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머니는 말이 없고 조용한 분이세요..
외모도 좀 많이 차갑게 생기셨고 칠순 가까운 지금도 곁에 서면
제가 마치 세수를 안한 기분이 드는,,,딸이 민망해지도록,,참 고운 분이십니다.
저희들 형제,,자랄 때,,
아이들 중 누구 하나가 몹시 아프면 아버지는 허둥지둥,,하늘이 노래져서 금방이라도 기절하실 듯이 반응이 격렬하신데, 어머니는 더 조용해지십니다..입을 조가비처럼 굳게 닫으시고 부엌과 방을 왔다,,갔다,,,그러셨답니다.
제 기억의 첫 머리 몇 토막에도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이 없으십니다.
5살쯤이던가,,,할아버지댁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서귀포 끄트머리,,지금은 잠수함 선착장으로 변해버린 드넓은 바닷가에
일제시대에 포경선이 포획해 온 고래를 가공해서 군수용 기름을 짜던 공장터가 해방후에도 건재하다가, 사라호 태풍에 거의 파괴되어 그 때에는 고대의 유적처럼 뼈대만 듬성듬성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습니다.
거치른 모래를 섞은 시멘트인가,,,바닥도 일부 남겨져 있었구요,,커다란 저수탱크도 남아있었구요..
인적이 거의 없었던 그 바닷가에서 혼자 자갈돌이나 주워서 쌓았다,,흩었다,,,그러구 놀았던 기억만 나니 아마 3살 터울의 동생이 걸음마가 서툴었던가 봅니다..
전기,,수도가 당연히 없는 지역이어서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물동이를 지고 왕복 십리는 될 먼 용천수에서 물을 길어오셨습니다. 주위를 돌아보아도 인간의 흔적이라곤 거의 없는 바닷가에 앉아 어머니가 물을 길어 걸어오시며 내는 자갈길 밟는 소리를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찰그락,,찰그락,,,
아마 그렇게 하루해가 가곤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은 후에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시집살이가 너무 고되어,,,물 긷는 동안의 시간도 숨 쉴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하셨습니다.
60년대 중반에,,,재산이라고는 인간의 몸뚱아리가 전부인 사람들이 태반인 시대에
사범학교를 나오셔서,,당시로서는 인텔리에 가까웠던 여인에게 노역에 가까웠던 시집살이는 심한 모멸감을 주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밤이 되면,,,,
제 손을 잡고 살며시 집을 빠져나와,,,
달빛 휘영청한 그 폐허의 공장터로 가시곤 했답니다..
기둥에 몸을 기대고 저를 옆에 앉히시고는,,,낮은 소리로,,,
그 집 앞,,,성불사의 밤,,같은 서러운 노래를 부르곤 하셨어요..울음을 삼키시느라 음정이 불안해지면 어린 제 마음도 떨렸답니다...달빛에,,,어머니의 얼굴이 달맞이꽃처럼 곱고 고와서 전 지금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5살의 나이에 그 노래들을 배우며 늦은 밤,,달빛을 밟으며 찰그락,,찰그락,,귀가하시는 아버지를 그렇게 기다렸더랬습니다...어머니는,,낮동안 훼손되고 파괴되었던 자아를 그렇게 추스리지 않으셨나,,그 또한 짐작만 합니다.
30년이 흘러 90년대 중반에,,,
다시 그만한 나이의 딸아이를 재우며,,전,,,임희숙의 노래를 불렀더랬습니다...
긴 잠에서 깨어보니 세상이 온통 낯설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줄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 듯 해라,,,,,,,
어머니처럼 낮은 목소리로 부르다보니 내가 참고있는 것은 비단 울음만이 아니라 절망도 되었다,,,울분도 되었다,,다시 희망도 되더이다. 시집살이를 한 것도 아니었고,,,그저 그 나이가 힘들었을 뿐인데,,그래도 어머니의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
큰딸의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도록 일기를 쓰시며,,,
자식의 병치레를 조가비처럼 다문 입술사이로 힘들다고,,신음 한번 내지 않으시고 겪어내신 후에
마흔 초반에 귀밑머리가 새하얗게 백발로 변하신,,,
제게,,,
고전과 근대문학을 가르쳐 주셨고,,초등 3학년에 <토지>를 읽게 해주셨습니다..아마 앙드레 지드의 소설들을 어머니와 함께 읽었던 듯 싶네요..^^ 너무 이르다고 걱정하시는 고모님께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으면 괜찮다,,하셨더랬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쉽지않은 일인데요...^^;;
아이가 묻는 말에는 어떤 질문에도 모른다 하지 않으셔서 저 또한 저절로 제 아이에게 그리 되도록,,
그저 어미의 삶이란 것을 몸으로 배워주신 어머니는 아직도 슬픔이 배어있고 여전히 고우십니다..
파블로와 미샤,,,,,,,,
이 다음에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 지,,,,,,,,,,
가끔 두려운 맘으로 그려보곤 합니다...
용재 오닐의 비올라로 듣는 섬집 아기,,,,,,,
한국인이어서 이해하는 이 곡의 정서가 기가 막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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