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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이 죄가 될까!

  • ein
  • |
  • 2009-04-16
20

초3에 올라와  딸아이는 시험지에 쫘악쫘악 그어져있는 빨간색을 보며 깊은 한숨이 잦아졌다.

동그라미만 세상에 있으라는 법은 없지만,  시험지에 동그라미외에 다른 도형이 등장하면 나또한 유치한 엄마로 변한다. 엄마가 얼마나 할말이 없으면, 대화할줄 모르면, 할줄아는게 없으면, 보고 들어본 애기가 없으면 자녀에게 공부하란 소리를 할까 하며 깊은 내공을 수없이 쌓고 쌓아보지만, 책가방속에는 아이의 꿈을 접은 색종이보다 오답노트들이 쌓여가는 것을 바라보는 마음또한 편하지않다. 내가 너를 어떻게 얻었는데...

 

대학때 생전 도서관문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았고 가볼 생각도 않했을 정도로 무식하게 하루하루를 공부와 담쌓고 지내다가 실수로 다른 교실문인줄알고 들어간 곳이 도서관이였다. 한두명, 두세명 아니 고개를 쭈욱 돌리지 않아 내 시야에는 몇 학생정도였다. 순간, 진짜로 빛이 한 남자한테로 둘러싸이더니 도서관 전체가 찬란한 무색의 뭔가로 번쩍번쩍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누군가 꼭 밝혀줬으면 한다)

그 남자는 몇번 본 과친군데 한번도 빛은 커녕 눈에 띄는 사람도 아니였고 게다가 복학생이여서 늙어보이기까지 했으니 찬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데도 그날, 그장소에서는 뭔가 뒤집힌 것이다.

만난지 며칠만에 나는 키스를 했고 그는 첫키스를 당했다. 기도했단다. 나와 헤어지게 해달라고, 동시에 난, 그와 잘 지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아마도)  동시에 뭔 기도를 했을지라도 우리는 사랑했고 사랑했고 사랑했다. 집과 도서관밖에 모르는 남자는 나를 만나 무명천지에 이런 날라리같은 곳이 다 있나 하며 세상을 경험했고, 집외에는 다 놀이터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를 만나 진지함과 교양(?)을 두루두루 구경했다.

수십번의 헤어짐과 수천번의 싸움과 수만번의 번복된 사랑이 있었다. 마지막 그와 헤어질때 난 상사병에 걸렸다. 한의원에서 상사병이라고 하니 알았지 정말 사랑하다 죽었노라라는 병명이 딱어울렸다.

이불속에서 입술을 깨물며 얼마나 기도했던가!

한번 그를 만나서 그의 손을 만질수만 있다면 제 모든것을 바치겠다고,

한번 그를 만나 입술에 키스할수 있는 마지막 헤어짐을 주신다면 주님께 다드리겠다고...

별별 간사하고 저질스런 기도문을 매일매일 하고 또 했다.

 

바램이 죄가 될까 ...어떠한 바램도 없이 그의 존재만으로 숨을 쉴수 있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존재의 귀중함은 내 가슴 아주 저 깊은 곳에 아주 쪼끄만 방에 숨어서 가끔 보여준다. 오늘같은 날에...

그 남자와 결혼해서 낳은 딸이 아인이다. 딸아이가 어떤 존재인지를 항상 느끼며 살아야 하는데 현실은 아주 가끔씩만 그날의 순수함을 꺼내보여준다.

넌 바램이 죄가 되는 바로 그런 존재인것을,

어떻게 네 아빠와 다시 만났고, 어떻게 네가 나한테로 왔음을 분명이 보여준 그 사랑의 결정체인데

내가 네게 바램이 있다는게... 가끔 눈물이 난다.

아직도 보여주고 들려줄 세상이 너무 아름다운데 내가 너무 어둡고 칙칙한 어른이어서 그게 미안하다.

시험지위에 고개를 숙이고 하루에도 책봐라 하며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미안하다.

고개들어 하늘좀 봐아~ 하며 같이 음악들으며 너도 나도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게 해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

아빠와 키스를 나누었을때 넌 어는 별에서 기다렸겠지, 저 두사람에게 내가 달려가겠다고...

고마움을 표시하며 살아도 모자란 세상에 바램을 하고 있는 이 엄마가...미안하다.

 

음악듣다가 반성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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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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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준
  • |
  • 2009-04-27 23:33
답댓글

저는 대단한 사랑없이(-_-) 결혼한 사람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래서 만든 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얼마나 소중한가는 말할수 없을 정도죠.

