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미국에서 유학중인 아들(11학년)과 통화를 했습니다. 아들은 고민이나 의논할게 있으면 저를 가장 먼저 찾고 상의합니다..의도하진 않았지만 제가 아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기까지 저와 아들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지요..차차 풀어놓겠습니다.^^
우리 모자간 주된 통화내용은 Nathaniel Hawthorne (나다니엘 호손) 이 1850년에 쓴 The Scarlet Letter (주홍글씨) 였습니다. 아들의 이번 학기 필독서 중에 하나인데...저는 1년 반 전에 장장 만 2년에 걸쳐 읽은 영문
고전이기도 합니다. 워낙 오랫동안 읽어서 그런지 아들도 제가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을 그리고 상당히 감동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답니다..^^;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목적은 영어를 배우고 실력을 높이기 위함이 아닌, 그저 아파트 아줌마들끼리의 모임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사신 경험이 있던 모임의 리더 한 분이 일생을 통해 단 한 권이라도 유명하다는 고전을 영어원문으로 읽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셔서 얼떨결에 읽게 됐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잖아요.^^;
당시 저는 아들 학교에서 우편이나 E-mail로 오는 영어에도 경기(?) 를 일으킬 정도로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많았었습니다..한 마디로 영어초보엄마였죠.
아줌마들끼리의 수업내용은 영어 해석이 아니라 소설 밑바닥에 흐르는 인간의 심리와 죄, 두려움 등 우리가 사는 현재와 비교하며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얘기하는 방식이었고, 이 모임의 리더였던 분이 정말 훌륭하게 토론을 이끌어주셨지요. 2년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고 큰 위로가 된 소설이었습니다. 참 행복했었습니다.
아들은 중간 중간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요구하는 에세이를 제출해왔고, 마지막으로 오늘 전체 에세이 Topic 를 정해 월요일에 제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수요일에는 요약된 Statement 을 제출해야하니까, Topic 대해 같이 의견을 나누자는 거였습니다.
일주일전 중간 에세이 제출할때도 전화를 걸어 자기가 쓴 내용을 간략하게 얘기해주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묻더군요. writing엔 잼병인 엄마이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깊게 생각하며 2년을 보냈었기에 아들이 쓴내용과 선생님이 요구하는 Point가 좀 빗나간 것 같아 참고 만 하라고 의견을 말해주었습니다. 후에 물어보니 제목과 내용을 제 의견을 적용해서 약간 수정을 했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영어수업은 책 하나를 정말 깊이있게 리뷰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충분히 정독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3페이지 분량만 읽고 에세이를 쓰라고 할 정도니까요...미국에서 3년 넘게 유학중인 고등학생 아들과 제가 이런 대화를 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영어 알러지가 있을 정도로 영어를 두려워했던 제가 말입니다..
오늘도 아들과 서로 생각하는 Topic을 주고받으며 2개로 압축시키고, 내일까지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장황했습니다만,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학습적으론 엄마가 도와줄 수는 없지만, 아들과 의견을 나누며 소통하는 파트너 관계로써 행복한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주홍글씨라는 책으로 행복한 경험을 누리게 되니,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모든 것을 경험을 통하여 얻을 수 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순 없겠으나 그렇게 할수 없으니 자식이 기쁠때나 어려울 때 조언자가 되어 주려면, 평소에 좋은 책을 접하거나 나만의 멘토(더불어 사는 이웃, 친구, 종교등)를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자식이 성장하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줄 수 있는 항상 훈련된 마음(disciplined mind) 을 가진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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