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광풍은 합리적인 행위다
▣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영어도 한마디 못해? 나가”
2007년 6월23일 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영어 광풍’을 다뤘다. 이 프로그램의 메시지는 전 국민이 다 영어 광풍에 휩쓸릴 필요는 없으며, 영어가 필요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영어를 잘하면 된다는 것으로 압축할 수 있겠다. 맞긴 맞는 말인데, 설득력이 떨어진다. 왜 그런가?
지난 4월 국내 영문학자들이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라는 책을 냈다. 영어 광풍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고 있는 책으로 <그것이 알고 싶다>의 메시지와 통한다. 소중한 작업으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언론은 이 책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어를 잘하고, 잘 아는 사람들인 영문학자들이 한 이야기라 귀담아들을 가치가 있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엔 바로 그 점이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무슨 말인가? 나도 ‘광풍’이라는 말을 쓰긴 했지만, 나는 그 광풍이 매우 합리적인 행위라고 본다. 광풍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영어를 아주 잘하는 사람들이거나 좋은 학벌을 갖춰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다.
꼼꼼하게 살펴보자. 한국에선 애초부터 영어 공부의 주목적은 실용성이 아니다. 내부 경쟁용이다. 자녀를 영어권 국가에 유학이나 어학연수를 보낸 부모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한국에서 좋은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어를 공부시키는 것이다. 한국 영어 공부 120여 년의 역사가 웅변해주는 것도 그 점이다. 영어 공부는 일종의 권력투쟁이다. 자신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영어 광풍에 휩쓸려놓고선 이제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영어 광풍을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될 건 없지만 어째 좀 허전하다.
똑같은 대학, 똑같은 학과를 나와도 영어가 우열을 결정한다. 2006년 3월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서울대 경영학과 86학번 졸업생 51명을 조사한 결과, ‘영어 실력이 우수하다’고 응답한 그룹의 평균 연봉(1억600만원)은 ‘중간 혹은 그 이하’라고 답한 그룹(7천만원)보다 3천만원 이상 많았다.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통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이다.
그래서 계속 영어 광풍에 휩쓸리면서 그 광기를 키우자는 건가? 그게 아니다. 영어 광풍을 비판하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간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뜻이다. 한 네티즌의 반문처럼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나 박상원씨도 자녀에게 그런 교육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물음을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 다른 네티즌의 감상문을 보자.
“영어 무지하게 씹어대는 글 몇 개 썼지만, 사실 나도 영어 공부를 하는 넘 중에 하나로서 내 자신이 모순일세그려. 한국 사회가 날 이렇게 만들었지. 제발 대한민국, 나의 조국아. 힘 좀 키워서 미국넘들이 한국어 배울 수밖에 없도록 해다오. 나이 처먹고 영어 공부하려니까 머리가 안 따라간다. 요즘은 두통까지 생겼잖아.”
아니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힘을 키워도 지금과 같은 방식의 내부 경쟁이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또 다른 광풍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한 네티즌이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우리의 현주소는 “당신 영어 잘하니까 해외 쪽으로 일하는 곳에 특별 채용하겠소”가 아니라 “영어도 한마디 못해? 이거 저질이구만. 나가”라는 식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내 마음의 식민주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 마음의 식민주의’가 전혀 없다는 건 아니지만, 누구 못지않게 ‘식민주의’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사람일지라도 기존 시스템하에선 그런 식민주의의 선봉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더 주목해보자는 것이다.
영어 광풍은 우리 ‘대학입시 전쟁’의 정확한 반영이다. 한번 딴 간판이 평생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상황에서 간판 쟁취를 위해 미쳐 돌아가는 건 매우 합리적이다. 영어 광풍은 그런 합리성의 부분일 뿐이다. 대학입시 문제를 끌고 들어가면 문제의 덩치를 더 키우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 가능하겠지만, 그게 진실인 걸 어이하랴.
사실 정작 흥미로운 현상은 우리의 대학입시 광풍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최소한의 국민적 합의조차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껏해야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신 문제를 둘러싸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수준이다. 왜 그럴까? 당신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한국 사회와 관련해 ‘쏠림’ ‘소용돌이’ ‘1극 구조’라는 말을 즐겨 쓰지만, 그 원리를 자신의 일상적 삶을 이해하는 데 적용할 정도로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지난 2002년 ‘월드컵 현상’과 현재의 ‘영어 광풍’은 정확히 같은 현상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좋건 나쁘건 우리는 1극으로 쏠려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사회문화적 구조와 습속을 갖고 있는 국민이라는 점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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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읽은 한겨레 21에 나온 진보성향 강준만 교수 칼럼의 일부인데요..
저 역시 초등아들 딸 영어교육에 열심인 엄마인데,다른 엄마들은 어떤 목표하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자녀 영어공부를 시킬까 늘 궁금했었어요..
처음에는 당연히 모두 우리아이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세계인으로 키우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시키는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쑥쑥에도 오랜 시간 들어와서 눈팅하고.. 중학생 키우는 친구들하고 얘기도 해보니, 지금 한국의 영어교육 열기는 세계인으로 키우겠다는 우아한 목표 보다는 한국 내부에서 살아남기 위한 보다 생존과 연관된 절박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윗글이 그런 내용이라...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우리 아이 영어 공부가 세계인을 키우기 위한 건지..수능을 위한 건지..아니면 남들 영어 섞어 쓸때 입 못열어서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선지..
그리고 그 목표에 따라 수능용, 세계인용, 왕따 방지용 영어교육 코스가 따로 있지는 않을까요?
여기에 대해 다른분들 생각은 어떤지 정말 궁금해요..여러분의 고견을 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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