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니비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아영님의 피상적인 데이터로 논리를 맞춘 말장난 같은 글을 읽고 가슴이 답답함을 느꼈는데
하니비님의 글을 읽고 답답함이 확뚤리는 기분입니다.
아영님의 글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지켜보다가 초 3-4학년쯤 되서 나눗셈을 어려워하면
'아 이아이는 수학에 재능없으니 SKY는 틀렸구나'라고 판단해야한다는 것인데,
부모가 자기 자식을 이렇게 대한다면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요?
수학의 재능이 있고 없음은 사실 태어나서 3-4년이면 알아챕니다.
저는 5살박이 쌍둥이를 기르는데 한 아이의 수학적 재능은 한눈에 알 정도로 뛰어납니다.
(요즘은 사촌에게 물려받은 구구단책을 보며 혼자 놀곤 합니다, 외우지는 못해도 원리는 파악하고 있지요.)
그런데 함께 태어났어도 다른 한 아이는 그저 보통입니다.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다는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물론 다른 재능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럼 전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저 보통인 아이는 나눗셈배울때까지 그저 보통이구나, 생각하다가 4학년쯤 되서
아, 정말 내 생각이 맞았구나.. 너는 SKY는 힘들겠다.. 이러면 되는 건가요?
아니면 하니비님처럼 어려서부터 집안사물과 교구를 이용해서 아이의 수학적 감을 키워주어
초4가 되었을 때 나눗셈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중학교에 가서 함수와 삼각함수를 어려워하지 않도록
고등학교에 가서 지수로그와 공간도형을 어려워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도와주어야할까요?
당연 후자이겠죠.
아영님, 제가 지금부터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수학적 감을 길러주고(선행이나 학습지 이야기가 아닙니다),
학습의 시기가 왔을 때 지속적으로 단계를 높이기 위해 좋은 가이드를 주어도
우리 아이가 수학 때문에 SKY에 갈 수 없다고 정말 확신하십니까?
저의 수학적 보통아이 찌루는, 아마도 세계적인 수학자가 될 가능성은 0%에 가깝겠지요.
그렇다고 수능 수학에서 만점을 받을 가능성까지 0%일까요?
또 저는 중1짜리 뛰어난 언어적 재능을 타고난 조카의 수학을 가르치고 있기도 합니다.
이 아이는 수학을 지나치게 다양하고 폭넓게 사고하려해서 참 걱정입니다.
정확하고 틀에 맞춘 것을 선천적으로 거부하지요.
사실, 가르치기 어렵습니다.
너무 융통성을 발휘하는 범위가 넓어서 가지치기를 잘 해주어야하죠.
하지만, 이 아이의 엄마는 지금까지 13년 동안 수학에 관련한 아낌없는 투자를 했고
사실 수학의 재능이 많은 시간을 쏟아야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수학적으로 전혀 뒤쳐지지 않습니다.
최상위 문제집을 70%이상 소화하고 있지요.
이 아이 역시 세계적 수학자가 될 가능성은 0%이겠지요.
하지만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아영님,
우리나라에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높은 수학 '점수'가 진정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동의합니다.
수학을 잘해야(극상위는 아니더라도) 다른 과목에서도 자신감이 생긴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또 수학적 재능은 타고난다는 점도 동의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수능은 수학적 재능을 테스트하는게 아니고, 수학적 지식을 문제풀이능력을 테스트하는 것이지요.
남들보다 조금의 노력은 더 필요하겠지만, 수능에서 보는 수학은 꼭 수학적 재능을 타고난 학생만 치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달리기를 예로 드셨지요.
체육이라면 저도 할 말이 좀 많습니다.
100m를 16초쯤 달리셨다구요?
저는 고 1때 100m에 20초가 넘어가서 선생님이 그냥 20초로 적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던지기 13m가 최고 기록입니다.
오래달리기에서 함께 줄맞추어 뛰는데 저 혼자 반바퀴 늦게 돌아왔습니다.
(아주 광고를 합니다 -_-)
팔다리에 장애가 있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키 168의 건장한 체구를 가졌죠.
다만 저주받은 운동 지능을 가졌을 뿐이지요. -_-;
그럼 제가 입시에서 체육 점수를 잘 못 받았을까요?
저, 체력장 1등급 받아냈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로 노력을 했지요),
재능이 조금 덜 필요한 윗몸일으키기나 오래 매달리기 제자리 멀리뛰기에서
죽을 각오로 힘을 다해서 거의 만점을 받았습니다.
세상엔 언제나 예외가 있고 노력은 재능을 앞지릅니다.
적어도 비슷하게 따라갈 수는 있죠.
보아하니 수학적 재능으로 SKY타이틀을 쉽게 얻으신 분 같은데,
언제나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가지요.
아니라면 미안합니다.
(저는 이런 글에서 보통 죄송합니다, 라고 쓰는데 님은 어떤 글에서 미안합니다, 라고 하셨더군요.)
몇까지 피상적인, 일반적인 데이터로 아이 교육에 헌신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수학적 재능이 없으면 일찌감치 마음접고 딴길을 찾으라는 말처럼 들리는데,
그럼 법관이 되고 싶은 아이가 수학을 하지 않고 대학에 가서 법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우리나라에 있나요?
있다면 꼬옥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님께서 원하는 바대로, 행복을 되찾을 아이와 부모가 넘쳐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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