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 이상하다. 제목에 ‘남자’나 ‘여자’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뭔가 야리꾸리한 분위기가 나는것 같다. 요즘 한창 화제인 ‘내 남자의 여자’라는 제목이 보여주듯 뭔가 석연치 않은 분위기가 날것 같은 예감이 드는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야리꾸리한 얘기를 기대하면 실망스러울텐데 걱정이다.
날 울린 남자는 다름아닌 큰 아이의 담임 선생님인 Mr. Smith 얘기다. 올해 처음으로 남자 선생님을 만난 큰 아이는 오늘로서 초등학교를 졸업(?) 했다. 여느때 처럼 방학이라고 신나서 집에 왔지만 그래도 나는 왠지 아쉽다. 초등학교에 더 오래 다녔으면 좋겠는데…더 천진난만하고 까불대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고싶은데 말이다..
얼마전에는 5학년들끼리 파티가 있었다. 초등학교 마지막 학년을 보내면서 PTO에서 마련해 주는 행사이다. 동네 고등학교 강당을 빌려서 수영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같이 게임도 하면서 그야말로 신나게 한판 놀아주는 날이라고나 할까? 그날 모든 행사가 끝나고 아이들에게 YEAR BOOK을 한권씩 줬는데 쉽게 말하면 우리나라 졸업앨범 같은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멋진 표지는 아니고 무슨 흔한 노트같은 얇은 책자지만 그 안에는 그동안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까지 아이들이 모습이 담긴 여러 사진들과 단체사진, 그리고 마지막에는 선생님들이 졸업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남긴 코멘트가 있었는데 모두 흔한 문구로 인사말을 대신했는데 우리 아이 담임선생님이 남긴 글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처음에 그냥 대충 읽었을때는 그저 영어로 써 있는 어떤 글을 읽는 기분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너무 감동적이고 뭔가 가슴 깊은곳이 꽉 메이면서 역시 멋진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은 나만 드는것인지, 아이는 읽고 나서도 그냥 휙 던져버릴정도로 아무 감정이 없는것 같다. 하긴 그기분을 알려면 아마도 나이가 40 가까이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남자선생님을 만나서 두려워 하던 학기초가 생각난다. 아이들에게 무서운 선생님이라는 소문을 들었는지 큰아이도 무서워하고,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만나도 무뚝뚝한 표정으로 인사하는 선생님이 참 어려웠었는데 간혹 아이를 통해 듣는 선생님의 얘기는 너무 재미있고 멋을 아는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가장 인상 깊었던것은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가르쳐 준다는 것이었다. 그 시간을 아이가 많이 좋아한것 같다.
그럼 날 울린 선생님의 코멘트는 무엇이었을까..
To the fifth grade class of 2007, As you leave Radio Park Please pause now and then to think back about your final year here and the friendships and experiences you have had. I will rephrase a closing statement from the film "Stand By Me" Thank you for coming each day and teaching me something about learning, life and myself. It is a gift that I will remember forever.
Thanks again, Mr. Smith
2007년 졸업생들에게..
Radio Park 초등학교를 떠나는 지금 잠시 멈춰서 지난 마지막 일년동안 너희가 이곳에서 가졌던 친구들과의 우정과 경험들을 떠올려 보기를 바란다. 마지막 인사는 영화 ‘Stand by Me’에서 인용하려고 한다.
나는 내가 10살이나 11살때쯤 만났던 친구들같은 사람들 만난적이 없단다. 다른 사람은 안그런가? 사실 그렇단다. 지금 너희 친구들은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너의 부분들을 잘 아는 친구들이란다. 그리고 너희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지금의 친구들을 다시 만났을때 아마도 너희 대화는 항상 ‘야, 너 기억나니? 우리 옛날에 5학년때 말야…’라고 시작하게 될것같다. 그리고 너희들은 그 추억을 생각하면서 서로 깔깔대며 웃고 즐거워하겠지..
나중에 너희가 어른이 되어서 선생님을 만났을때 널 기억하지 못할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라도 꺼리지 말고 이 노년의 선생님께 인사를 해주렴. 아마도 너희 얼굴이 젊은 청년이나 숙녀의 모습으로 변해서 한눈에 너희를 알아보는것은 어렵겠지…하지만 네 이름을 얘기하면 너의 어린 얼굴이 떠오르면서 아마도 오래전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그때의 따뜻했던 느낌들이 다시 살아나서 기억을 되살려 줄거라고 믿는단다.
매일매일 학교에 와서 나에게 배움과 인생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 가르쳐 준것 참 고맙구나..이것은 내가 평생 기억할 선물과도 같은것이란다.
다시한번 고맙다..
Mr.Smith 선생님이…
하나님이 항상 너를 축복하고 지키시기를… 너가 원하는 것들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항상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다른 사람 또한 너를 위해서 일할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를..
밥 딜란 ‘포에버 영’
한줄한줄 멋진 말이지만 특히나 빨간색 부분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눈물이 난다. 사람들에게서 가식적인 인사말을 많이 들어서 그런가 이 선생님의 글이 너무 가슴에 와 닿고 나중에 아이가 나이가 들어서 이 글을 읽었을때 얼마나 그 시절을 그리워할지 상상이 간다. 선생님에게는 스쳐지나간 수많은 학생중의 한명일 뿐이겠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참 기억에 남고 닮고 싶은 선생님이 하나 있듯이 우리아이도 혹시 이런 마음이 드는 선생님이 꼭 한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나저나 영어로 된 글 읽고 이렇게 감동받기는 처음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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