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똘똘이를 가르친지 이제 1년이 되어갑니다.
중학 과정 되짚어 가며 고1 과정 복습도 잘 되었고 고2 예습, 복습 잘 진행되는 가운데 중간고사를 맞았습니다.
1학년 1학기 기말 부터 따져서 이번이 네번째 보는 내신입니다.
그동안 내신 준비를 한번도 따로 해주지 않았습니다.
4등급 실력에서 부터 시작 했기에 내신 위주로 공부했다가는 수능 2등급은 물 건너 갈게 뻔할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학교에 있는 동안엔 똘똘이 스스로 철저히 내신 위주의 공부를 하라고 주문했고 저는 모의고사 2등급을 목표로 꾸준히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고등학교 내신은 특히나 수학은 수능이나 모의고사와는 하늘 땅 차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내신은 교과서와 학교 선생님이 내주시는 프린트물 정도만 완벽하게 해도 왠만큼 성적이 잘 나오거든요.
작년 1학년 기말엔 내신에서도 모의고사에서도 드디어 2등급을 받으며 마무리했습니다.
똘똘이 스스로 내신을 잘 챙겼고 저는 모의고사는 언제 어느때고 준비 없이 그냥 봐도 내신 만큼 나올 수 있도록 공부한다는 원칙대로 잘 이끌었구요.
그런데...
2학년 이과 수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내신 8단위라는 부담감에다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조만간 수업을 마무리해야할 상황이기도 해서 슬쩍 욕심이 났습니다.
고2 이과 수학 내신 1등급은 꿈 같은 점수지요.
내신 문제는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쫌만 경력 있는 사교육 선생님이라면 예측 가능합니다.
모의고사 지향의 수업을 잠시 멈추고 제가 주도하는 내신 수업을 했습니다.
수1(4단위) 시험 보기 전에 문제 다 찍어 주고... 제 손으로 직접 오답 노트도 해주고...
이 정도면... ㅎㅎㅎㅎ.... 잘하면 1등급.... 못해도 2등급은 나오겠지....
결과는요???
70점입니다 ㅠ.ㅠ
2등급 물 건너 갔습니다 ㅠ.ㅠ
문제가 어려웠냐구요? 아니요.... ㅠ.ㅠ
똘똘이가 그러더군요.
시험지를 푸는데 그저 머리가 멍~하기만 하고 답도 잘 안나오고....
집에 와서 다시 풀어 보니 다 풀리고 너무도 쉽더랍니다 ㅠ.ㅠ
저의 불찰입니다.
그냥 냅뒀어야는데... 지 손으로 지가 챙겨서 지 스스로 시험지를 풀게 했어야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ㅠ.ㅠ
떠 먹여 주는 밥술 보다 보다 지 스스로 퍼 먹은 밥술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잠시 잠깐 제 눈에 뭐가 씌였던 것 같습니다.
고2... 본격적인 수포자들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문과든 이과든 다수의 아이들이 수학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꿍수를 찾아보려합니다.
없습니다.
대학을 가려거든... 그것도 남들이 괜찮다는 대학을 가고싶다면...
수학을 대신할 만한 다른 것은 암 것도 없습니다.
이를 악물고 헤쳐가야할 길입니다.
그것도 아이 스스로 해내야합니다.
아침 8시 40분 1교시 언어를 시작으로 저녁 6시 5분 제2 외국어 끝날 때 까지 온전히 혼자 힘으로 치뤄내야합니다.
중고등 시절... 왼쪽 겨드랑이엔 학원쌤, 오른쪽 겨드랑이엔 과외쌤 힘으로 버텼던 아이들은 정작 최후의 수능 수험장에서는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것입니다.
엄마도 과외쌤도 학원쌤도 아닌 지가 지 손으로 지 머리 쥐뜯어 가며 해본 넘만이
어느 곳 어떤 시험지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짱 뜰 수 있습니다.
너무도 잘 알면서...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똘똘아... 미안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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