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퇴근길에 가지고 온 동화스터디 교재(스콜라스틱 영어동화책)를 보고 에이~~~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은 잠시뿐이었습니다. 작고 얇은 미국식 동화책(책이라고 하기엔 조금 민망스러운)을 보고 여태까지의 두껍고 튼튼한 동화책만을 보아온 저로선 실망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한 것이였지요. 그러나 짧고 리듬 있는 문장이 반복되는 동화책을 한 권씩 읽어가면서 동화책에 빠진 것은 아이보다 제가 먼저였습니다. 낯선 일상의 모습이나 문화가, 얇은 동화책 속에 가득 배여 있었고, 짧은 감탄사들도 접할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였습니다. 동화스터디는 세트가 단계별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중 남편이 가지고 온 것은 프리스쿨단계로 가장 어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이였습니다. 동화책안에는 2장의 낱말카드(여기에는 각각 8개씩 뜯어낼 수 있게 되어 있으며, 앞뒤로 인쇄가 되어있어 총 16개의 카드에 32개의 단어가 수록되는 셈)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카드로 본문에 나오는 문장들을 조립해 보는 걸 아이가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파닉스를 공부할 때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같은 낱자로 시작하는 단어들(예, B로 시작하는 것:Bear, Bee, Ball 등등)을 한 장의 카드에 쭉 적어서 따라해 보거나 라임 되는 단어를 묶어서 같이 읽어봄으로써 아이가 자연스럽게 파닉스를 익힐 수 있도록 해보았더니 딱딱해하지도 않고 어렵게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항상 그림책을 보며 읽어 내려가는 것이 지루해질 때쯤 퍼핏(puppet)인형(우리집에는 토끼와 고양이 모양의 인형이 있음)으로 말하는 것처럼 동화구연을 시도했습니다. 어설픈 나의 동화구연에도 아이는 재미있게 웃어주었고 몇 번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아이도 따라하고 있었습니다. 테이프는 동화책 한 권당 2개씩 들어있었는데 하나는 우리말로 된 설명과 함께 영어로 책을 읽어주는 것이였고 다른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설명까지도) 영어로만 되어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말 설명이 되어있는 테이프는 실력이 모자라는 엄마의 공부용으로 이용하였고, 아이에게는 영어로만 되어있는 테이프를 들려주었습니다. 아이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몇 번 반복해서 익숙해지면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거부감 없이, 비록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아이들 방식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맞는, 적합한 방식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해보는 사이 어느새 저는 저만의 아이에 대한 교육관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엄마가 해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교재와 아무리 실력 있는 선생님일 지라도 유아에게 엄마의 목소리와 몸짓보다 더 잘 들리고 잘 받아들여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능숙한 선생님의 동화구연보다 엄마의 엉성한 동화구연이 어린 유아의 시선을 잡아두는데는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카드나 동화책을 함께 하는 동안 엄마는 아이의 아주 세심하고 다양한 반응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엄마는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되는 것이구요.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하나가 될 수 있답니다. 물론 엄마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과 준비가 필요한 일이기는 하겠지만요. 아이가 커서 더 이상 엄마의 엉성함을 보아주지 않고 보다 수준 있는 것들을 요구하는 때가 되면 조금은 서운해지겠지만, 아마 그때가 되면 서운함보다는 대견함과 자랑스러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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