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이란 곳을 알고 드나든지 3년째입니다.
엄마표란 말을 무수히 들어오며, 그 이름 하에 행해지는 여러 묘수와 갈래길과 방향들을 내 나름대로 걸러내고 취하면서도, 한번도 저는 엄마표란 말을 내가 하는 방식에 붙여본 적이 없습니다.
엄마표라 하기엔 자격미달이었고, 아이의 교육에 대한 내 자세와 습관이 엄마표란 꼬리표 하에 곡해 - 네가 그만큼 하는 거...엄마가 노력해서 나온 결과지 / 네가 그것 밖에 안되는 건 엄마가 잘못해서인가 -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
교육은 누군가의 가이드를 받아서 스.스.로. 심화해갈 수 있을 때 진정한 교육의 성과를 가지고 있다고 믿어서입니다.
그러나, 엄마표의 의미와 방식이 어떻게 정의되든 간에, 현 교육세태에서 아이에게 스스로 배움의 길을 개척할 힘을 줄 수 있는 단초를 여러 엄마표의 교집합에서 발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모모 교수가 하는 말이라고 언제나 전부가 다 진리일 수는 없겠지만, 엄마표의 함정을 말하는 김혜영 교수의 지적은 단순히 협박이고 조롱이라고 등돌리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도 초게의 다른 글에서 얼핏 투덜조로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는 것 만큼이나, 가족 내에서 ‘엄마’가 지고가야 할 짐들이 늘어가고 있고, 그것이 엄마표라는 숭고한 딱지 아래, 사회/국가가 책임져야 할 수많은 부분들이 아주 소프트한 척하며 엄마에게 은근슬쩍, 그러나 구조적으로 여성이 꼼짝도 할 수 없게 떠넘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내가 세상에 내어놓은 생명이니까, 열과 성을 다하여 돌보고 교육하는 것에 그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은,
패키지로 따라오는 부작용들 - 교육의 정점에서 따라오는 무상함/모녀, 모자관계의 변질 /엄마 삶의 실종 /자녀의 모 의존 심화 -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엄마 몫으로 돌아오는 것에 대해 당황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감님이 자신의 실패라고 하신 것은 절대로 감님의 실패가 아닙니다. 사회의 실패입니다.
무슨 뜬구름잡는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감님 인생의 면면의 실패라고 한탄하는 모습이 대한민국 방방곡곡 수많은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서요. 60쯤 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식에게 배신감 느낀 적 없고 이혼을 한번도 생각한 적 없는 분 없으니까요...
... 엄마됨에(부모됨)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엄마는 자녀에게 엄마표 교육의 선생/조련사이기 이전에 밥과 집이 떠오를 만큼 가깝고 따뜻한 존재일 겁니다.
그런데, 자녀와 파트너가 ‘엄마’를 밥이고 집이라고만 생각하면 그 관계는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첼로님의 글이 이런 논조는 아니지만 그 상징이 그렇게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는 듯해서 if 설정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엄마도 꿈이 있(었)고, 그걸 어떻게 가정과 조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고, 세상과 사람에 대해 함께 궁금해하고 힘들어하는 동지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엄마는 뭔 이유인지(의역; 뭔 죄인지), 가족이 가족답게 굴러가도록 죽을 힘을 다해 (자기 딴에는 ^^) 애쓰고 있지만, 처음부터 상냥하고 참아주고 격려하고 밥하는 사람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걸, 밥과 집의 상징을 애써 지키려 하지만, 다 떠나서 나름의 욕구과 바램과 성깔이 있는 “인간”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는 너를 그 누구보다 믿고 지지하는 사람이지만 너를 위해 존재하지는 않는단다.
엄마 좀 봐줘라. 넌 너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어. 엄마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줄게...
성찰할 수 있고,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이 성장하기를 고심합니다.
제가 발견한 엄마표의 긍정적 힘은 여기에 있답니다.
영어/수학... 점수가 최우선 순위에 두어지지만 않는다면 엄마의 개입과 관심은 창의적 인간 교육에 긍정적이라고 이미 많은 유태인의(아인쉬타인, 빌 게이츠, to name a few) 어머니들이 증명한 바 있지요.
그래서 전 김교수의 글을 읽고 엄마표를 전면 폐기하고 학원에 전임하거나, 너 혼자 알아서 해라 하고 내버려두진 않을 겁니다. 제 아이도 중학생쯤 되면 별 거 아닌 잔소리에도 칼날을 세우겠지요. 그게 엄마표의 실패가 아니고, 성장과정이라고, “나쁜 것”하고 웃어버릴 수 있게,(감님,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사춘기잖아요...아무리 잘하는 아이라도 실수할 때가 있고 보이는 실수든 보이지 않는 실수든 아이는 저렇게 애쓰는 엄마가 실망하지 않게 그냥 모르는 척해줬음 할지도 모르죠. 그게 어쩌다 그렇게 튀어나왔을 거에요.) 계속 비우고 버리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스로 교육]이 당분간은 엄마의 마스터플랜 하에 주도되고 이끌어질 지라도 말이죠.
중게에 와서 초딩의 엄마된 자가 강의조로 글쓴 것을 부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감님께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도저히 다른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고,
직업병을 이기지 못하는 제 방식대로 떠들다 갑니다.
우리 속담에 ‘산 넘어 산’ 이라는 말이 있지요.
서구 학자가 한국상황을 관찰한 후 [Over the mountains are the mountains]라는 저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젖만 떼면, 걷기만 하면, 학교만 들어가면, 대학만 들어가면. 취직만 하면... 세상 편해질 거 같지만, 산은 더 커집니다. 세상은 높은 곳에 올라갈수록 더 숨가쁘고 험난해집니다. ㅜㅜ
서구가 200여년에 걸쳐 이룩한 근대화를 몇 십년만에 겪고, 또다시 숨가쁘게 글로벌화와 짬뽕되는 현실을 겪는, 한국이라는 교육열 빵빵한 곳에서 이 산은 정말로 태산입니다. (그런데 티끌모아 태산이라지요 ? ^^ 그렇담 태산도 난공불락은 아니지 않겠어요 ? ^^ <- 뭐라는 거래니? 애들 밥먹는 새 급하게 쓰다보니 헛소리 작렬합니다. )
이불 속에서 한번 크게 우시고 탁 털고 일어나 자신을 굳건하게 지키시길 감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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