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얼마 안되서 영어수업을 들을때의 일이다. 주말에 뭐 하고 지냈는지 서로 돌아가며 얘기하는 시간에 한 사람이 이 동네 재미있는게 너무 없다며 한탄을 하더니 마지막에 한다는 말이 ‘So, I am really boring’. 선생님이 놀래서 ‘No, you are not~’ 그러면서 다시 묻는데 끝까지 ‘I am boring’만 말하던 그 사람. 우리나라 말처럼 표현하면 왠지 맞는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뜻은 ‘지루하다’가 아니라 ‘나는 지루한 사람’이 되는것이다. 선생님이 칠판에 써가면서 까지 너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어보니 그제서야 알아차린 그 사람은 ‘Oh, sorry~. I mean I’m bored’라고 고치는데 얼굴은 이미 홍당무가 되어 있었다. I am boring과 I am bored의 보이지 않는 큰 차이를 무시해 버린채 대충 써오다가 막상 실전에서 썼을때 비로소 깨달으며 당황하게 되는것이다.
미국에 처음와서 수없이 했던 실수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문장이었다. ‘I am boring’을 ‘나 너무 심심해~’라는 다른 의미로 쓰고 ‘I am interesting’을 ‘진짜 재미있다’라고 착각하며 썼으니 그때 들었던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황당하게 들었을지 상상이 간다. 지금이야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으면 당당하게 ‘I’m not interested’라고 쌀쌀맞게 말하고 끊지만 만약 텔레마케터의 전화를 받고 ‘I’m not interesting’이라고 말했다면 텔레마케터가 얼마나 속으로 황당했을까?^^
한국에서 흔히 쓰는 비닐봉지를 ‘비닐(Vinyl,바이널)’이라고 부르지 않는것 또한 충격이었다. 아마도 미국에 와서 잘곳이 결정되면 마트에 가서 세간살림을 사는것이 제일 먼저 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는 계산대에서 거쳐야 할 큰 관문. ‘Plastic or Paper?'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정말 사람마다 다양한 대응법이 배꼽을 잡게 한다. 혹자는 계산을 하면 플라스틱 반찬통을 사은품으로 주는줄 알고 좋아서 ‘플라스틱’이라고 말했더니 비닐봉지에 물건만 달랑 넣어 주더라는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신용카드(Plastic)로 계산할것인가 현금(Paper)을 계산할 것인가를 묻는줄 알고 ‘플라스틱’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그래도 그 말이 들려서 대답이라도 하면 반은 성공한게 아닐까? 처음와서 미국 사람 눈조차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며 어리버리한 상태로 계산을 할 때, 혀 꼬부라진 소리로 휙 지나가 버리는 그 쉬운 두 단어는 야속하게도 내 귀속을 거치지도 않고 쑥 흘러가 버리고 만다. 도대체 뭐라는 건지? 한참을 묻고 또 묻고….내가 산 물건을 비닐봉지(Plastic bag)에 넣어줄까 종이봉지(Paper bag)에 넣어줄까 물어보는 간단한 말을 그렇게 오래 헤매고 나면 앞으로 펼쳐질 미국생활에 더 주눅이 드는건 어쩔수 없는것 같다.
식당에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애물단지. 주문을 하는게 복잡한건 알겠는데 주문하기전부터 음료수를 시키는데도 내 발목을 쥐어잡는 쉬운 단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사이다’, ‘콜라’ 라는 친구들이다. 한국에서 하얀건 모두 ‘사이다’, 시커먼것은 모두 ‘콜라’로 통하던 것만 생각하고 ‘사이다’라고 말했더니 주문받는 웨이터가 못 알아듣고 한참을 헤매더니 결국 메뉴판에서 음료수쪽을 다시 보여주며 어떤거냐고 묻는데 스프라이트(Sprite)를 가리키니 ‘Oh, Sprite??’하며 웃는다. 알고보니 음료수도 제각각 고유 이름을 불러주는것이었다. 미국이 이름을 불러주는 문화인지는 알았지만 설마 음료수까지 이렇게 대접 받으며 고유한 자기들의 이름을 불러줄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코카콜라(Coca Cola)’ 또는 ‘코크(Coke)’라고 하던지 ‘펩시(Pepsi)’, ‘스프라이트(Sprite), 세븐업(seven up)등의 이름을 직접 말하며 주문을 하는것이었다. 무슨놈의 주문이 시작부터 이렇게 어려운건지..
자식처럼 아껴쓰던 콩글리쉬가 애물단지가 되는 순간들이다. 운동할때 쓰는 러닝머신(running machine)은 트레드밀(treadmill)이었고, 믹서(mixer)는 블렌더(blender), 샤프펜슬(sharp pencil)은 미케니컬 펜슬(mechanical pencil), 카센타(car center)은 바디샵(body shop 또는 garage, repair shop등), 탈렌트(talent)는 액터,액트리스(actor, actress)였던 것이다.
이러니 우리가 쓰던 단어가 아닌 다른 단어로 얘기할때 잘못하면 동문서답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한두번이 아닌것이다. 예전에 미국 친구가 자기 차가 garage에 있어서 차를 몰고 나올수 없다는데 나는 계속 왜 자기집 차고에 있는데 차를 몰고 나올수가 없었는지 한참을 이해를 못했었으니 말이다.
아끼던 물건이라도 오래되고 고장이 났다면 과감히 버려야 할때가 있는법. 이제는 내 머리속에 남아 있는 콩글리쉬들을 하나둘 자유를 찾아 보내줘야 할것 같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콩글리쉬**
가스레인지 gas range → gas stove / 리모콘 remocon → remote controller
매직 magic pen → marker / 매니큐어 manicure → nail polish
미팅 meeting → blind date / 바바리 burbury → trench coat
본네트 bonnett(?) → hood / 비디오 video → VCR
싸인(유명인) sign → autograph / 아르바이트 Arbeit → part-time job
아이쇼핑 eye-shopping → window-shopping / 아파트 apart → apartment
에어컨 aircon → airconditioner / 와이셔츠 Y-shirt → dress shirt
컨닝 cunning → cheating / 클락션 klaxon → horn
타이어 펑크 punk → flat tire / 파마 pema → permanent wave or perm
핸들 handle → steering wheel / 형광펜 underline pen → highlighter
칼럼 보기 http://www.suksuk.co.kr/momboard/list.php?table=BFA_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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