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지역은 신종플루땜시 초.중.고.학원이 모두 휴교.휴원에 들어갔다.
둘째와 우유를 사가지고 들어오는 길에 학교뒷마당에서 뛰어놀고있는 큰아이를 보고 어서 냉큼 집으로 오라고 으름장놓고 뭔놈의 가슴이 새가슴인지 밖에서 놀면 큰일날것만 같고...
하여튼 휴교하는 며칠동안은 내눈앞에 모셔둘 작정을하고...
집에 들어와서 중간고사 본 점수를 허공에 대고 자그만 소리로 애기하더니 이내 엉엉 울어댄다.
우는 소리에 점수가 묻혀서 무슨 드릴박는 소리같았다. 드드드드드56드드드드68드드드드76....
둘째아이는 언니가 우니까 분위기 싸악 잡고 지할일 하고 (4살이니까 지할일이래봤자 인형옷입히고 괜시리 정리모드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난 분위기 마녀처럼 잡고 앉아서 "아인아, 천천히 말해봐, 뭣점?"
들리는 점수에 한 5초 정도 웃은것같다.
중간고사 보고온날 "엄마, 사회가 너무 어려웠어. 다른건 너무 쉬어...완죤쉬어 완죤쉬어.."
개그맨 흉내까지 내며 그날하루를 주체못해 다음날까지 신나했는데....
엄마눈치보랴 표정연기하랴, 그 짧은 순간에도 여지없이 아이의 불안함이 보였다.
나 또한 그 짧은 순간에 어떤 말을 해줘야하나를 고민했다.
아이로부터 미안하다는 말을 두어번 듣고, 앞으로 열심히 할께요라는 말도 보너스로 듣고...
난 그냥기냥 말했다. "아인이가 내년쯤은 될라나, 엄마, 커피...하면 한잔 타줄정도" 사실 이런말이 생각났는데 속으로 말했다.
10살이라 몸은 어려도 맘은 어른못지않은 아이다. 부끄러움이 뭔지는 알지만 미안한게 아직은 많지않은 나이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미안해 엄마 하는소리를 듣는게 당황스러웠다. 피해준것도 아니고 공부한 것 테스트받아서 점수 알아온게 다인데 아이가 나한테 미안해하는 게 당연한건가, 난 그걸 괜챦다고 애기해야하는게 맞나, 다행히 전화두어통이 와서 통화하는라 잊어버리고, 택배온물건 정리하느라 잊어버리고 저녁부터 밤은 그렇게 지나갔다.
어쩔땐 스스로 공부한 양에 비해 점수가 황송하게 잘나올때가 있고 어쩔땐 엄마가 도와줘도 점수가 안나올때가 있다. 전자후자를 다 경험해본것같다. 결국은 스스로 학습법을 알게될것이다. 학습을 좋아하게 된다면...
일단 아이가 일어나서 아침을 시작할때, 아니면 오후에 차한잔 마실때 이런얘기 해줘도 되나싶다.
"공부를 잘했어도 점수가 못나올수있다. 근데, 점수가 잘나와도 공부를 잘했다거나 많이 했다고는 할수없다"
사실은 아닐지언정 그냥 어떠한 의미를 두지말고 이렇게 생각했으면 바램이다. 점수를 바라보지말자. 앞으로 아이가 받아올 점수는 이래저래 산더미같을텐데 거기에 분석이 들어가봤자 결국은 학습법에 종지부찍어 결론내려질것이다. 재미삼아 잡아본 소설책인데 당신의 독해력은 몇점하면 얼마나 김빠지겠는가, 공부에 점수는 공생관계라지만 그렇다고 운명적인 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앎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고 점수에 대한 악바리근성만 남아버린게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반성해본다. 아이가 받아온 점수땜시 내가 한층 더 성숙해지는것같다. 잘못한게 없으니 대책회의는 필요없다. 필요한건 다시 앎으로의 전진뿐이다. 10대를 앎으로의 둥지에 빠트리면 어쩔수없이 평가는 받아올것이다. 하지만, 평가에 너무 저울을 갖다대면 나조처도 둥지에서 허우적거릴게 너무나도 보인다. (어젠 정말 울화통이 터져서 협압상승을 경험했다 ㅋㅋ) 초3이라서 여유를 갖는게 아니고 10살이라는 찬란한 나이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위로한다. "요즘 플루때문에 걱정인데 그래도 우리애들은 건강하잖아, 다행이다 그치?" 난 대든다. "인간아, 공부도 잘하고 신종도 안걸린애덜이 더많고 더 좋지~ 안그래?" 한참 웃다 전화끊는다. 뚜.........
아이의 점수하나에 행복한 반성문쓰고 간다.


쑥쑥몰
체험이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