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증
난독증은 다른 학습장애와 복합된 것이 아니라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학교에서나 부모가 잘 이끌어 주면 많은 부분 극복됩니다.
난독증의 증상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 단어를 빼먹고 읽거나 순서 바꿔 읽기, 텍스트에 없는 단어를 읽기
- 낮은 독서 속도
- 철자 헷갈리기
- 큰소리로 읽을 때 한참 머뭇거림.
- 한 줄을 빼먹고 읽기
그런데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모두 난독증인 것은 아닙니다. 문자를 처음 배울 때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빨리 극복하면 난독증이 아니고 실수가 너무 심하고 오래 지속되면 난독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마다 난독증 현상이 다릅니다. 서구에서도 난독증을 유형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마다 개별적으로 관찰하여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여야 합니다.
답답맘께서 아주 좋은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소리내어 읽는 것만큼 눈으로 읽는 것도 이해하는지 궁금합니다?”
소리 내어 읽기를 어려워 하더라도 눈으로 읽고 이해하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점에 있어서 아이들마다 다릅니다. 어떤 아이들은 읽기만 힘들지 이해에는 별 문제가 없는 반면 어떤 아이는 잘 읽지 못할 뿐 아니라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내 아이가 어디에 속하는지 잘 관찰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학습 전반에 걸쳐 별 문제가 없으면 난독증만 문제이고 그렇지 않으면 난독증 이외에 다른 부분에도 어려움이 있는 겁니다.
그러면 난독증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가장 결정적 원인으로 꼽는 게 유전입니다. 일란성 쌍둥이 중 한 명이 난독증이면 다른 아이도 난독증인 경우가 68%에 이릅니다. 이란성 쌍둥이는 38%입니다. 난독증인 아이의 가족력을 뒤져보면 부모 중 어느 쪽에선가 난독증이 있습니다.
유전적 요소는 뇌의 활동에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언어를 처리하는 좌뇌의 Schlaefenlappen 과 (우리말로 뭐라하는지 사전에 없군요. 독영사전을 보아도 영어로 뭐라하는지도 없어서 그냥 독일어로 썼습니다. 관자놀이 안쪽 부위입니다.) Stirnlappen(=forehead lamp, 전두엽)의 작동이 일반인과 다릅니다.
그리고 언어습득이 늦은 아이에게서 난독증이 많이 나타납니다. 18-24개월 된 아이들은 대체로 50개 정도의 단어를 사용합니다. 만 2살이 되었는데 50개 단어를 말하지 못하면 ‘언어지체아’로 간주됩니다. 이 중 50% 정도는 3-4살 때 언어능력이 향상되어 정상수준에 도달합니다. 나머지 50%중 반 정도의 아이에게 난독증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만 2살인 아이가 50개의 단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 중 1/4이 난독증이 됩니다.
끝으로 가정환경 때문에 아이가 난독증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해 난독증 아이가 될 수도 있지만 그 보다 더 큰 이유는 TV입니다. 매일 2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아이는 1시간 이하 시청하는 아이보다 난독증이 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시청시간보다 더 중요한 건 어떤 프로그램을 보느냐 입니다. 자극적 프로그램은 난독증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아이에게 나쁩니다. 생각하는 프로그램은 위험하지 않습니다.
난독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읽기가 완벽하게 좋아지기는 어렵습니다. 최상의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여전히 읽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향상됩니다. 자녀가 난독증을 극복하도록 하려면 몇 가지 원칙을 숙지하여야 합니다.
1. 무엇보다 중요한 건 두려움입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창피당하는 것은 누구나 싫어합니다. 책 읽기 때문에 창피당하고 나면 다시는 읽기 싫습니다. 단순히 읽기 싫은 것을 넘어 공부가 싫어지면 단순한 문제가 심각하게 발전하게 됩니다. 난독증을 극복하게 될 때까지 많은 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읽도록 시키지 않아야 합니다. 학교선생님께 부탁드려 수업시간에 큰소리로 읽히지 말고 집에서 연습시켜야 합니다.
2. 강점으로 약점을 보완하여야 합니다.
난독증 아이들의 약점은 큰소리로 읽기입니다. 이 아이들의 강점은 듣기입니다. 읽기는 서툴지만 듣기는 아주 탁월한 경우가 많습니다. 듣기를 통해 읽기를 극복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난독증 아이에게 영어든 우리말이든 큰소리로 읽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아이 혼자 읽도록 하면 아이에게 커다란 고통입니다. 부모가 먼저 읽어주고 따라 읽도록 지도하십시오.
3. 학교성적에 예민하지 않아야 합니다.
읽기도 힘든데 학교성적에도 신경 써야 하면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난독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많은 연습으로 읽기와 쓰기가 일반인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난독증이 아닙니다. 경미한 난독증의 경우 가능합니다. 심한 난독증은 연습을 통해 일반인 수준에 도달하기 쉽지 않습니다. 이 경우 스스로 난독증임을 당당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감추려 하지 말고 드러내고 도전해야 합니다. 난독증이지만 능력이 출중한 아이들 아주 많습니다. 이 아이들이 능력을 발휘하려면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사소한 약점을 꼬투리 잡아 무능으로 모는 사회는 천박합니다. 타인의 약점에서 나의 약점을 본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건강해질 것입니다.
군사정권이 지배하던 시절에도 난독증 아이들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습니다. 난독증이 들키지 않으려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 학교수업을 했습니다.
역사에는 가정이란 없습니다. “만약 그 때 그러지 않았다면…” 이런 논리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약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민주정부가 계속 집권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가설도 무의미합니다. 박정희 쿠데타가 없었다면 우리의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 누구도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습니다. 지난 50년 동안 이룬 경제성장이 가능했을지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다만 군사정권이 아니었다면 강자 일변도의 사회는 아니었을 겁니다. 약자도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정치판과 교육현실을 보면 힘들고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난독증, 자폐증, 과잉행동장애 등 ‘비효율적’ 아이들은 폐기처분하는 분위기 입니다. 특목고, 국제고, 자사고 얘기만 무성하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는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공교육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아쉽지만 부모님께서 자녀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셔야 합니다.
도움이 더 필요하시면 댓글이나 쪽지로 말씀해 주십시오. 힘 닫는 대로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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