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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의견...

  • 강미선
  • |
  • 2008-03-04
3

(퇴근하시면 늦은 시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i)포인트왕수학이 첫 문제집이구요, 3학년 때 응용왕수학까지 하고 올림피아드를 다 못 끝내서 지금 4학년 점프왕수학과 3학년 왕수학올림피아드를 병행하고 있는 중입니다.

=> 개인적으로, 저학년(3학년이면 저학년이죠?^^) 아이들이 첫 학기 시작 문제집으로 '난이도는 높고 개념 설명은 적은' 문제집을 푸는 것에 대해 그리 좋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학년 아이들이라도 천차만별이라서 한마디로 좋다 나쁘다를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저는 별로 권하고 있지 않아요.

왜냐하면, 아직 '문제'에 익숙해질 필요는 없는 시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문제에 가장 많이 익숙해지면 좋은 시기는 '입시'에 임박한 시기라고 봐요. 대학 부설이나 교육청 영재원 입학 시험도 입시라고 보는 분들도 있겠지만...글쎄요.

저는, 좀 더 길게 보고, 초등 저학년 때는 아직 문제에 길들기 보다는 뒤죽박죽 생각해보며 지내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말끔하게 다 맞추지 못한 경험이, 나중에는 더 큰 힘(밑바탕)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보구요...

 

ii) 많이 틀리는 유형의 예를 들면,
* 지혜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석굴암을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잘못하여 1호실, 2호실, 3호실, 4호실의 열쇠를 모두 섞어 버렸습니다. 모든 방에 맞는 열쇠를 반드시 찾으려면 지혜는 열쇠를 최소한 몇 번 사용하면 됩니까?(3학년 올림피아드)

=> 이 문제에 대한 아이의 첫번째 반응은 무엇이었는지요?

그리고 아이가 해결하게 된 '과정'은 어떠했는지요?

그림을 그려 보거나 직접 물건을 가지고 재연을 해 보았는 지, 아아니면 엄마가 설명을 해 주셨는지...?

본인이 이 상황에 처했다고 생각하면 매우 쉬운 문제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매우 어렵게 여겼을 것입니다.

만약 다음에 이와 비슷한 다른 문제를 만난다면, 아이가 해법을 회상해서 잘 풀 수 있을까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것 같습니다. 

다시 떠올릴 수 있으려면 답에 이르는 과정이 본인의 기억에 남을 정도로 신선한 경우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아이가 푸는 이런 문제들은 앞(고학년, 중, 고...)으로도 종종 나오는 문제들입니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비슷비슷한 문제들을 계속 만나게 되니까요.

만약 어떤 아이가 3, 4학년 때 어찌어찌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치고, 중1이 되어서 다시 이런 문제를 보았다면.

그 아이가 이 문제를 자기가 몇 년전에 풀었던 것을 기억해내어 슥슥 풀 수 있을 수도 있고(경우1),

생전 처음 보는 문제라고 보고 3,4학년 때 자기가 헤맸던 것을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경우2).

우리가 바라는 아이는, 그래서 지금 초등학교 때 부터 이런 문제를 풀게 하는 이유는, (경우1)처럼 나중에 결정적인 시기에 기억해낼 수 있기를 바라고 또 그럴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실제로는 어떤 경우가 더 많을까요?

(중, 고생 학부모님들 얘기 좀 해 주세요~^^)

 

* 한 시간에 96키로미터씩 달리는 고속버스와 한 시간에 72킬로미터씩 달리는 트럭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고속버스는 서울에서 출발하고 트럭은 435킬로미터 떨어진 부산에서 동시에 출발하여 몇 분간 달린 후 고속 버스와 트럭 사이의 거리가 처음으로 15킬로미터였다면 고속버스와 트럭이 몇 분간 달렸을 때입니까?(4학년 왕중왕)
=> 중학교 1, 2학년이 되면 매우 많이 풀게 되는 유형이죠.

초등 4학년 아이가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무척 궁금합니다.

아이가 맨 처음에 접근한 방법(즉, 아이 본인이 떠올려 선택한 방법)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 문제를 속력을 1분 단위로 하는 게 좋을지, 10분 단위로 하는 게 좋을지 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아이라면 쉽게 해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문제를 읽고도 아무 생각이 없었거나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면...

이 때는 아이에게 설명을 해 주신 분의 능력이 중요해지요. 어떻게 설명했느냐에 따라 다음에 이런 문제를 만났을 때는 본인이 해결할 수 있기도 하고, 여전히 어려워하게 될 수도 있지요.

 

* 그림에서 *이 포함된 직사각형의 개수를 구하시오.
이 마지막 유형은 요즘 좀 맞고 있는데, 전반적으로 도형갯수 세는 것 싫어합니다. 자꾸 틀리니까 그렇겠죠.
=> 체계적으로 생각하면 크게 어렵지 않을 거에요.

체계적인 사고를 넘어, 아이를 지치게 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라면 안 풀려고 된다고 봅니다.

그 문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문제라면 풀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오히려 아이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보니까요. 


*어제 푸느라고 시간 다 쓴 문제는 이렇습니다.
 영수는 매일 아침 우유 한 병을 배달시켜 먹습니다. 8월 초에 우유 한 병의 값은 340원 하던 것이 390원으로 인상되어 8월분의 우유값으로 11240원을 지불하였습니다. 우유값이 인상된 날짜는 언제부터입니까?
=> 마찬가지로, 중학교 방식으로 풀 수도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배우는 방정식으로 풀어도 되는 문제를 어린 나이에 미리 푸는 것은, 이런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사고력이 향상되기를 바라는 것일 것입니다.

