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엄마의 시간은 어디에 있나요? 아이를 '교육 받아야 할' 하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기존의 시각들도 이제 서서히 바뀌고 있는 듯 합니다. 아이는 가르쳐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이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 가고 있는 게 반갑습니다.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아이 스스로 자발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엄마가 아이의 발달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하는 역할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나름대로 교양있고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 '지원'이란 부분을 경제적인 측면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능력(교육의 정도와 가정 경제는 비례한다고 보면서, 부모의 질높은 사고가 가능한 것도 경제적 능력에 포함시키는 것 같더군요)과 물질적 토대없이는 아이에게 여러가지 기회를 가지게 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 땅에서 살면서 교육을 잘(?!) 시키려면 어차피 돈이 든다는 것을 전제하고, 그 돈을 질 낮은(질 낮음을 우선 전제하고) 사교육 교사들에게 맡기는 것 보다는 이왕이면 외국의 질 좋다(질 좋음을 우선 전제하고)는 교재나 교구를 수입해서 아이들에게 직접 제공해 주는 쪽으로 소비하는 게 더 현명하다는 논리 말입니다. 그런 것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재빨리 습득해서 아이이게 제공해주고자 하는 시류. 또한 이런 시류들이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엄마가 단지 사다 주는게 아니라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처럼 비싼 학원에만 맡기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위해 돈을 댈 뿐만 아니라 아이를 위해 시간도 대는 것이죠. 이런 게 바로 '가정교육'이고, 그것이야 말로 아이를 제대로 '지원'하는 것이다....라는 시류. 물론 이러한 시류의 바탕에는, 지적 수준(도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불가능)이 높은 엄마의 안목과 이러한 교구재를 대 줄 수 있는 현실적인 경제력(!)이 있어야 함을 가정합니다. 자칭 '똑똑한' 부모들은 이렇듯 정보를 얻는 방법을 알고 자신들은 돈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안다고 자부하면서 부모의 역할로 돈을 대는 '물주' 역할을 스스로 자청하고 나섭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신의 경제력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도 합니다. ...꼭 그래야 하는 지요. 돈이 없는 부모들은 애초부터 '제대로 된 지원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일까요? (몸과 마음이)가난한 부모 밑에서 사는 아이들은 일치감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는 건지요.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자본주의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고상하고 품위있게 극성 떠는 엄마를 갖지 못한 아이에게도 자기 스스로 살아갈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눈꼽만한 가능성이라도 그것을 지향하는 것이 보다 희망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지 희망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실제 그러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가정 교육에서는 (경제적 능력으로 지적 수준이 높아져서 얻어진 탁월한 안목이 낳은) '부모의 현명함' 보다는, '두 주체가 나란히 공존해야 함'을 그 첫번째 전제로 하여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 뿐만 아니라 부모도 삶의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신만의 삶의 주체로서 살아가면서 또한 아이가 주체가 되는 교육을 동시에 병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부모는 아이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아이들이 그러해야 하듯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를 위해서, 아이의 정서적 건강함과 지적인 성숙함을 뒷받침하는 것 이상으로, 부모의 삶이라는 것도 있지 않을까요? 누가 누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아이를 위해 돈을 대고 아이를 위해 시간도 함께하는....그런 엄마. 엄마 자신의 시간은 어디에 있나요? 2002.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