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딸에게 공주시리즈 책을 읽어주다 꼭 같은 그 부분에서 하품이 나오고 (참 이상하다) 몇장 되지도 않고 몇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읽어주는 사람이 하품이 나오려한다. 아이는 말똥말똥하게 엄마가 언제 금방 책을 덮을지 몰라 조바심을 낸다. 항상 포기는 엄마가 먼저해서 그런지 이번에는 지지않을거야라는 애원섞인 눈빛도 보내본다. 항상 그래왔듯 또 엄마는 지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애원해본다. "은솔아, 낼읽어줄까? 그만 자자..." 오후 5시에 낮잠을 강요하는 엄마땜시 이젠 5시정도가 되면 은솔이도 스스르 잠이든다.
10살 딸아이는 낼 모레가 중간고사다. 동생이 낮잠자고 그 틈에 좀 참견할라치면 어느새 눈치채고 방문을 잠그면서 그너머로 목소리를 들려준다."엄마, 공부할께요..할말있으면 노크하세요" 공부않한다는 소리다. 그놈의 잘난 공부라도 할라치면 닫으라고 해도 활짝 열어놓으면서 보란듯이 (보라고) 보여주는 공부를 한다.
이젠 나한테도 투시력이 생기는건지 아님, 정말 내 몸에 신기가 들어온건지 아이가 문잠그고 뭘하는지가 다 보인다. 아이는 아마도 괴담, 농담, 막장 유머를 노트에 적고 있을것이다. 낼 친구들한테 들려줄 냥으로 이색저색 섞어가며 휘양찬란하게 장식도 해가면서, 아는척 않하고 간식 갖다주는 모양새로 노크하면 수초사이에 이삿짐싸는 소리가 들리고 책 넘기면서 연필 끼는 타이밍까지 다 느낄수있다.
그로부터 세 네시간정도 공부했다고 어깨를 쭈욱 피며 나오면 난 한 30분 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시험때 딸아이 관리,감독하는 자릴 내려놓으면서 동시에 책을 이따만큼 빌려서 온다. 낼모레 마흔엄마가 열살딸아이와 공부에 관해서 그것도 시험에 관해서 이것저것 머리맛대고 애기한다는게 좀 낯설다고 해야하나, 그냥 이유없이 그래서 비쥬얼로 바서는 독서가 젤로 나은듯하여 택한 방법인데 아주 좋다. 아직까진...
게으르고 정보력없는 엄마여서 미안하지만 아이한테는 당당하게 드리댄다 "내딸인데 당연하지" 이정도만 립써비스해주고 맘으로는 기다려주는, 가장큰 어려운 숙제를 떠안는다. 기다린다. 까짓 기다리지 뭐....
공부하러 오는 중3은 시험이 끝나고 며칠후에 있을 고등학교 배정?때문에 골이 아프다.
이곳 지역이 2학기 중간고사까지 내신처리해서 고등학교를 정해야 하니, 그 마음 이해한다.
중학교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가 자신이 3년동안 놀아본 댓가가 이젠 여지없이 드러날판이니
날짜가 다가올수록 과거가 후회스럽고 미래는 보이지않는다는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친한 옆집친구와 학교를 같이 갈수없다는 현실, 바로 집앞에 학교가 있는데 자신보러 새벽녘에 일어나 20여분 버스타고 가야하는 학교로 가야만 할것같은 현실, 체육도 열심히 하고 피아노는 나름 위안삼아 계속 치고 친구관계도 전화하면 10분만에 다 모이게 할수 있다라고 은근히 잘난 사회성도 자랑삼았는데,
평가는 이친구 저친구 갈라놓는다고 하니, 덩치만 컸지 아직은 뭐가뭔지 파악자체가 힘든 10대인것이다.
공부를 게을리하면 친한친구와 같이 교문에 들어갈수 없다는 것이 지금은 슬픈 일이긴 해도 아이는 이제 시작임을 깨닫게 될것이다. 점점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들에서 뭣때문에 밀려나는지 무엇이 자신을 이길로 가게 했는지 경험하게 될것이다.
문과 이과를 정하고
진로를 고민하고
대학을 결정하고
직업인의 삶을 살고
사랑하는 배우자를 만나 가족을 만들어야 하며
자녀 수를 의논하며 그 자녀의 미래까지를 행복하게 점쳐보고
작게는 살집의 평수를 위해서 크게는 노후의 삶을 계획하며 살아가게 될것이다.
먼저 어른된 내가 중간중간 속상해서 이핑게저핑게 삼아 나랏욕하면 "왜 그래요, 괜챦아요, 엘리제 쳐드릴까요" 하면서 쑤욱 일어나 피아노 앞에 앉아서 베토벤이 되어 날 위로해준다. 내가 아는게 엘리제를 위하여가 다 인줄 아는 아이는 메들리로 계속 친다.
너무나 멋진 아이, 그래서 머리를 헤드락하며 말해준다. "승모야, 고3 수능때 친구들과 만나자, 교문은 달리 해서 갔지만 대학은 같은 교문이 될거야, 반드시, 그치?" 그리고 한마디 더한다 "저기, 다음번에 캐논한번만 쳐주라..."
난 요즘 나의 숙제를 생각한다. 그리고 정답이 아니라 명답을 향해 하루하루를 반성한다.
내가 나아닌 타인을 (내 아이들마저도) 변화시키기는 쉽지도 않고 그렇게 해야만 할것같지도 않다.
하지만, 나의 어떤 의지와 그 무엇이 학생들이 생각지도 않고 기대지도 않다고 느닷없이 뭉클해지고 당황스럽게 할수는 있는 뭔가를 그대들로 하여금 스스로 느끼게 할수 있다면 난 노블레스 오블리제의 아름다운 실천에 동참하고 싶다.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들이 가지는 도덕적 책임감이라서 감히 꺼내기 쉽지않지만 내안에서 이런 엄청난 숙제를 껴안고 사는것도 제멋 아니겠는가~ 숙제가 어렵지만 해볼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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