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히는 공부와 만드는 공부 I
학창시절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였고 자녀가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공부가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가 뭐지?” “우리는 왜 공부하나?”
공부는 무엇인가요? <공부>하면 무엇이 생각나십니까? 어떤 단어가 연상되십니까? 잠시 생각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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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 “성적향상” “등수” “노력” “절제와 고통” “시험” “합격” “영어” “수학” “일류 대학” “출세” 이런 단어들이 머리에 떠오르시는지요?
제가 좀 자극적인 단어로 시작했나요? 공부하면 위의 단어가 연상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공부는 자녀의 미래와 연관되어있고 그 미래는 어느 대학에 입학했느냐에 의해 많은 부분 결정됩니다. 자녀가 다니는 대학의 이름=자녀의 미래라는 공식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합니다.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죠. 따라서 많은 분들은 공부=학습=명문대=출세 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절대 출세의 수단이 아닌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출세의 수단으로 공부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입니다.
진정한 공부는 무엇일까요?
글의 제목이 이미 말하고 있듯 공부에는 <익히는 공부>와 <만드는 공부>가 있습니다. 익히는 공부는 이해하는 공부입니다. 타인이 쓴 글을 이해하고 타인이 던진 질문에 답변하는 공부입니다. 초등, 중등의 학교시험과 수능문제가 모두 이에 해당합니다. 문제 출제자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출제의도에 부합하는 답을 골라야 합니다. 단답식도 마찬가지이고 서술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것이 모두 ‘익히는 공부’입니다. 남이 만들어놓은 지식을 열심히 이해하고 연습하는 공부입니다. 일본과 한국등 아시아권에서는 공부=이해+연습으로 간주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의 대부분은 서양사람들이 만든 지식으로 가득합니다. 우리가 어릴 때 그랬듯이 우리의 아이들도 서양사람들이 만든 지식을 열심히 외우고 학습합니다. 하나라도 더 외워서 ‘정답’을 맞추는 공부를 합니다. 100점을 향해 질주합니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공부를 ‘익히는 활동’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공부는 ‘만드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만드는 활동’ 이라고 여깁니다. 익히는 공부도 물론 필요합니다. 기본 지식을 익혀야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식을 만들기 위해 지식을 익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단순히 익히는 것이 목적인 공부와 만들기 위해 익히는 공부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습니다.
익히는 공부를 한 학생과 만드는 공부를 한 학생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독일에서 자란 어느 학생의 말을 인용하며 설명합니다. 이 학생은 독일어 특기생으로 강동구에 있는 h외고에 입학했습니다. 친구를 사귀고 한국생활을 한지 반년쯤 지난 후 그 학생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한국친구들 참 이상해요? 어제 영화를 같이 봤는데 영화보고 나서 아무 말이 없어요! 영화를 봤으면 어떻게 느꼈는지 생각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영화 본 느낌 나 혼자서 다 얘기했어요.”
한국말이 아주 서툰 이 학생은 영화를 본 느낌을 우리말로 쉼 없이 떠드는데 우리말이 유창한 한국학생들은 그 서툰 우리말을 듣기만 하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있었다 합니다. 그 학생들은 일반학교의 평범한 학생들이 아니라 유명한 외고의 엘리트들이었습니다. 이는 우리 교육의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익힌 것은 많지만 생각은 별로 없는…
영어를 잘하는 것은 꼭 필요합니다. 다만, 생각할 줄 모르는 영어는 어디에 필요하죠? 생각이 있고 하고 싶은 말이 속에서 용솟음치면 부족한 영어로도 얼마든지 표현합니다. 생각이 없고 느낌이 없으면 영어가 아무리 유창해도 말할 내용이 없어 침묵하게 됩니다.
공부는 왜 하는가? 질문을 던졌고 간단히 답변도 드렸습니다.
<익히는 공부와 만드는 공부>에 대해 연속 글을 쓸 예정입니다. 생각을 만드는 공부를 하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하려 합니다. 이미 글을 다 쓴 후 나누어 게시판에 올리는 것이 아니고 글에 대한 반응을 읽은 후 계속 쓸 계획입니다. 따라서 여러분의 댓글에 따라 다음에 올라올 글의 내용도 달라지게 됩니다.
공부의 목적은 입시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이 사이트에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이 그러니까요. 답답한 현실을 어찌하지 못하면서 여러분께 답답함만 가중시켜드린 것 아닌가 미안하기도 합니다.
다만 우리가 가고 있는 이 길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인지? 현실을 인정하더라도 소중한 자녀에게 생각을 만들 공간을 제공할 수는 없는지? 아예 현실을 바꿀 방법은 없는지?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주어진 조건에 마냥 적응하는 것도 하나의 길이고 조건을 바꾸는 것도 또 다른 길입니다.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여야 할까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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