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재아버님이 계기를 주신 차에 오늘 서점에 가서 초중등 문제집 좀 훑어 봤습니다.
원래 홈스쿨링 준비하려고 찬결맘님께 초등학교 교재를 부탁드렸었는데... 먼저 실례 좀 했네요. ^^
저 때는 선행이란 거라든지,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문제집이 없었는지 안 팔았는지 하여간에 못 봤습니다.
하도 낯선 얘기들이 초게에 많이 나와서 6차와 7차는 엄청 차이가 나나보다... 과목 줄인다고 들었는데 더 어려워졌다보다... 쫄아 있었는데 보니까 다른 것도 없더군요. ^^
숲 안에 있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차례로 훑어 보니, 흐름이 보입니다.
초1부터 고1까지는 말 그대로 '개념'에 대한 것을 학습하는 것입디다.
수에 대한 개념, 수를 사용하는 것들에 대한 개념.
평면, 입체, 부피, 무게, 각도, 길이, 빈도, 횟수, 가능성, 경우의 수 등등 일상 생활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수학적인 관계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배웁니다.
그래서 고1때까지는 수학보다도 학습자의 언어 능력이 중요합니다. 변수들의 관계를 말로 풀어 내든가, 말로 되어 있는 것을 변수화할 줄 알아야 하지요.
그리고 고2~3은 고1때까지 배운 개념을 공식화하는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지긋지긋한 함수와 변수의 세계지요. (미적분 말쌈입니다.) 변수가 많으면 답이 안나오기 때문에, 변수 간의 관계를 알아내어 적어도 3개로 축약할 수 있다면 방정식의 해를 구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평면과 입체에 대한 부피도 그래프화해서 함수로 풀 줄 알아야 합니다.
수학적인 개념을 공식화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수학적인 재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이네요.
빛의 속도는 세상에서 가장 빠르다. 어느날 이것을 깨달았다고 합시다.
그러나 증명할 수 없다면 말짱 꽝입니다. 그것을 E=mc^2로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승패가 갈립니다.
피타고라스도, 보기엔 비슷비슷해 보이는 삼각형의 관계를 식으로 표현한 수학자입니다. a^2=b^2+C^2이던가요?
파스칼인가 하는 작자는(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천장에 파리가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래프가 보이더랍니다. 그래프로 표현이 되는 것은 함수로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궤적을 추측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답이 나오도록 온갖 변수들의 관계를 공식화 하는 것. 그것이 수학의 목표입니다.
그 전까지, 고1때까지는 수학에서도, 과학에서도 말빨이 중요합니다.
그 유명한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봤는데요.
아이큐 문제랑 비슷하더군요. 고1 과정까지 나오던데,
방정식을 배우지 않은 초등학교 애들이 방정식이 필요한 개념 -- 변수들의 관계를 뽑아 내어 공식을 만들어 풀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보이더군요. 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공식화가 수학적인 재능이라고 했지요.
공식을 배우면 풀기 힘든 문제가 아닙니다만, 공식을 배우기 전엔 스스로 도출해 내기 위해 고민을 해야 합니다.
속도는 거리 나누기 걸린 시간이죠. 그걸 모르는 아이들이, 시속 100키로로 달리는 차가 2시간 달리고 속도를 줄여서 60키로로 1시간 달리고 15분에 걸쳐 멈췄다. 총 이동 속도는? (막 만든 예입니다만)
물리도 모르고 공식도 모르는 아이들은 자신의 배경지식을 풀가동해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 문제의 목표는 그런 겁니다.
그게 안 되는 아이들은... 혹은 되는지 안 되는지 잘 모르는데 그냥 막연한 가능성만 가진 아이들은 안타까운 얘기지만, 초등학교 때 고1과정까지 선행하게 되는가 봅니다.
스스로 공식을 도출할 시간을 주지 않고 대입해 풀도록 가르칩니다.
그런 거네요.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가 특목고를 위한 것이든 재능있는 소수를 위한 선별 과정이든 일단 제쳐두고...
그럼 그냥 표준적인 교과 과정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초등부분의 수학은 특히나 '언어의 논리성'과도 별반 다를 것 없는 수준의 논리력을 요구합니다. 즉 말빨로 먹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 잘하는 애가 공부도 잘 한다고 하지요? 비슷한 의미입니다.
또한 수학적인 경험이 많으면 직관이 빨라집니다. 직관은, 배경지식이 많을수록 예리해지죠.
애들 과자 먹고 과자곽 풀어보게 해 보세요.
전개도 어렵지 않습니다.
쌓기 놀이... 많이 하면 부피 구하는 거, 척 보면 앱니다, 아닙니까?
색종이 오리고 쪼개고 하다보면 도형도 뭐... 고만고만입니다.
밖에 나가서 바닥의 벽돌 무늬가 어떤 패턴인지 함 관찰하게 해 보세요.
패턴 쉽습니다.
그리고 수개념, 단위개념을 아주 정확하게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에 자, 계량컵 자주 갖고 놀게 해 주세요. 간단한 요리라도 좀 시켜 보세요.
각도기...까진 좀 오바더라도, 땅따먹기 할 때 손가락으로 원 그리잖아요.
그런거 하고 놀면서 기하학 개념 생깁니다.
개념은 수학 문제집을 꾸준히 규칙적으로 푼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념 정리 읽어보고, 이해하고, 공식 외우고, 문제 푸는 거 다들 아는 당연한 방법 아니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얼마나 많은 현상을 접하느냐, 그리고 그것을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기에 응용력의 힘이 있지요.
밖에서 본 건 문제집으로 봐도 보이구요, 엄마, 아빠한테 들은 건 문제집에서 처음 읽어도 바로 압니다.
부모님의 대화와 독서로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게에서도 무지하게 주장하고 다니는 겁니다만)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아이의 재능이나 능력에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부모님이 해 주실 게 더 많습니다.
모국어가 완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이지요.
완성은 부모가 시켜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말로 해야 하는 것을, 말도 제대로 안 가르치고 아이 힘으로 풀어 내라는 건...
...
눈에 나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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