아이의 감정,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고, 아이의 여유와 웃음을 지켜줘야지...하며 늘 자신을 다스릴려고 노력한답니다. 정말 많이 많이 노력하지 않으면 아이를 내가 좌지우지할수 있다고 오판하기 십상인것 같아서요.

많이 많이 노력하고 성찰하는 부모가 되자고 남편하고 밤마다 얘기 나눈답니다,

우리, 멀리 내다봐야해.

아이 시험이 내일인데요, 이럴때 더 아이를 여유있게 바라봐야겠죠^^;

 별것도 아닌 시험성적에 너무 예민해지는 건 옳지않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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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
  • |
  • 2009-05-01 22:14
아이가 초3이 되고부터 저도 두 주먹 불끈 쥐는 엄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닌 내가 나한테 실망할까봐 추스리는 그런 힘을 잡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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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자
  • |
  • 2009-04-17 09:39
답댓글

아침에 아무 생각 없이 라디오를 틀었는데 우짜다 이글 에프엠이 나오는거에요.

신나는 음악도 나오고...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아침에 활기 넘치게 쏼라쏼라 떠들어 대니 일단 정신은 깨는 것 같더군요.

꼬맹이 밥상 머리에서 고등어 가시를 발라주는데 그럽니다.

 

"엄마, 저 것 좀 끌 수 없어?

아침 부터 골이 울려요.

엄마는 영어가 그렇게도 좋아?"

 

아침이기에.... 아이의 짜증이 묻어 나는 억양을 고등어 뼈를 씹으며 함께 삼겼습니다.

라디오를 끄고 부산을 떨며 학교에 보냈습니다.

꼭 끌어 안고 찐하게 뽀뽀 해주고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쑥질입니다.

설겆이며 *판 수준의 집안 꼴을 고스란히 놔두고 여기 들어왔습니다.

 

우짜다 이글 에프엠이 주파수에 걸렸을 뿐인데

아들넘은 그것도 영어랍시고 짜증을 내고 있다고......

내가 엄마표 영어한답시고 저한테 들인 공이 얼만데......

억울하다고 징징거리려다가 아인님 글에 딱 걸렸습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느무 감사한 것을...

녀석에게 본전 생각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것은 결국 내 만족을 위해 한 짓이었나?????

아이에게 미안해지네요 ㅠ.ㅠ

 

부모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자녀에게 뭔가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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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
  • |
  • 2009-04-17 14:52
할머니가 되서 딸아이가 지딸 엄마표로 가르친다고 득달할때, 가끔 상상해 봅니다. 끔찍해요.
제가 워낙 스탈이 "놔둬" '냅둬" 여서 아이들을 "그대로여서 아름답다" 로 키우고 싶은게 바램이라면 바램입니다. 어쩜 돈때문에 시작한 과외를 그만둔 것도 이런맘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변명중에 있습니다. 지금은 문어발식 멘토를 날리고 있지만, 가끔 저 아랫동네에서 아덜놈 멘토에 감사하다고 택배로 보내주시는 먹거리로 기쁨을 누리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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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론
  • |
  • 2009-04-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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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그런 아이가 바로 우리 아이지요.

어느 별에서 우리의 만남을 알고 달려온 그 아이.

 

시험지에 죽 긋는 게 저도 싫어서

긋다가 별로 만들어봤는데, 이젠 별도 싫대지요.

 

도형을 하트로 바꿔볼까요?

클로버나...

그럼 소중한 존재감을 높일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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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
  • |
  • 2009-04-16 22:18
제가 생각하는 초등시험은 종이를 주고 배운곳에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보라고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내는 시험문제는 어떤것인지 친구들과 모둠별로 풀어도 보고...
요즘 초딩은 예전 우리 중학교 시험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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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울
  • |
  • 2009-04-17 14:07
마자마자 나도 문제하나 내주고 답까지 찾아가는과정을 보여주라는 셤이엇으믄 좋겠어여
늘 긍정적이려 하는데도 어찌된일인지 올해는 학교만 가믄 애가 망가져 옵니다
문제 늦게 푼다고 깨지고 행동이 느리다고 혼나고 수학문제 틀렷다고 망신주고 질문한다고 혼내는대신 , 시간이 걸려서라도 완성하려는태도를 칭찬하고 이것도 못하냐고 망신주는대신 문제 풀이라도 해주고 질문한다고 혼내는대신 대답만이라도 해주면 을매나 좋을까요..
꿈에서 깨보니 현실은 불합리한거 맞네요...아이한테 가르친 가치가 요즘 땅에 떨어셨습니다..
느리더라도 괸찮다 성실히 최선을 다하여 완성하려는태도가 중요하다고 가르쳤는데
선행은 필요없다 수업시간만 열심히 하면된다라고 가르쳤는데..
매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모르는게 잇으면 늘 물어라 했는데
남을 속이지 말고 정직해라고 가르쳣는데...
아이가 벌써 세상은 엄마말이 맞지 않다는걸 알았습니다

