 연주를 들려주며 때로는 직접 레슨을 시키기도 했다.난,음악을 싫어하는 사람이기에 좀 힘들었다...
중학교 시절 큰아이는 심한 사춘기를 겪으며 아빠와 힘든 시기를 보냈다.요즘 애들은 아빠들이 바쁜 탓에 엄마손에 자라며 큰 스트레스 없이 청소년기를 보낸다.그러나 저녁식사를 늘 함께하며 아이들의 생활태도를 간섭하는 아빠가 너무 부담되고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엄마에게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을 내면 하루 반나절 벌을 서야 하기도 했다.무슨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회초리도 몇 번 맞았다.요즘 애들 정말 키우기 어렵다.욕심이 많고 승부근성이 강한 성질 드러운 큰애를 키우며 힘들었다.남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무탈하게 힘든 고비고비를 넘기며 아이들은 이만큼 자랐다.
토요일은 남편이 2주간의 국가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나오는 날이었다.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큰애를 만나러갔다.큰애는 시험기간이 다가오며 도서관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는 듯 했다.아빠는 아들을 찾아 중앙도서관으로 가서 중도 옆 카페소반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카페소반에서 밥을 먹으며 부자간의 수다는 늘어져서 투썸플레이스로 자리를 옮기고 2,3시간을 넘기며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거기서 큰아이의 절친(여친)을 보았는데,내게 전해주기를 키와 덩치가 크다고 한다.사진속의 모습과 상상은 여지없이 무너지고..ㅎ
아이와 진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로스쿨을 가던, 유학을 가던, 학비걱정은 말라고 했단다.(요즘은 대학졸업후 교육비가 상상을 초월한다)엄마가 얼마든지 대줄 수 있다고 ㅠ.. 아빠가 대줄테니 걱정말고 공부하라 하지, 왜? 엄마가 학비를 댄다고 했는지 의문이다.내가 경제력의 주도권을 잡고 있어서 였을까? 2주일 동안 일하고 받은 심사수당에서 수표한장을 꺼내 쓰라고 주었더니 수표는 써 본적이 없다고 거절을 하기에 지갑에 있던 만원짜리 몇장을 주었다고 한다.아들은 행복해 하고...참 소심한 아빠와 내 아들.
우리 애들은 아빠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밤 11시 취침,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사우나 그리고 하루종일 연구.집에 와서도 공부.TV도 안보고 물론 한때는 영화광이었지만...
친구를 만나도 밥만 먹고 헤어지고 술자리도 일년에 몇번.너무나 단조로운 삶을 사는 아빠의 모습에 " 아빠는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사느냐?" 고 물었다고 한다.
대답은 껄껄 웃으시며 "사랑하는 두 아들과 아내가 있어 행복하다" 라고 대답했다고 한다.아들이 먼저다.ㅠ..
그리고 무엇보다 평생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어서 살아야 하는 의미가 있으니 ...
그런데 아들은 딱 한가지 또 궁금한 것이.....
그당시 전자공학하면 취직도 잘되는데 왜? 어려운 형편에 모두들 말리는 공부를 계속했냐고 물었다고 한다.
"공부가 하고 싶어서..." 지금 생각해 보니 블루오션을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그러면서 너도 '돈' 많이 벌 궁리만 하지말고 네 인생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라는 말을 남기고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끝을 맺었다고 한다,.
과연 내 아들은 어떤 '블루오션'을 선택할 것인지?
아빠와는 달리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
항상 마음의 부담이 되었던 아빠가 학자이니 자식은 학자 이상의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이젠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아빠의 인생은 아빠의 인생이고, 아들의 인생은 아들의 인생인 것이다.
유난히 아들을 좋아하고,둘째 아이도 아들이기를 간절히 원했던 남편...그렇게 아들이 좋을까?
딸 키우는 엄마들의 심정이 그러할까?
난...뭐야. 아무튼 누구도 시샘은 하지말자.아들과 사이 좋은 아빠,특별한 사이의 모녀들을..
일기는 일기장에 쓰자!
다행인 것이 익명의 공간이기에...
나를 알고 계신 분은 두명 정도..ㅎㅎㅎ
계속 신비주의로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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