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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리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를 보고

  • 첼로
  • |
  • 2008-09-21
17

1년간 바깥 나들이를 하다가 이번 학기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다소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강의 준비를 하다가

문득 두 분의 일생이 눈에 띄어 옮겨 봅니다. 

저보다 먼저 두 분을 만나본 분들도 많겠지만,

오늘 보게 된 두 분의 글과 동영상이

쉽게 잊혀지지 않아 제 느낌을 잠시 나눠볼까 합니다.

 

판사 한기택과 랜리 포시 교수.

아마 책으로 동영상으로 두 분의 활동상과 짧은 생애가 남긴 여러가지 교훈을

경험해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우연찮게 두 분의 일생을 살펴보다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판사 한기택.

지난 2005년에 마흔여섯의 나이에 생을 마감했던 고등법원 판사분이십니다.

'나의 꿈은 절대 화를 내지 않는 것'

'나는 나 같은 놈들과 싸우고 싶다'

'목숨 걸고 재판하다'

'우리가 포기함으로써만 가능하다.....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포기할 수 있으면 권력에 예속될 필요가 없다'

는 말들을 남김으로써, 많은 후배 판사들에게 또 그의 영향권에 있던 사람들에게

조용하지만 많은 가르침을 주었던....... 가장 판사다운 판사라고 평가되는 분입니다.

이 분은 차관급에게나 주어지는 전용차를 가족에게 전혀 태워주지 않음으로써

공과 사의 구분이 엄격했으며, 모든 재판에 임할 때 목숨 걸듯 준비하고 판결했던 분입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냉철했던 남다른 판사셨네요.

그러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기택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남기셨겠죠.

 

랜리 포시 교수는 얼마전에 췌장암 판정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면서

카네기 멜론 대학에서 제자들에게 했던 연설을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10분간 마지막으로 강연을 했던 분입니다. 

죽음에 임하면서

죽음 앞의 역겨움에 굴복하기보다는

남은 시간동안 즐겁게 자신의 일을 마무리 하려했던

랜리 포시 교수.

그러나 자신의 마지막 10분의 강연을 제자가 아닌

세 명의 자녀에게 바침으로써

사랑하는 아이들과 이별해야 하는

아버지의 비통함 심정을 간접적으로 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한 슬픔을 느끼게 했던 분입니다.

 

두 분의 글과 연설을 보면서......

우연히 40대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판사와 교수분의 짦은 생을 보면서

제 바램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의 소망은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때까지

곁에 있어 주고싶다는 것,

또 아이가 성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겠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제 딸애가 교통사고를 겪고,

또 급격하게 시력 저하가 와서

달리 거창한 바램을 해 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이 시대의 위인을 보면서

거창한 꿈을 꾸기보다는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부모가 되는 길......

그것이 가장 소중하지 않나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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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2008-09-29 11:42
답댓글

글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초게에 올려진 글에도 부모는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구십점은 넘는다 했는데,

어떤 사람은 그 '옆에 있어줌'이 그리도 어렵더군요.

울집 둘째(고삼이요) 갸 친구 엄마가 며칠 전에 죽었어요. 급작히.

길에 쓰러져 발견되서...애가 문상을 다녀왔는데 다녀와서 저를 가만히 꼭 안더라구요.

있어줘서 다행이라는 듯.-그 순간은 성적이고 뭐고 그저 존재함이 감사할 따름이었죠.

친구가 헛소리를 하면서 울다울다 얼굴에 물이 다 말랐더라고 하더군요.

 

저의 짧은 상식: 시력은 일단 나빠지면 거의 다시 좋아지긴 어려워요.

                      이런저런 영양제는 다만 더 나빠지는 쪽으로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 정도가 있습니다. 

                      아이가 성장기에 있을수록 다 성장할 때까지 계속 시력저하가 진행됩니다.

                      그러므로 시력회복을 기대하고 너무 많은 영양제를-확인 불능한 것까지-무리하게 섭취하는것은

                      외려 다른 기관에 무리를 줄 수도 있습니다.

                      일단 기본 식사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건강하게 하는것이 기본이고, 자소월님 추천처럼 식단을                   눈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구성하려는 노력이 영양제보다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안과에 계속 다니셨으니 첼로님께서 더 많은 내용을 아시고 계시겠지만요.                     

           부디 따님의 건강이 나아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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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자
  • |
  • 2008-09-22 14:09
답댓글

흠...

첼로님의 이런 무게가 좋아요.

놀자의 속이 덜 여문 가벼움도 생생함으로 봐주시는 것도 고맙구요.

정말 죽자는 것인지 살자는 것인지 모르는 공부... 슬퍼요 ㅠ.ㅠ

명문대 입학은 초등 부터 그 로드맵을 짜야한다는 책을 쓰신 분이 쑥에서 공짜 세미나 하신다기에 내일 가봅니다.

울 꼬맹이 어케 해볼라고 그래서가 아니라...

함 들어 볼라구요.

도대체 무슨 말씀을 어케 하실지 너무 궁금해서요.

 

혹시 울컥하는 건 아닌지 살짜기 걱정도 되지만...

다른 분들이 일부러 만들어 나오신 시간의 소중함도 생각해서 최대한 경청만 하려고 합니다.

행여 너무 한쪽으로 치우진다 싶으면 내 얼굴의 철판을 무기로 나서야겠죠?

 

딸램 빨리 나았음 좋겠네요.

우리 꼬맹이도 딸램 다쳤다는 소식에 충격 먹었지요.

저도 요즘 눈이 부쩍 나빠져서 오메가 머시기 먹고 있어요.

효과는 아직 모르겠지만 하도 좋다 그러기에 먹고는 있는데...

우리집도 저 말고 아들 녀석 먹여야겠어요.

녀석도 자꾸 시력이 떨어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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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로
  • |
  • 2008-09-22 23:25
우리 몸에는 경쟁적인 유전자가 남달라서
아이를 죽이는 교육 현실에도 물러설 줄 모르는 듯해요.
말랑말랑해져야 할 아이들의 두뇌가...
딱딱한 콘크리트처럼 되어가고 있는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저희 아이들은 경쟁적 유전자가 미약해서.....
2% 부족한 듯 삽니다. 절 닮았나봐요.
말랑말랑한 두뇌로 행복했음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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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
  • |
  • 2008-09-22 12:53
답댓글

세상을 삐딱이로 살아가는 제가 요즘 아이들을 보며 생각하는 것이,

삐딱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비아냥거리기만 하는 것보다

아이들처럼 세상을 호의적으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에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

삐딱함의 단계를 넘어선 삶의 자세가 아닐까.. 이런 것이랍니다.

철이 드는 과정일까요? ㅎㅎㅎ

 

한기택님의 "우리가 포기함으로써만 가능하다" 라는 말씀

제 귀에 종소리를 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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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로
  • |
  • 2008-09-22 23:38
남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만이
세상의 다른 면을 읽어낼 수 있잖아요.
카라님이 철이 든다 하시니....
전 이미 황혼 무렵인걸요.

무언가가 되고자.....하는 욕망이 강할수록
득보다 실이 많을 때가 있지요.
평정심......이것이 중요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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