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파트현관에 있던 구소식지를 가지고 왔는데 오늘에서야 하나하나 읽다보니 독자투고란에 [희망이라는 끈]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 처음 읽고나서 또 한번 더 읽으니 가슴이 찡해오고 눈물이 고여왔다.
종류와 경우는 다르지만 살아가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때 나만 힘들다고 느끼면 정말 이세상은 지옥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나같이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고 또 앞으로도 겪을 수있다 생각하면 이겨낸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은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여줄 귀한 이야기가 아닐 수없음에...
-희망이라는 끈- 일부분의 글을 옮겨본다.
- 희망이라는 끈 -
...
옛날 우리집은 부모님이 나이롱 옷장사를 꽤 크게 해서 돈을 많이 버셨는데 호사다마였다. 잘 나가던 옷가게에 불이 나 전재산이 잿더미가 되고 우리집은 알 거지가 됐다. 아버지는 빚쟁이들을 피해 집을 나가셔서 돌아오지 않았다. 우리는 교회 지하실과, 전봇대에 쇠사슬로 묶어두고 간 포장마차 안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엄동설한 어느 날, 배고프다고 훌쩍이는 동생을 보며 어머니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산에 가자고 하셨다. '산에는 100일 기도를 하러가는 사람들이 놓고 간 제사 음식이 있다'며 그걸 얻어먹자고 했다. 어린 우리는 실컥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엄마를 따라 나섰다. 그런데 산속을 아무리 가도 무당은 커녕 인적조차 보기 어려웠다. 나는 갑자기 불길한 생각에 공포가 밀려왔다. 그리고 엄마의 표정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다.
산 중턱에서 엄마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울부짖었다. "엄마, 나 죽기 싫어! 나 살려줘." 갑자기 악을 쓰는 딸을 본 엄마는 예상치 못한 내 행동에 훔칫 놀라시며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대성통곡울 하셨다.
5살배기 동생은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만 멀뚱멀뚱했고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은 엄마와 나는 흙투성이가 된 채 산에서 내려왔다.
다음날, 어머니는 무작정 시장에 갔다. 그리곤 생면부지의 어느 옷가게주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저씨, 제가 아까부터 보았는데요. 옷을 돌아다니며 팔면 더 많이 팔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한테 조금 떼어 주신다면 내다 팔게요. 그런데 죄송하지만 지금은 돈이 한푼도 없어요" 옷가게 아저씨는 물끄러미 어머니를 쳐다본 후 한번 팔아보라며, 내복과 양말, 잠바 한 보따리를 어머니 머리에 올려 주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옷 장사는 시작되었다.
이미 옷장사를 해본 엄마는 수완이 좋았다. 그게 우리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엄마는 그 옷가게에 취직이 됐고 나중에는 동업자가 되었다. 얼마 후엔 아버지도 돌아오시며, 우리 가정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계속되는 경제불황으로 너나없이 다들 힘든 시기이다. 하지만, 희망이란 항시 우리 뒤에 있으며,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듯하다. 이럴 때일수록 그걸 놓치지 않고 부여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 서울 구 소식지에 실린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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