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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텐츠

리처드 용재 오닐의 섬집아기...

  • lazy
  • |
  • 2008-06-27
22


 

제 어머니는 말이 없고 조용한 분이세요..

외모도 좀 많이 차갑게 생기셨고 칠순 가까운 지금도 곁에 서면

제가 마치 세수를 안한 기분이 드는,,,딸이 민망해지도록,,참 고운 분이십니다.

저희들 형제,,자랄 때,,

아이들 중 누구 하나가 몹시 아프면 아버지는 허둥지둥,,하늘이 노래져서 금방이라도 기절하실 듯이 반응이 격렬하신데, 어머니는 더 조용해지십니다..입을 조가비처럼 굳게 닫으시고 부엌과 방을 왔다,,갔다,,,그러셨답니다.

 

제 기억의 첫 머리 몇 토막에도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이 없으십니다.

 

5살쯤이던가,,,할아버지댁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어요...

서귀포 끄트머리,,지금은 잠수함 선착장으로 변해버린 드넓은 바닷가에  

일제시대에 포경선이 포획해 온 고래를 가공해서 군수용 기름을 짜던 공장터가 해방후에도 건재하다가, 사라호 태풍에 거의 파괴되어 그 때에는 고대의 유적처럼 뼈대만 듬성듬성 여기저기 남겨져 있었습니다.

거치른 모래를 섞은 시멘트인가,,,바닥도 일부 남겨져 있었구요,,커다란 저수탱크도 남아있었구요..

 

인적이 거의 없었던 그 바닷가에서 혼자 자갈돌이나 주워서 쌓았다,,흩었다,,,그러구 놀았던 기억만 나니 아마 3살 터울의 동생이 걸음마가 서툴었던가 봅니다..

 

전기,,수도가 당연히 없는 지역이어서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물동이를 지고 왕복 십리는 될 먼 용천수에서 물을 길어오셨습니다. 주위를 돌아보아도 인간의 흔적이라곤 거의 없는 바닷가에 앉아 어머니가 물을 길어 걸어오시며 내는 자갈길 밟는 소리를 기다리곤 했었습니다,,,

찰그락,,찰그락,,,

아마 그렇게 하루해가 가곤 했던 것 같은데,,,,,,,

제가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은 후에 어머니가 말씀하시길,,,

 

시집살이가 너무 고되어,,,물 긷는 동안의 시간도 숨 쉴 수 있어 오히려 좋았다,,하셨습니다.

 

60년대 중반에,,,재산이라고는 인간의 몸뚱아리가 전부인 사람들이 태반인 시대에

사범학교를 나오셔서,,당시로서는 인텔리에 가까웠던 여인에게 노역에 가까웠던 시집살이는 심한 모멸감을 주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밤이 되면,,,,

제 손을 잡고 살며시 집을 빠져나와,,,

달빛 휘영청한 그 폐허의 공장터로 가시곤 했답니다..

기둥에 몸을 기대고 저를 옆에 앉히시고는,,,낮은 소리로,,,

그 집 앞,,,성불사의 밤,,같은 서러운 노래를 부르곤 하셨어요..울음을 삼키시느라 음정이 불안해지면 어린 제 마음도 떨렸답니다...달빛에,,,어머니의 얼굴이 달맞이꽃처럼 곱고 고와서 전 지금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5살의 나이에 그 노래들을 배우며 늦은 밤,,달빛을 밟으며 찰그락,,찰그락,,귀가하시는 아버지를 그렇게 기다렸더랬습니다...어머니는,,낮동안 훼손되고 파괴되었던 자아를 그렇게 추스리지 않으셨나,,그 또한 짐작만 합니다.

 

30년이 흘러 90년대 중반에,,,

다시 그만한 나이의 딸아이를 재우며,,전,,,임희숙의 노래를 불렀더랬습니다...

긴 잠에서 깨어보니 세상이 온통 낯설고,,,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줄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 듯 해라,,,,,,,

어머니처럼 낮은 목소리로 부르다보니 내가 참고있는 것은 비단 울음만이 아니라 절망도 되었다,,,울분도 되었다,,다시 희망도 되더이다. 시집살이를 한 것도 아니었고,,,그저 그 나이가 힘들었을 뿐인데,,그래도 어머니의 그 마음이 이해가 되더라고,,,

 

큰딸의 나이가 서른을 훌쩍 넘도록 일기를 쓰시며,,,

자식의 병치레를 조가비처럼 다문 입술사이로 힘들다고,,신음 한번 내지 않으시고 겪어내신 후에

마흔 초반에 귀밑머리가 새하얗게 백발로 변하신,,,

제게,,,

고전과 근대문학을 가르쳐 주셨고,,초등 3학년에 <토지>를 읽게 해주셨습니다..아마 앙드레 지드의 소설들을 어머니와 함께 읽었던 듯 싶네요..^^ 너무 이르다고 걱정하시는 고모님께 아이가 받아들일 수 있으면 괜찮다,,하셨더랬습니다. 제가 아이를 낳아보니 쉽지않은 일인데요...^^;;

아이가 묻는 말에는 어떤 질문에도 모른다 하지 않으셔서 저 또한 저절로 제 아이에게 그리 되도록,,

그저 어미의 삶이란 것을 몸으로 배워주신 어머니는 아직도 슬픔이 배어있고 여전히 고우십니다..

