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are you from? I am a Korean.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받는 질문이 Where are you from? 입니다. 저는 독일에서 공부하여 Woher kommen Sie? (=Where are you from?) 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시아인이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이 질문을 합니다. 그러면 Ich bin ein Koreaner. (=I am a Korean.) 또는 Ich komme aus Korea. (=I am from Korea.) 라고 대답하죠.
이 질문과 대답은 외국에 사는 동안 끝없이 반복됩니다. 늘 반복되는 당연한 과정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단순한 문답을 통해 내 마음 속에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인식이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국내에서는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얘기해야 할 경우가 거의 없지만 외국에 나가면 “나는 한국인이다.”라고 자주 말하게 됩니다. 이를 자꾸 반복하다 보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자각하게 됩니다.
한국과 관련하여 좋은 보도가 신문, 방송에 나오면 다음날 독일친구들이 물어봅니다. “한국이 어제 이태리 이겼더라?”
한국에서 좋지 못한 소식이 방송되면 또 물어봅니다.
“어제 TV보니까 서울에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라 다니던 데 너 가족은 어디 사니?”
“서울!”
“네 가족은 괜찮니?”
“…”
이번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땄습니다. 독일에 있을 때 올림픽 기간에 가장 많이 보는 종목이 육상, 수영, 승마, 조정입니다. 독일이 많은 메달을 수확하는 종목이지요. 그래서 올림픽 때마다 수영을 많이 보았습니다. 수영에서 결선 8명은 종목과 길이에 상관없이 모두 백인입니다. 그래서 제 머리 속에 고정관념이 박혀버렸습니다. 아! 수영은 백인의 종목이구나. 아시아인과 흑인은 안 되는구나. 그런데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박태환이 금과 은을 땄고 일본과 중국선수들도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수영에서 아시아인은 안 된다는 저의편견이 보기 좋게 깨졌습니다.
박태환 선수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외국에 살면 내가 한국인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한국과 연관된 모든 보도들이 나의 생활에 곧바로 연결됩니다. 대체로 스포츠와 한국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외국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정치는 부정적 효과를 났습니다.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고 폭력시위와 강경진압이 일상이던 시절 한국인으로써 외국에 사는 것은 가시방석이었습니다.
동구권이 무너지고 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우리사회는 정치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지만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라 다니는 극단적 상황은 넘겼습니다. 이제 국민들은 더 이상 화염병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촛불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합니다.
동독이 무너지던 1989년 베를린 장벽 앞에는 길바닥에 수 많은 촛불이 놓여졌습니다. 절대 폭력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긴 촛불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촛불 앞에서 기도하였습니다.
그 촛불이 10여 년 후 한국에서 되살아 나더군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화염병이 아니다. 폭력이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촛불을 든다.
독일친구들을 만나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성숙했는지 이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촛불문화의 성숙한 민주주의 시민의식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날아 다니던 날에는 떳떳하게 한국인일 수 없었습니다. 촛불이 아름답게 번져나가던 날 나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웠습니다. 독일 친구를 만나면 얘기할 수 있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유럽이 실현하지 못한 수준의 민주주의도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
촛불의 모든 것을 미화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촛불 속에도 극소수지만 폭력세력이 있었습니다. 폭력을 행사하기 위해 촛불에 참여한 사람들이 있더군요. 광화문 근처에서 제 눈으로 그 사람들의 폭력성을 확인했습니다. 폭력세력을 색출해서 경찰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감싸주어서는 절대 안 되는데 그러질 못하더군요. 아쉬웠습니다. 폭력은 가치관과 이념을 떠나 공공의 적입니다. 열린 사회의 적이고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이 점을 촛불도 곧 깨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촛불이 쑥쑥에서 꺼졌습니다.
<이야기 나눔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아쉽습니다.
촛불게시판은 뒤로 갔지만 민주주의가 뒤로 가서는 안됩니다.