사고력은 문제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접근 방법'(전략)에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가 식을 쓰지 않고도 자기 나름대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요.

이 문제를 아이가 어떻게 접근했는 지 궁금하네요.^^ (맞추고 못 맞추고가 아니라, 어떻게 '시작'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시작은 아이 본인이 하는 것이니까요)

 

iii) 잘푸는 유형은 마방진,문제, 방정식 문제 등인 것 같습니다. 규칙 따지는 문제도 좋아하구요. 수학관련 동화 등을 많이 읽다 보니까 어떤 문제는 '엄마, 이건 파스칼의 삼각형이야, 또 이건 사각수야 ' 하면서 응용해서 즐겁게 푸는 것 같습니다.
=> 아이가 즐겁게 푼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지요~^^

 

....

초등학교 수학은 '씨앗'와 같습니다.

뿌리는 단계지, 아직 열매를 바랄 단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 심어야 튼튼하게 잘 자랄 것입니다.

어떤 씨를, 어느 계절에 어떤 곳에 심느냐 등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올해는 날씨가 안 좋으니 다음 해에 심기로 할 수도 있고, 씨앗을 무조건 한꺼번에 심지 않고 땅을 골라 땅에 맞는 씨앗끼리 심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초등 3학년에 이런 문제집을 풀리는 것이 좋으냐 5학년이 좋으냐, 초등 단계에서는 건너뛰고 중등 단계에서 풀게하는 게 좋으냐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판단을 잘 하기 위해서 우리가 이런 글을 나누고 있는 것이겠지요?^^)

 

대체적으로, 한 문제 푸는 데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자꾸자꾸 나오고 처음에는 나름대로 즐거웠는 데 점차 지겹고 힘들어지는 상황이라면, 그 문제가 '아이에게 맞지 않는 것'이라고 봅니다.

앗...그렇다고 무조건 아이에 맞추어서 난이도를 낮추라는 말씀은 아니에요.^^;;;

'적절한 수준'을 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적절한 수준을 알기 위해서 우리가 이런 글을 나누고 있는 것이겠지요?^^)

모든 아이들이 한 문제집을 사용하고 그 문제집을 억지로라도 다 맞출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 문제들이 월등히 우수하고 가치있는 문제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교육적 배려를 가지고 문제를 내는 곳도 있지만, 교육적 배려는 무시하고 일단 어렵게 내는 문제집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등 과정이라면 몰라도, 초등 과정에서는 '교육적 배려'가 문제 수준보다 중요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문제집 회사가 몇 군데나 될런지...ㅡ.ㅡ;;; )   

 

문제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교재를 정하실 때,

'나중에 이 문제들을 아이가 기억해낼 수 있을까? 지금한 풀이 방법도  기억할 수 있고, 새로운 풀이 방법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를 생각하시면서 정하시면 좋겠습니다.

한 문제를 2시간 걸려 풀었어도 나중에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지려면 단순히 문제를 많이 풀고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머릿 속에서 과거에 푼 문제들이 재구조화가 되고 상기되어 꺼내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꺼내쓰지 못하면, 기껏 풀어보았자 소용이 없죠.

어딘가에 재활용되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 아이가 그렇게 문제를 풀고 있는 지를 생각해 보다보면, 답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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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맘
  • |
  • 2008-03-0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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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선님 글 보자마자 일 일찍 끝내버리고 집으로 달렸더랬습니다. 지방이라 집과 직장이 가깝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셨네요. 강미선님의 입장은 늘 과도한 선행을 경계하신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제 귀가 팔랑귀라서 주변의 말, 혹은 게시판의 글에 많이 솔깃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그동안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 과도한 선행은 무리가 가겠지만 제 학년의 심화는 매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가 듣고 본 것을 나름 종합한 것인데요....  학창시절 수학이 웬수였던지라 아이에게서만큼은 이를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심정이 절실해서 가장 신경쓰는 것이 수학입니다. 말씀 참고로 해서 4학년-나를 진행할 때는 좀 더 쉬운 단계에서부터 밟고 올라가도록 해보겠습니다. 참, 아까 말씀드리지 못했던 것이, 삼각형 왕중왕 문제에서 막힐 때 개념원리(심화편)의 그 단원을 풀게 하고 왕중왕을 풀게 했더니 거의 다 맞더군요. 6단원도 다시 개념원리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심화라 해도 왕중왕보다는 쉬운 수준인 것 같습니다.  님의 조언을 따른다면 더 쉬운 단계를 밟는 게 맞겠지요.

그런데, 어려운 문제 푸는 데서 성취감을 맛본 아이의 문제가 쉬운 문제를 좀 지루해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을 위험한 징조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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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미선
  • |
  • 2008-03-04 23:45
문제를 '차별'하지 말고 모두 다 즐겁게 풀면 좋겠지요.^^;;;

쉬운 문제, 어려운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문제가 주는 효과,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능력(사고력)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쉬운 문제는 쉬운 문제대로, 어려운 문제는 어려운 문제대로 나름 효과가 있지요. 지금 단계에서 내 아이에게 무엇이 제일 큰 효과를 줄까?를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마다 코스는 다 다를 수 있다는 거에요, 표준적인 코스를 정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지금 아이는 아직 매우 어려요. 앞으로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쉬운 문제를 지루해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또 재밌어하고...앞으로도 변화가 무쌍할 것입니다. ^^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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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중맘
  • |
  • 2008-03-05 22:19
윤맘님의 질문과 강미선님의 글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말 매일 고민하고 이런글들을 읽고 느끼고 배우게 됩니다....
  •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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