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가서 잡으려고 했어요. 뒷모습은 아릿다운 아가씨가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허리춤에 묶어맨 웃도리 뒤판에 쓰인 영어문구가 기가 막히더군요. 욕설로 시작해서 (있잖아요, f로 시작하는...) 그 다음 말은 차마 쓰진 못 하겠고 다듬어서 해석만 할게요. “성생활을 못해서 내 엉덩이가 차다.” 붙잡고 한마디 해주려고 잰 걸음으로 쫓아갔는데 때마침 도착한 전철을 타버리더군요.
도발적으로 보이려고 그런 옷을 걸친 것 같지는 않았어요. 다른 옷차림은 지극히 평범했으니까요. 아마 쥐뿔도 모르면서 사입었을 겁니다. 하긴 일일이 옷에 쓰인 꼬부랑말을 점검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그렇게 대문짝만하게 쓰인 글씨라면 최소한 무슨 뜻인지 궁금하지도 않았을까요? 그따위로 영어 쓰라고 우리가 이 고생하며 자식들 영어 가르치는 건 아니지요.
전 지금 어린이와 대학생 모두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대학 선생인데다가 교육컨설턴트로 초, 중, 고교생들 영어실력을 진단/상담하고 있거든요. ‘얘들이 어떻게 공부해야 대학생이 돼서 영어를 쏼라쏼라 할까’가 저의 업(業)인데, 엄청난 학설과 수많은 이론이 매일 매일 쏟아져 나옵니다. 위기감은 그 이상이니 제 직업도 머리가 아픕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영어권 국가에 얼마간 살다오면 영어를 잘 하나요?
저는 조기유학 현장의 산증인입니다. 3년간 미국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거든요. 초등학교 때 유학와 한 1년 정도 머무르면 아이들이 영어를 잘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대학 시험보고 인터뷰에서 요점 있는 발언을 할 정도는 못 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제 생각은 인간마다 사람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다르고, 또 어떤 분야에서 뛰어날 수 있도록 공부하는 방법도 다르다는 겁니다. 뻔한 소리를 왜 하냐구요? 누구나 다 아는 소리를 설득력 있게 다시 말하는 것도 학자들의 임무입니다. 그러니까 말이죠, 그렇게 다 다른 인간을 책 몇 권 읽은 교사나 일개 학자가 어떻게 훤히 알겠어요? 자기 자식의 전문가는 부모입니다.
영어도 그렇습니다. 공부 방식이 달라야해요. 어떤 아이는 일찍부터 문자에 호기심을 갖는 가하면, 숫자를 좋아해 동네 자동차번호판을 줄줄 외는 아이도 있습니다. 색깔을 빨리 구분해 선호하는 색이 분명히 있는 아이도 있구요, 도형을 얼른 이해해 사물을 입체로 그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들입다 먹는 거만 찾는 녀석도 있지요(제 아들 ^^).
이렇게 자식을 파악하고 있으면 어려서는 되도록 관심과 장기를 활용한 접근을 해야지요. 숫자를 좋아하는 아이는 달력으로 영어공부를 시키고 자동차를 좋아하면 모형차를 가지고 문장을 만듭니다. 아이가 자라면 차츰 싫어하는 쪽도 연마하도록 꾀를 내야합니다. 책을 안 읽으려고 하면 한 두 페이지만 충분히 활용한 뒤 다음 내용을 궁금하게 만들고,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는 쉬운 영어로 된 단계가 낮은 수학 문제로 영어공부를 시킬 수 있습니다.
금기 사항: 당신의 이웃집 아이가 뭘 하는지 궁금해 하지 말라!
옆집 아이와 내 자식은 다릅니다. 내 자식은 ‘꽃’인데 자꾸 옆집 애처럼 ‘나비’가 되라고 할 수는 없잖습니까? 도통 과묵해서 말이 없는 내 애더러 친구 딸처럼 영어 스피킹이 안된다고 안달하지 마세요. 친구 딸은 아마 한국어로도 얄밉도록 수다스러운 애일 겁니다.
많은 엄마들이 자기는 아이의 뒷받침을 잘 하지 못하고 있다고 걱정하더군요. 자신이 모자란 사람이라는 생각에 시달려요. 아닙니다. 여러분 자녀에게 있어 당신보다 더 지극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지극하신 여러분께 지금부터 다양한 영어공부 얘기를 테이블에 펼치겠습니다. 내 자식 영어공부, 한 번 잘 시켜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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