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3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어느 때 보다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평준화에서 서열화로 바뀌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집에도 중3이 있고 많은 생각으로 내 머릿속도 바쁘다.
아이는 과고를 가고싶어 하지만,
합격되기도 어렵고 만약 입학한다해도 그 천재 또는 천재같은 녀석들 사이에서
그렇게 까지 힘들게 공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외고나 국제고는 워낙 뛰어난 내신과 영어실력으로 거의 합격을 장담할 수 있지만,
이과를 가고싶어 하는 아이가 문과계열 공부를 하면서 이과까지 소화해 내기를 원한다는 것 역시 무리이다.
그렇다면 자사고나 자율고다.
기숙사에 들어가서 아이 얼굴도 못보며 지내고 싶지 않으므로 결국 자율고다.
자율고 얘기가 나오자 마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보았고
이화여고, 휘문고, 중동고는 반드시 자율고로 전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특히 삼성재단 중동고는 누가 봐도 재력과 고급인력이 합해질 것이라는 게 뻔했다.
문제는 실력이 아니라 추첨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어차피 배팅이다 라고 생각하면 모를까...불안한 선발방식이다.
그리고 선발방식 못지않게 내 마음 한쪽에 걱정스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내 아이가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를 바라는 만큼이나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내가 영국에 있을 때 드라마를 보던 중,
" 사립학교(public school)를 나온 네가 공립학교(private school)를 나온 내 마음을 알아???"
라고 소리지르는 장면을 보았다.
영국에서 사립학교냐 공립학교냐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관심과 재력, 대학입학 등 을 쉽게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물론 부모의 재력이 안 될 경우 티핀스쿨 처럼,
공립이지만 똑똑한 아이들이 시험으로 들어가는 학교가 있고 대입 실적도 좋다.
그러나 그런 특별한 학교 외의 공립고등학교는
대입에 아예 관심없는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걸로 인식되어 있다.
물론 영국은 우리나라 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을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고,
학문이나 자기가 원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하길 원하는 학생들만이 가지만
역시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튼스쿨이 유명한 것은 그곳이 최고의 성적을 자랑해서가 아니라 귀족이 많이 다니기 때문이다.
인맥을 위해서 귀족들이 자신들의 자녀를 위해 또 그곳에 입학시키고,
그 인맥을 유지하거나 쌓아 나간다.
미국 역시 공교육은 좋지 못하고,
그나마 영국이든 미국이든 좋은 동네에 있는 공립학교만이 나은 질의 교육을 제공한다.
비싼 동네에 좋은 학교가 생겨났는지 좋은 학교가 있어서 비싼 동네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신기하게도 그 둘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영국,미국과 같은 제도로 바뀌려 한다.
부모의 재력과 관심이 받쳐주는 아이들에겐 양질의 교육이 제공된다.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겐...
그렇지 못한 교육이 대물림된다.
몇 년간은 드러나지 않겠지만, 십년 이십년 이 제도가 정착되면
영국처럼 눈에 보이는 귀족제도든 미국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제도든
공부의 질이나 인맥에서 공립학교 아이들은 내몰리게 될 것이다.
자율고는 일정 비율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하겠다고 한다.
조지 오웰이 생각난다.
그의 집안은 상류층이 아니었지만, 자식만은 상류사회에 끼게 하고싶은 아버지의 염원으로
사립학교를 다녔다.
그는 학교생활에 잘 적응한 듯이 보였으나 후에
"아마 어른들이 어린 아이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은
그 아이를(부유한 집안이 아닌 아이)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술회했다.
교육제도가 바뀌어 간다.
나의 이기심은 '내 아이는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좋은 인맥을 쌓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 한편이 너무 아파온다.
내가 들었던 그 말을 누군가가 내게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니가 내 마음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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