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약속드렸던 대로, 스누라이프에 간단하게 레포트 및 글쓰기에 관한 연재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추천은 벌써 많이 해 주셨으니 안 해주셔도 됩니다. 이번 글은 굉장히 짧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내용이 많이 없을 수 있습니다. 아마 '서평쓰기' 그리고 '소논문쓰기'에 이르러 조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글을 올리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첫번째 글은 제가 조교생활을 하면서 겪은 글 중 약 하위 25% 정도의 글을 쓰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조언들입니다. 즉, 자신이 글쓰기의 기초를 익히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굳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 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글쓰기의 원칙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 원칙들은 레포트 및 답안지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백번 읽기보다, 방학에 시간이 남을 때 http://writing.snu.ac.kr/을 방문하여 글쓰기 강좌를 들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인터넷에서 바로 작성하는 것이라 정작 이 글에 오타 및 비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2. 가장 기본적인 요구: 비문 없이, 두괄식으로

(1) 비문없이 글을 쓰는 법: 간결하게 쓰자

글쓰기의 고전 지침서로 알려진 "글쓰기 생각쓰기"라는 책을 아시나요? 그 책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은 바로 "짧게, 간결하게" 쓰라는 주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문장은 짧은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비문이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읽기 편안해 집니다.

글에서 비문이 늘어나게 되면, 글의 내용을 해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글을 읽는 사람은 그 문단을 건너뛰거나, 아예 기억에서 지우게 됩니다. 당연히 의도하지 않았던 논리의 공백이 발생하게 되고, 그 글에 좋은 점수를 부여하기 어렵게 됩니다.

간단히 다음의 사항을 한 번 보시죠.

1) 하였고, 하였으므로, 등으로 연결되는 긴 문장을 간결하게 끊어봅시다.
2) 접속사의 반복을 피합시다.
    비문과는 관계가 없습니다만, 급하게 글을 썼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됩니다.
    A입니다. 그리고 B입니다. 그리고 C입니다. 식의 글은 성의가 없어보입니다.


(2) 두괄식으로 쓰자

모든 글의 첫 문장에 주제문이 나올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단락, 장, 절의 가장 첫머리에 주제문을 등장시키는 것은 아주 좋은 글쓰기 습관입니다. 글을 두괄식으로 쓰라는 말은, 논문의 서론에서 결론을 보여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사실 조금 더 길게 어떤 드래프트를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파일을 첨부하기도 어렵구요. 이 부분은 끝없이 연습하셔야 합니다.

문단 및 장, 절의 첫 머리에서 그 문단의 핵심내용이 드러나는 것, 글 읽는 사람에게 굉장한 편안함을 줍니다.



3. 대학원생-교수의 구미에 맞는 글을 쓰자: 형식 갖추기

  아시다시피, 이 글은 Ph.D. 과정, 혹은 석사과정에서 새로운 학술성과를 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조언이 아닙니다. 인문, 사회과학 교양수업에서 학부생들에게 '기본적인' 글쓰기 스킬을 알려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래의 내용은 꼭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1) 각주달기

  정확하게 각주를 단 글은 품격있어 보입니다. 괜히 좋은 점수를 주고 싶어집니다. 왜냐, 학부생들 중에 인용을 정확히 하는 사람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히,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쉽게 레포트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법이 바로 각주 정확히 달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정치학과라면 한국정치학회보, 외교학과라면 국제정치논총, 사회학과라면 한국사회학회보나 문화사회학회의 학회지 등 그 분야의 대표학술지가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있는 각주 쓰는 방식을 따라주십시오.

  아니면, 최소한 일관된 방법으로 각주를 달아주시면 됩니다. 

  적어도 석사 혹은 박사라면 인용법을 엄격하게 지키기를 요구받기 마련입니다. 나아가 학부생의 글을 채점할 때 이 학생이 얼마나 표절없이 성의껏 글을 썼는지를 확인합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 바로 정확한 인용법의 활용입니다. (물론 인용이 반복되는 맥락없는 글은 싫습니다만)

  글쓰기교실의 '글쓰기 강좌'에서 '인용법' 클래스의 수강을 권장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용법에 관하여 링크를 달아드리고 싶습니다만, 기초적인 것을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론 학과, 학회마다 인용법이 다릅니다만, 적어도 다음의 사항을 '일관되게' 전부 넣으시면 감점은 당하지 않습니다. 

  가. 국내 단행본의 경우
  - 이준구,  『미시경제학』(서울: 법문사, 2007), p. 209.
  - 즉, 저자/서명(양꺽쇠를 많이 씁니다.)/출판사(출판지역을 쓰기도 하는데 이는 생략해도 됩니다)/ 출판연도/ 페이지

  나. 국내 논문의 경우 
  - 이준구, "내가 자하연을 사랑하는 이유",  「한국멋쟁이회보」(한국멋쟁이학회, 제3권 10호, 2007. 3.), pp. 201-2. 
  - 저자, "논문명", 학회지명(꺽쇠를 많이 씁니다), 출판학회 및 권호, 출판연도, 면수. 

  재인용의 경우 재인용 표시를 달아주는 것이 옳습니다. 
  예컨대 칸트의 책을 본것이 아니라 칸트를 인용한 이준구 교수님의 책을 본 경우, 이준구, (위의 사항), 에서 재인용. 이라고 적어주시면 됩니다. 
 