 

파블로와 미샤,,,,,,,,

 

이 다음에 나를 어떤 모습으로 기억할 지,,,,,,,,,,

가끔 두려운 맘으로 그려보곤 합니다...

 

 

용재 오닐의 비올라로 듣는 섬집 아기,,,,,,,

한국인이어서 이해하는 이 곡의 정서가 기가 막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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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경맘
  • |
  • 2008-07-09 01:00
답댓글

친정엄마가 오셔서 마침 오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레이지님 글읽고 댓글을 올리자니 벌써 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아마도 댓글의 끄트머리쯤에서 콧물까지 줄줄 흘리고 있지 않을까요?

너무너무 작게 세상과 만난 막내딸 외손주키워주시느라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땅에 오셔서 키워주시고

오로지 당신딸, 외손주걱정에 몇개월사이 당뇨를 얻으셨답니다.

요번에도 첼로소리가 그냥 너무 좋다는 손주녀석 악기사주러 다녀가셨습니다.

저도 항상 생각한답니다. 부모님이 쌓아놓으신 복과덕 덕택으로 살고 있다구요.

섬집아기는 초등1학년때 학생음악경연대회 불렀던 추억이 녹아있는 노래입니다.

엄마손잡고 성악가르쳐주시는 선생님댁으로 찾아가서 연습도 하곤했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건 엄마가 사랑으로 알려주시던 자상한 눈빛과 따뜻한 목소리입니다.

오늘도 엄마의 가시는 뒷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엄마께 어떤딸일까?

손주학원빼먹지 말게하라고 나올필요없다는 엄마를 태운 택시꽁무니를.. 보이지 않을때까지 바라모며

왠지 가슴이 너무너무 먹먹했습니다. 

할머니 코고는 콧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면서도 할머니 꼭 안고자는 아들방에서

오늘밤은 콧소리가 들리지 않네요. 엄마라는 존재는 불러도 불러도 그리운 이름인가봅니다.

그리움에 목메이는 이밤입니다.ㅜㅜ  

엄마가 가시고 나니 온집안 빨래들이 눈부시게 빛을 내내요.

씽크대도 반질반질 윤이나고, 욕실 세면대며 바닥이며 빛이 나지 않는곳이 없네요.

소파위에 사위꺼, 딸꺼, 손주꺼 가지런히 개켜놓으신 빨래들을 제자리에 찾아넣으며

제가 생각한것이라곤 고작 힘드니까 하지마시라 했더니!! 뿐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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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맘
  • |
  • 2008-06-27 17:49
답댓글

책에서도 자기는 이 곡이 참 좋다구 하드라구요. 예술가는 행복할거 같애요.

특히 음악가는. 저렇게 몰입을 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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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zy
  • |
  • 2008-06-27 18:49
표정이 참 순수하고 안정되어 있어서 첨에 얼굴만 봤을 땐 풍파없이 자란 청년이구나,,했었어요.
그런데 그 할머님 이야기랑,,엄마 이야기,,,
대견하고 감사하더군요..

저는 음악 중에 현악곡을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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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국화
  • |
  • 2008-06-27 17:33
답댓글

레이지님, 그동안의 영어책 소개나 노하우 공개도 무척 소중한 글이었지만,

이 글도 참말 너무 좋아 싸겠습니다^^

귓전에 물결 넘실대는 파도 소리와 자박 자박 자갈밭 걷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해요.

그 시대의 엄니들이 그렇게 속으로 자신을 추스리시고 다독거리시는 촛불 같으셨다면,

요즘의 엄마들,,,,아니 저는 너무 쉽게 부르르 떨었다가 또 금방 사그러드는 하룻밤 폭죽 같습니다.

때론 외로움이 자신을 많이 성장시키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은 그 깊은 바다에서 입을 꼭 다무신 채, 진주를 키우셨겠지요.

레이지라는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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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zy
  • |
  • 2008-06-27 19:01
오늘의 저는 부모님의 양육의 결과라는 것,,,
내가 이룬 모든 것이 그에 기반한다는 것을 아버지 병환을 치뤄내며 깨달았어요. 이전에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했었지요...
그러고보면 저는 참 모자란 엄마입니다..늘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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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국화
  • |
  • 2008-06-27 21:58
누가 추천을 눌렀으까?
혹시 맨 밑에 '레이지라는 진주' 요 멘트 땜에 레이지님이 눌렀쓰?
ㅎㅎㅎㅎㅎㅎㅎ

그나저나 레이지님, 원 글 너무 잘 읽었어요.
무신 영화 보는 것 맨치로 영상이 싸~악 스치더이다~
글을 읽는데 소리가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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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첼로
  • |
  • 2008-06-28 02:04
나도 읽음서 내 알던 제주분들 생각이 다 떠올랐어요.
좋은 곳에서 사시네요.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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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zy
  • |
  • 2008-06-28 02:15
안눌렀쓰~
자고 왔더니 게시판 분위기 또 야릇해졌넹...
긍께 가위 눌린 이유가 있었던 것이었~~~~~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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