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모르겠다님께 드리는 답변입니다. 다른 분들께도 도움될까 하여 새 글로 올립니다.
영어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다른 과목은 잘하는데 영어만 못한다면 자녀는 아마도 사내아이일거라고 추측됩니다. 수학과 과학은 일반적으로 남학생이 우수한 반면 영어는 여학생들이 빨리 배웁니다. 아이가 영어를 제대로 못한다고 적으셨고 어떻게 못하는지 자세한 내용이 없어서 꼭 집어 말씀드릴 수는 없겠습니다.
영어에 약한 아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난독증인 경우입니다. 글을 잘 읽지 못합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글을 술술 읽어야 하는데 중학생이 되어서도 글읽기가 서툰 아이들이 있습니다. 남학생 중에 특히 많습니다. 이 학생들은 영어도 아주 싫어합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큰소리로 읽어야 하는 상황을 두려워합니다. 읽는 동안 다른 학생들이 킥킥거리고 놀리면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 됩니다.
난독증은 판별하기 쉽습니다. 우리말 읽기를 시켜보면 당장 나타납니다. 영어읽기를 시켰을 때 아주 많이 하는 실수는 b와 d를 헷갈립니다. bad를 dad로 읽습니다. 난독증에도 심한 경우가 있고 약한 난독증이 있습니다. 처음 영어철자 배우는 학생은 대개 b와 d를 헷갈립니다. 이를 빨리 극복하면 난독증 아닙니다. 이 혼돈이 오래 갈수록 심한 난독증입니다.
그런데 난독증은 절대 질병이 아닙니다. 지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에디슨도 난독증이었고 아인슈타인도 난독증이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난독증 아이들이 일반 학생들보다 지능이 더 높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난독증이 있는 아이는 영어배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능이 부족해서 배우기 어려운 게 아닙니다. 환경 때문입니다. 놀림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놀림을 당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교육자가(선생이나 부모) 잘 이끌어주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장애입니다.
제가 관찰한 아이들 중 형제가 난독증인 경우가 있었습니다. 현재 중1, 중3인데 3년 전에 중1교과서를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었습니다. 3년 동안 부모님과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셔서 지금은 수능영어 60-70점 수준입니다. 영어 읽을 때는 아직도 부드럽게 못 읽습니다. 하지만 문장이해나 단어암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둘째, 알파벳이 아이의 눈을 핑핑 돌게 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도 난독증입니다. 위의 경우는 대충보고 소리 내어 읽으니 주변의 사람들이 이상하게 읽었다는 걸 누구나 알아차립니다. 그런데 지금 의 사례는 난독증을 감추는 경우입니다. 빨리 읽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자제력이 높기 때문에 b와 d를 제대로 구분했는지 머리 속에서 여러 번 검증합니다. 발성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이 경우 아이는 초집중하므로 표정이 다릅니다. 굉장히 긴장하면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첫 번째 경우와 두 번째의 경우 모두 난독증입니다. 전자는 드러나는(심한) 난독증이고 후자는 잘 드러나지 않는(경미한) 난독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암기력과 기억력입니다. 암기력이란 단위시간 안에 외우는 능력을 말하고 기억력이란 공부한 내용이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머리 속에 남아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영어공부를 잘 하려면 문장과 단어를 잘 암기하고 기억하여야 합니다. 물론 암기 이전에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당연합니다. 저학년일수록 이해보다는 연습입니다. 반복연습을 통해 단어와 문장, 영어문장구조가 머리 속에 자리잡아야 합니다.
영어공부를 위해 문장을 외우는 게 가장 좋지만 고학년일수록 단어만 외우기도 해야 합니다. 단어외우는 능력은 학생마다 차이가 큽니다. 제가 관찰한 어느 중2 학생은 단어 20개 외우는데 4시간이 걸리더군요. 그러면 이 학생의 지능이 한참 부족한가? 그렇지 않습니다. 영어공부에는 어려움을 느끼나 수학은 최상위권이고 공간지능은 아주 뛰어난 학생입니다. 적어도 1% 안에 속하는 학생입니다.
넷째, 이해력이 부족한 경우입니다. 위의 경우보다 오히려 더 문제가 됩니다. 중학교 수준의 영어는 암기력만으로 상위권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영어와 수능영어는 이해력도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어떤 학생은 지문을 대충 이해했지만 정답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고 어떤 학생은 해석을 정확히 했는데 정답을 못 찾습니다. 위에 설명한 세가지 경우보다 이 경우가 더 문제입니다. 위의 세가지는 영어를 배우는 초반에 겪는 어려움입니다. 처음만 잘 극복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해력이 부족하면 고등학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해석은 정확히 했는데 정답을 못 찾는 경우입니다. 시험출제자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감이 오지 않는 경우입니다.
이 이외에도 영어를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습니다. 위에는 가장 빈번한 사례를 설명 드렸습니다.
영어초보자가 영어를 어려워한다면 잘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왜 어려워하는지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야 합니다. 대부분 1-3의 경우입니다. 처음 배울 때 어려움을 잘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극복하면 영어가 쉽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초4학년이면 절대 초조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부모가 초조하면 아이를 다그치게 되고 그러면 아이는 두려움을 갖게 됩니다. 초4학년을 잘 이끌어주면 중3때 수능영어 90점 충분히 가능합니다. 약 3500-5000시간 공부하면 수능영어 90점에 도달합니다. 매년 700시간 공부하면 됩니다. 아이가 영어에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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