  귀찮고 고단해보이지만, 저는 인용법을 정확하게 지키는 것이 연구의 기본이라고 믿습니다. 학자라면 자신의 성과를 솔직하게 고백하고, 자신의 생각이 아닌 부분을 솔직하게 걸러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키다보면 인용법이 지켜지지 않은 글이 얼마나 수준낮아 보이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덧붙여, 네이버 전자사전은 이용하지 마십시오. 인터넷 검색도 어지간하면 이용하지 마십시오. (최신의 연구성과가 해외 전자저널에 검색된 경우가 아니라면) 어이없어보이지만, 몇몇 새내기 및 공대생분들이 URL을 그대로 옮겨서 파란글씨에 밑줄이 그어져 있는 채로 각주를 달아 레포트를 제출하는 경우가 적어도 100개의 레포트 중 10개는 됩니다.


 
(2) 목차잡기

간단하게, 피해야 할 목차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목차는 최악입니다.

1. 서론
2. 본론 1
3. 본론 2
4. 본론 3
5. 결론

어이가 없으시죠? 그런데 있습니다! 최소한 100개 중 5개의 레포트는 저렇게 글이 나옵니다.
서론과 결론은 저렇게 제목을 달아도 되지만, 본론은 절대 저런 식의 제목을 달면 안 됩니다. 
100개 중 15개는 범하는 실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1. 서론
2. 왜 미국에는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 (질문을 던지는 제목)
...

4. (결론부분에서) 미국사회를 이해하자 (청유형 제목)

목차를 잡을 때 목차에 '문장'을 쓰시는 분이 있습니다. 별로 좋지 않습니다. 
그 목차가 전체 글 내용을 보여주는 '키워드'로 구성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서론 및 결론에도 아주 장문의 글이 아니라면, 부제를 붙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1. 서론: 근대철학과 개인의 등장
2. 근대 사상의 태동이유: 산업혁명과 종교개혁
3. 개인 중심의 근대사상
......
5. 결론: 현대 사회의 '개인'

목차를 보고 글이 어떻게 전개될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여러분이 수준 높은 논문을 좀 더 보시면, 목차만 보더라도 그 글의 내용이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수준 높은 논문은 주로 서론-결론을 제외하고 3-4단계 정도의 덩어리가 있습니다.
그 덩어리 안에 다시 내용을 구체화 하는 소목차들이 늘어서 있지요.
 
이 후 제가 '소논문을 작성하는 법'을 말씀드리면서 주제 잡는 법을 알려드릴 것이고, 그 때 목차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더 잘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때는 시간이 더 생겨 구체적인 사례나 드래프트를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여튼 요지는, 목차에 그저 성의 없이 본론 1. 본론 2. 등의 제목을 붙이지는 않아야 하고, 나아가 문장 보다는 키워드를 담아야 하며, 나중에는 목차만 봐도 그 글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는 점입니다.


4. 글을 마지막으로 살피는 법

다음을 체크리스트 삼아 지켜주시면, 최소한 글이 '없어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조교들이 학부생들의 글을 채점할 때, 대단한 글을 기대하기보다는 형식적인 면 역시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알아주십시오.

1) 쪽번호 매기기
2) 비문, 오탈자 없애기
3) 각주 정확하게 달기: 저질의 전거 인용하지 않기 (URL인용 등)
4) 참고문헌 정확하게 달기 - 각주다는 법과 참고문헌 다는 법은 약간 다릅니다. 예컨대 외국문헌의 경우 저자의 성/이름을 순서를 바꿔서 쓰는데, 이는 간단히 나중에 설명드리겠습니다.



5. 나가면서 드리는 말씀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이번 글은 '정말 초보'를 위해 드린 글입니다.
다음 글은 더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글을 읽으면서도 '아 나는 이것도 모른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다음을 권합니다. 

1) 위 글쓰기 교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수한다.
2) 대학국어 수업 외에 '사회과학글쓰기' 등의 자신의 분야 글쓰기 과목을 수강한다.
3) 강의평가들에 잘 주목하여, 핵심교양수업을 잘 수강한다.
    - 개인적으로는 백종현 교수님의 "현대사회와 윤리" 수업이 비교적 글쓰기 지도가 잘 이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첨삭을 잘 해주시고 성의껏 지도해주시는 조교가 있는 수업이 있다면 추천해주십시오. 
  
쪽지로 어떤 분이 서평을 쓰는 법을 질문하셔서, 다음 번에는 서평쓰는 법에 대해 써볼 생각입니다.

1) 한 권을 읽고 서평쓰기
2) 두 권을 읽고 서평쓰기
3) 서평으로 새로운 주제의 글을 작성하기
 
에 대해서 질문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 다루어 볼까 합니다.
부족한 글이고, 아래에 아마 조교님들의 다른 조언글들이 많이 달리리사 생각합니다.
이 글은 정말 기초적인 사항이어서, 아마 새내기분들에게도 큰 도움이 안 되겠네요.
하지만 정말,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 기초적인 성의를 안 보여주십니다.
레포트 점수를 높게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대학원생이 지키는 기본적인 룰, 즉 글쓰기의 형식을 지키는 것입니다.

방학 잘 보내세요!