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똘똘이 기말 고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 최북단 일반고... 특목고 없던 시절엔 그래도 좀 이름값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평범합니다.
1학년이 17반 까지 있답니다. 헐.... 한반에 37명 정도이고 17반까지 있으니 얼추 600명이 좀 넘을 것 같습니다.
반에서 17등했답니다 ㅠ.ㅠ
어디든 4년제 대학만 가준다면 다행인 등수지요.
그렇지만 희망이라면 수학을 반에서 2등했답니다.
내신 준비를 전혀 해주지 않고 과외 진도대로 해줬습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모의고사, 수능 준비의 수업을 하면 그 반절 정도 수준인 내신은 절로 됩니다.
엄마는 그야말로 환희의 송가를 부르시더군요.
내 생전에 2등이란 등수가 적혀있는 성적표를 받을 수 있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십니다.
희망에 부풀어서 하시는 말씀...
"선생님! 똘똘이를 이과에 보내면 아무래도 대학가기가 좀 더 낫겠죠?"
에효... 돋아나는 희망의 싹을 차마 짓밟을 수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고1 1학기 수학이 뭘 말해주겠습니까?
이제 겨우 맛뵈기 쪼까 했을 뿐인 것을...
거기다 똘똘이는 절대적 독서 부족으로 언어 능력이 많이 모자랍니다.
수1, 수2 올라갈수록 언어적 이해력 부족으로 수학도 많이 떨어질 아이입니다.
그 집엔 아이 교과 관련 서적 외엔 책이 거의 없습니다.
(물론 부부가 사용하는 안방은 보질 못했습니다만...)
그 흔한 장식용 전집 한질 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초등 고학년 이후론 거의 책을 읽지 않기에 사지도 않았고 이사하면서 초등 저학년때 봤던 책들도 다 정리하셨답니다.
읽을 꺼리라곤 조선일보가 전부인 집...
똘똘이도 스포츠란 쪼금 읽는게 전부랍니다.
큰 아들 입시때 경험해 보니 언어영역이 아무리 비싼 쌤을 갖다 붙여도 점수 올리기가 너무 힘들더라면서...
이번 여름 방학부터 똘똘이 언어 과외를 시키면 어떻겠냐고 물으시더군요 ㅠ.ㅠ
똘똘이와 엄마 모두에게 제 솔직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모든 학문의 기본은 다 언어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정의 부터 시작하는 수학은 어느 단계 까지는 다 말로 풀어진다.
영어도 우리말 많이 알고 실력 좋은 아이들이 더 쉽고 잘 할 수 있다.
똘똘이는 지금 기본 독서력이 너무 낮다.
언어 시험지 지문 자체를 읽어내는 능력부터가 안되는 아이가 언어 과외하긴 힘들 것 같다.
언어 과외는 말 그대로 언어 영역 시험지를 잘 풀 수 있는 수업이다.
시험지 지문을 지 스스로 읽고 의미 파악 정도는 할 줄 알아야 진행할 수 있는 수업이다.
차라리 전문가에게 독서 지도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
비전문가지만 내 판단으론 똘똘이 현 독서 단계가 초등 고학년 수준이 채 안될 것 같다.
(해리 포터를 읽고 싶다더군요.
그런데 그 것이 7부까지 있는 것도 모르고 전체 20권이 넘는다는 말에 녀석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자기는 그것 한권 읽으려면 5시간 이상 걸릴 거라며... 아무래도 안되겠다... 그러더군요 ㅠ.ㅠ)
그리하여 짜여진 똘똘이 여름방학의 큰 계획은 이렇습니다.
아침 7시 30분 기상... 12시 취침...
영어책 집중듣기 또는 읽기 1시간...
(2.0대 부터 꾸준히 시켜보려구요.
수학쌤 덕에 녀석이 신기한 책들 보게 되었다며 좋아하더군요 ㅠ.ㅠ )
수학은 1학기 철저 복습, 2학기 예습
독서쌤 지도하에 책 읽기 (당장 시급한 우리말 어휘 부터 늘리기)
영어 과외
고1 짜리 계획표가 어찌 좀 썰렁한 것 같죠?
영어, 수학, 책 읽기가 전부입니다.
제가 엄마라면 수영이나 인라인 같은 것 한달 정도 시키면 좋겠는데...
(수영도 아직껏 못 배웠답니다 ㅠ.ㅠ
물론 대학 가서 성인 되어서 배울 수도 있지만
시간이 남아서 빈둥거리는 고1 보다는 차라리 운동이라도 배우러 다니는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10대는 몸도 많이 움직여줘야는데... 쓰읍...)
전에 똘똘이와 엄마 모두에게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라 했었습니다.
둘 다 모두 너무도 당연히 대학 가기위해서라고 하더군요.
그럼 어느 대학 어느 과에 가려고 하는지...
그리고 그 대학에 가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라 했습니다.
분명 똘똘이네 학교에서 반에서 3등... 즉 전교 50등 정도면
잘 해야 세종대, 숭실대, 광운대, 산업대..... 정도 갈 수 있습니다.
솔직히 위 대학들 정도도 요즘 세태엔 중상위 반열에 있긴 하지만
그 대학 졸업장이 아이가 사회에 나갈때 어떤 큰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대학들 밑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대학들 졸업장은 아예 경쟁력 자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또 말을 좀 심하게 한 건 아닌지... 기분 상하신 분들 계신다면 죄송합니다 꾸벅~~)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하위권 고등학생들도 공부를 해야만 합니다.
이미 결과가 거의 뻔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해야만 합니다.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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