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선행 학습을 많이 했는데(특히 수학!), 막상 고3이 되어 수능을 보면 '수리-가'(이과수학)을 안 보고 '수리-나'를 선택하는 아이들이 많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왜 수학 잘 하던(많이 한) 그 많은 아이들이 정작 높은 수준의 수학을 피해가고, 성적도 생각보다 낮은 걸까요?
혹시, 먼저 출발해서 빨리 달리다가 대입을 앞두고 계속 제자리 뛰기를 하기 때문은 아닌지...
먼저 출발해서 먼저 결승점을 지나칠 수 있는 아이들은 조기 졸업자들이겠죠.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수학 만으로 조기 졸업할 수는 없으니까, 어려서부터 선행학습을 해서 이미 다 아는 수학을 가지고 대입 수능을 볼 때 까지 결승점 바로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해야합니다.
과학고를 가지 않은 아이들이라면, 고1때도, 고2때도 고3때도...자기가 중학교 때 부터 했던 수학을 반복만 해야 합니다.
(지나친 '반복'이 수학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네요)
그러다 점점 힘이 풀려서 막상 시험을 보면(결승점을 향해 뛰면), 예전의 스피드가 안 나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적절한 시기에 천천히 출발하면서 점점 가속을 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느린 아이들도 있지요)
목표를 고3에 두고 힘 조절을 하면서 달리다가 막판에 최고의 스피드를 내며 결승점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이런 달리기가 단거리가 아니라 '장거리 & 장애물 달리기'라면, 좀 더 효율적인 자기 관리가 필요하겠지요.
앞에 어떤 장애물이 있고, 자기가 어떤 것에 약한지를 알아야 하구요.
근데 그런 살핌없이 초반부터 냅다 달려서 힘을 다 빼고 너무 빨리 달려 시간이 남아서 기다려야 한다면(고3이 될때까지),
막상 입시가 닥쳤을 때는 자기 보다 느리게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추월 당할 수 있습니다 (추월 당하는 시기는 주로 고2, 고3 때).
왜 내가 먼저 시작했고 그동안 이것저것 한 것도 많은데 저 애들에게 밀리는 지, 화가 나지만 어쩔 수 없죠.
먼저 시작했다고 먼저 통과한다는 보장도 없고, 처음부터 빨리 달렸다고 그 속도 그대로 끝까지 간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에 대해,
본인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한 결과이니까요.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6살, 7살, 8살때부터 수학 공부를 하고,
또 숱한 경시대회에 나가고 수학 학원에 가서 달달달 심화 문제를 풀었는 데,
왜 막상 고3 입시에서는 수학을 포기하게 되는 지, 그 원인을 탐색해 보고자...
(제가 가정한 것은, 초등 때 부터 수학 영재로 불리우며 선행학습을 많이 한 아이들입니다. 이런 아이들이 전국에 매우 많다고 봅니다.
그러나 영재고등학교나 과학고에 입학할 수 있는 아이들의 수는 한정되어 있으니, 실제로 그런 학교에 들어가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들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죠.
그렇다면 그런 학교를 준비하다가 일반고에 가서 수학 공부를 하는 그 많은 아이들은 과연 지금 고교 수학을 '잘' 할까요?? 평소에 수학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물론, 수학 공부를 많이 했었던 그 아이들 조차 수리 영역 점수가 안 나온다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저로선 의아하기만 합니다.
그동안 아이들이 배운 수학은 과연 '어떤' 수학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