선생님평가서를 가지고 와서 솔직히 생각대로 했더니 아이가 좋은쪽으로 고치라고 사색이 되더라고요 걱정마라 선생님들은 이런걸로 아이를 혼내지는 않아 라고 햇는데,,
방과후 아이가 하는말이 무기명 평가서인데 1번부터 번호순대로 놓아라 하더니 살펴보고 불만이다라는 평가에 그걸쓴 부모에 대해서 좋지않은 말을 하더랍니다
어른들사이에서는 흔히 쓸수잇는말도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적절치 않은법인데 애들이 그대상이 혹 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것을 보니 선생님에 대한 아이평가가 맞구나 하는생각에 씁쓸하고요
벌써 아이가 정직이 최선이 아니라는것을 알아버리고 선생님 눈치를 보니 참......해줄말이 없어요 ..
지금까지는 선생님미 무조건 옳다 라고 했는데 ...아이가 비겁함을 배워가는게 보이니 이거는 아디나 싶어요,,
괜히 아인님 글에 나까지 울컥해가지고 ...주절댔내요....
세상을 불공평한것이여~ 세상이 다 적들로 보입니다 요즘은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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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
  • |
  • 2009-04-17 14:58
주울님, 깊이 느끼고 있고 아파하고 있는 중입니다. 저또한 딸아이 선생님께서 아이머리보고 귀산같다고 묶고 다니라는 말을 듣고, 신고함이라는 것을 만들어 매주 이름이 거론된 아이에게 이유를 따져 벌을 주고, 그래서 아이들이 매번 위축된 수업분위기 속에서 있다라는 말을 엄마들끼리 모이면 안타까움에 그저 키높은 학교담만 넉 없이 쳐다보는 하루하루를 보낸답니다. 그래서 집에와서만큼은 집같아야한다는게 제 목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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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울
  • |
  • 2009-04-17 23:28
샘님들 성토하는 자리는 아닌데 괜히 딴 쌤님들한테 미안하네요..
좋은 선생님들 너무 많고 실제로 아이가 운좋았던지 유치원부터 작년까지 아이눈높이에서 존중해주는 샘님만 만나서 부족한 엄마 대신이엇어요...
그래서 울애가 저보다 선생님들을 더욱 좋아했는데...새삼스래 그때 그 선생님들이 더욱 고마워집니다
엉? 그러네요 쥔장도 없이 아인님이랑 열올였네요..
카론님말대로 집에서라도 퐁 안아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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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론
  • |
  • 2009-04-17 23:54
아유, 저 없이 두 분이 열을 올리셨구먼요.
뒷북여사 저 카론은, 그래서! 집에서는 넓게 벌려 크게 따뜻하게 안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아~ 여러분~!
학교서 아이들 충분히 스트레스 받더군요. 키가 작다, 영어 단어 모른다, 15문항 중 12개 이상 맞아야 패스고 아닌 아이들 재시험, 재시험... 점수 다 불러서 일일이 자기 점수에서 일어났다가 앉아야 하고...
그러니 집에서는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포옥 안아줘야죠.
그래야 담날 학교갈 파워가 생기지요. 맞죠 아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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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바닥
  • |
  • 2009-04-20 15:40
댓글을 안달 수가 없게만드시네요.어제 같은반 엄마를 만났는데 애가 느리다는 이유로 넌 아이들에게 피해줄거면 결석안칠거니 학교안와도 된다고 했데요.정년 2년남겨둔 쌤이라는데 올 한해를 어케 보내야 할지 고민입니다.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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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in
  • |
  • 2009-04-21 00:26
매년 4월이면 새학기 새 봄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눈막고 귀막고 입막고 다~아 틀어막고 있고 싶어질때가 더 많습니다.
(황사때문도 아닌 바로 새학기 첫시험때문이죠)
이런 예민한 사회현상에 울 학교 션생님들도 엄마맘들 만큼은 아니더라도
신경많이 쓰이는건 사실일테죠. (그 신경이 너무 과해서 탈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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