선진국으로 행세하려면 잘 살아야 하고 당당해야 합니다. 일본은 잘 삽니다. 그러나 그리 당당하지는 못합니다. 역사에 반성할 줄 모르고 제국주의적 영토 욕심을 아직도 버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 민주주의의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결코 높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훨씬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하고 정치적으로도 당당해져야 합니다. 민주주의가 더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이 외국에 나가 어깨 펴고 활동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더 발전하려면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치는 더럽다”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생각입니다. 그 생각이 정치를 더 더럽게 만듭니다.
서울에서 화염병이 날아다니던 어느 날 독일 TV에서 유쾌하지 못한 보도를 보았습니다. 독일기자가 서울에서 어느 여성에게 질문했습니다.
“Was denken Sie ueber das Geschehen in den letzten Tagen?”(= 지난 며칠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최루탄과 화염병이 날라 다니는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여성의 답변이 저를 경악하게 했습니다. “Ich bin doch eine Frau.”(= 나는 그저 여자일 따름이에요.) 정치고 데모고 자기는 여자라서 아무 생각 없으니까 묻지 말라는 뜻입니다.
정치는 남성의 전유물이 결코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달하고 선진국일수록 여성들의 정치참여율이 높습니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는 남성보다 여성 국회의원의 수가 더 많습니다. 정치와 여성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는 누구에게나 생활입니다. 정치를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선진정치가 가능하고 정치를 혐오하면 정치가 후퇴하여 정치후진국이 됩니다. 선진국 국민들은 정치에 적극 참여합니다. 오바마의 사례에서 보듯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습니다.
정치를 혐오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는 아주 답답한 생각입니다.
내 아이가 세상을 휘저으며 당당하게 살아가기를 부모님들께서는 바라십니다. 내 아이가 외국에 나가 당당해지느냐 아니냐는 우리나라 정치수준에 달려있습니다. 대한민국이 당당하면 외국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어깨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대한민국이 당당 하려면 더 부강해져야 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도 더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정치가 선진화되어야 합니다. 여성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아이들도 민주주의와 정치를 깊이 이해해야 합니다.
유럽에서는 아이들에게 정치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민주주의와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역사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히틀러는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그리고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를 통제하지 못하고 끌려갔습니다. 그 결과 독일은 유태인과 집시 등 소수자를 탄압하고 학살하는 끔직한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500만이 죽는 대참극을 만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독일은 주변국가에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보상에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1970년 12월 7일 독일수상 빌리 브란트는 폴란드를 방문하여 히틀러의 만행을 사죄하면 무릅을 꿇었습니다. 그 당시는 냉전시기였습니다. 폴란드는 서독입장에서는 적성국가였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적국에 가서 현직 수상이 무릎 꿇고 사죄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히틀러의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60년이 지난 오늘도 독일학교에서 가르칩니다. 히틀러가 집권한 1933부터 패망한 1945년까지 독일이 저지른 야만에 대해 독일TV는 지겨울 정도로 방송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독일은 주변국가에게 인정받았고 유럽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당당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도 도덕적이어야 합니다. 어느 나라가 도덕적으로 인정받으면 그 나라 국민도 덩달아 존경 받습니다.
쑥쑥에서 촛불은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가 쑥쑥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는 촛불게시판 때문이었습니다. 촛불을 든 분들은 왠지 말이 통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정이 많이 들었습니다. 촛불과 상관없이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촛불이 사라진 건 여전히 아쉽지만 쑥쑥은 제게 아주 편안합니다.
시국이 변하여 촛불게시판이 밀려난 건 이해합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장이 없어져서는 곤란합니다. 정치토론의 장이 활성화되면 여성들이 더욱 정치화 됩니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민주주의 선진국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세계에 나가 당당해집니다. 아이들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치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어머니들께서 앞장서서 노력해야 합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정치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이념투쟁의 장이 아니라 생각을 나누는 진지한 정치게시판을 꿈꾸어 봅니다. 일방적 목소리만 우렁찬 그런 장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공존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성숙한 정치토론장이 쑥쑥에서 가능하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치토론장이 메인에 올라 오기 바랍니다. 여성의 권리신장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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