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늘 하니비님이나 할아버지님같은 분들의 좋은 글들을 읽기만 하다가 문득 죄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는 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수학이 좋아서 수학을 공부하는 아마츄어일 뿐이지요. 물론 제가 공부하는 수학은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수학도 있고, 그렇지 않은 수학도 있습니다만, 어제 제 아이가 저에게 물은 질문때문에 ( 어쩌면 글을 올리는 이유가 제 아이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긴 합니다만... ) 몇자 적어봅니다.
제 아이의 질문은
" 수학을 왜 공부해야해? " 였습니다.
저는 이 질문을 받고 맨처음 반대로 물었죠. "너는 왜 공부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이의 대답은 주저리 주저리. 세상에 수학과 관련된 것들이 많고 공학이나 이런데에도 많이 쓰이고. 뭐 그저 그런 진부한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죠.
다시 아이의 질문이 돌아왔습니다. " 사실 세상을 살아가는데에 수학이 필요없는 분야도 많잖아. 그런데 굳이 이렇게까지 고생해가면서 대학가려고 수학 공부 해야하는건지 걍 생각이 나서! "
수학을 늘 공부하면서도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은 참 드문 것 같습니다. 저역시도 대학을 가기위해서 수학을 공부했었고, 그때는 왜 수학을 공부하는지 몰랐지요. 요즘 아이들은 그나마 저희때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수학이 현실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영화나 일상 생활등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관련된 수학 서적들도 많은 것을 보면 참 우리때보다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 맞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수학을 그저 취미로 공부하는 처지에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라는 거창한 질문에 대한 정답을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럴 실력도 못되며, 그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의 수학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고, 아이들이 혹여나 이런 질문을 할때에 부모님들의 답변에 도움이 조금이라도 된다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해하시고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역대의 위대한 수학자들을 보면 철학자를 겸했던 경우가 참 많습니다. 대표적인 경우로 고대 그리스의 많은 철학자들이 수학자였지요. 탈레스도 그렇고, 플라톤도 그렇습니다. 고대 그리스 뿐만 아니라 좌표를 창시한 근대 철학의 아버지 데카르트도 그렇고, 동시대의 파스칼도 그랬고, 현대에서 찾는다면 화이트헤드와 함께 1+1=2를 증명한 러셀도 철학자입니다. 이 이외에도 수학자가 철학을 겸비했던 경우는 수없이 많습니다.
저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로부터 왜 수학을 공부하는가에 대해서 저의 생각을 말해보고자 합니다.
속된말로 개똥철학이라고 하지요? 누구나 자신만의 삶의 원칙이 있고 선호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분명 존재합니다. 위대한 철학이건 개똥철학이건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삶을 고찰하는데에 있어서 필요한 도구들을 찾아보고 생각하다가 보면 철학에 있어서 수학이라는 학문이 꽤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철학의 출발은 논리입니다. 어떤 사고의 대상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고찰을 하다가 보면 논리가 필요하게 되고, 논리로부터 시작되는 일련의 흐름들은 자연스럽게 수학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저도 술자리를 즐기는 편입니다만, 술자리에서 흔히들 오고가는 일련의 대화들을 가만 듣고 있어도 논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 이게 이렇잖아? 그런데 김부장이 이러더라고... 이해가 되냐? 더러워서 회사 때려치든가 해야지~~" 이런 흔하디 흔한 주당들의 탄식속에서도 논리를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술자리에서조차도 이러할진대 하물며 일상적 생활에서는 어떻겠습니까? 위에 적은것처럼 철학은 논리에서 시작하고 이 논리는 수학으로 이어지는데 ( 명제나 증명은 수학의 꽃이자 논리의 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것을 바꿔말한다면 수학은 논리를 키우는데에 더없이 좋은 학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유클리드는 당대의 많은 철학자들로부터 논리적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원론을 쓰면서 공리와 공준을 만들었고, 이들로부터 많은 논리적 결함이 없는 정리들을 이끌어냈습니다. (물론 후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이 나오고 평행선 공준에 오류가 있는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평평한 공간이라는 가정에서 본다면 평행선 공준도 틀린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요.) 그가 위대한 수학자로 평가받고, 그의 기하학에 대한 생각이 현재 우리의 아이들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그의 위대함은 더없이 깔끔하고 명쾌한 논리때문이 아닐가 생각합니다. 이처럼 수학은 논리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서 비춰본다면 수학은 일상생활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기초 도구로서 인식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수학을 공부하는 첫번째 이유라고 전 생각하죠.
두번째 이유는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는 힘을 길러주기 때문입니다. 수학 문제들을 풀다가 보면 난제들을 만날 때가 많습니다. 학생들은 이런 난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수학과의 힘든 싸움을 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것들이 쌓이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몸에 습관처럼 베어버리게 됩니다. 현실에서는 선택의 순간이 수없이 많고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학은 보다 낳은 선택을 하도록 분석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분명합니다. 실제로 선택을 경제적 가치에 비추어서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계량화한 수학자는 굉장히 많지요. 단치히나 존 내쉬같은 경제학자도 그렇고 다니엘 커너먼 같은 행동경제학자들도 통계나 심리를 접목하여 비이성적인 인간의 선택을 분석하는 수학적 접근을 많이 했었습니다. 또한 힘든 역경이 다가오면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수학이 분명 높여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이유에서만 보더라도 수학은 충분히 공부할 가치가 있습니다. 영어나 외국어가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유용한 도구라면 ( 물론 문학적 가치측면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 수학은 세상을 살아가는 유용한 내면적 도구가 아닐가 생각해봅니다.
수학을 공부하기에 앞서서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지치고 힘든 수학 여정에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에게 좋은 모티브가 되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 감히 글을 올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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